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들의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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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쓰고 덜어내어 가벼운
나의 자유 이야기 /
내 생애에 가장 낭만적인 경험을 꼽으라면 시골 마을에서 40여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 앞 바구니에 책을 담아 돌아오던 그때였다고 말하겠다. 그때 나는 해외 인턴십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살았었다. 젊었기에 풍족하지 못했던 삶은 낭만이 되어 가슴에 남았다.
낯선 곳에서 스스로 번 돈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월급날을 하루 남기고 쌀이 떨어져 감자로 끼니를 때우던 경험을 머나먼 이국에서 했던 것이다.(물론 감자는 오븐에 구워먹었다. 보릿고개 스타일과는 심히 다르다.) 따뜻하다고 하던 날씨는 어찌나 춥던지 준비한 얇은 옷으로는 점점 버티기가 힘들어졌다. 그곳은 버스도 없어 자전거를 타고 헤매다가 겨우겨우 벼룩시장에 갔다. 1달러씩에 스웨터 몇 개와 조끼를 사서 입을 수 있었다. 자녀 또는 손자손녀뻘 되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만든 것 같던 그 옷은 저렴한 가격에 나의 삶을 크게 도와주었던 나눔이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지만 나의 마음은 중고자전거를 타던 그때 마음과 다르지 않다. 어릴 땐 몰랐는데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더라. 동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중고 물품을 사오는 때면 어릴 적 그 마음으로 페달을 밟고 있다. 새로 이사 온 동네는 아파트 촌인데도 인정이 많아 물건을 저렴하게 팔고 주기는 일이 잦다. 받아 오기가 죄송할 정도로 좋은 물건도 있고, 작지만 돈 주고 사기가 뭐해서 얻어오는 물건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서 물건을 받아오면 그 기분은 두 배로 좋아진다. 집에 차가 없는 탓에 남들 신세질 때가 있어 맘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때만큼은 왠지 신념 있는 환경운동가라도 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 진다.
그리고 그 낭만의 마음으로 실천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외국인 노동자로서 받았던 마을 커뮤니티의 도움을 조금이나마 여기에서 되갚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은 벼룩시장도 빌트인 주거 환경도 보편화 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가 정착하는데 많은 돈이 든다. 버리지도 못하고 쓰지도 않는 물건을 외국인 노동자들과 나누는 카페를 운영한 지 이번 달로 1년이 넘었다. 이곳은 선불 택배의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는데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느리게 사는 삶은 나누는 삶과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다. 느림 속에서 남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찬장 속에서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잉여를 털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뿌듯함 마저 느끼는 사람들이 오늘도 카페에 글을 남기고 있다. “잘 도착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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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life/3103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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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한겨레 신문에 제가 쓴글 난다고 했잖아요. 인터넷에 벌써 떳네요.
호후 조회수 : 1,407
작성일 : 2008-09-15 22:58:17
IP : 122.36.xxx.14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풀빵
'08.9.15 11:00 PM (61.73.xxx.178)글 실린다던 분이 호후님이셨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게시판에도 종종 헌 옷 모으는 글 올려주세요.
요즘 많이 뜸한 것 같아요.^^2. 풀빵
'08.9.15 11:02 PM (61.73.xxx.178)3. 호후님
'08.9.15 11:04 PM (211.244.xxx.109)항상 화이팅이에요.
4. ㅎ
'08.9.16 12:33 AM (203.229.xxx.213)전 구독자거든요. 종이신문으로 다시 읽겠습니다. 영광이어요.
5. 호후님~~
'08.9.16 1:01 AM (59.187.xxx.248)넓은 평수의 아파트도, 번쩍한 새차도, 숨쉴 틈 없이 뺑뺑이 돌리는 아이들 사교육 열기도
저 멀리 사라지게 하는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글이네요.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어요.
호후님에 대해서도 조금 알 것 같구요.
헌 옷 모으기에 동참하겠습니다.
아이들 옷도 모으시나요?6. 호후님
'08.9.16 9:13 AM (121.139.xxx.98)멋집니다. 명절 끝났으니 옷정리하고 마무리하고 배송들어갑니다~
7. caffreys
'08.9.16 9:33 AM (203.237.xxx.223)이런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팍팍한 세상을 사는 데 많은 위안이 돼요.8. 아하
'08.9.16 1:43 PM (222.234.xxx.241)호후님 이셨네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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