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면 드뎌 아줌마들의 노가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추석입니다.
저희 시댁은 큰집입니다.
다행히 큰집에 큰집은 아닌 큰집이고요 저흰 삼형제중 유일하게 결혼하고 애낳고 사는 장남입니다.
명절때면 저희 시작은댁 가족 3분(고삼 아들1), 고모님댁 가족 4분(대학1학년 딸, 군제대후 복학준비중인 아들 1)이 명절 시작하는날부터 오셔서 명절 마지막날까지 쭈욱 계시다가 가신답니다.
저희 시어머닌 명절 되기 몇일전부터 장봐다 음식 장만하시느라 분주하시고요 저는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연휴 시작되기 전날 저녁에 전거리 사다 손질해 뒀다 그다음날 하루종일 전붙여서 그날 밤에 시댁에 간답니다.
어머니 혼자 동동거리시며 음식하시는게 안쓰러워 전만이라도 덜어드리자 한게 고착된거지요.
하루종일 전 부치고 나면 삭신이 쑤시고 안아픈데가 없답니다.
물론 남편이 같이 하긴 하지만 그래도 재료손질부터 뒷설거지까지 쭈욱하는 저보다는 덜 힘들테고요 앞서 열거한 가족들과 장성한 저희 시동생들 둘,저희식구셋, 어머님 아버님 이 대가족을 3박4일씩 먹이려면 그 양도 엄청 나답니다.
시어머니 며느리 들이시고 첨 맞이하는 명절때 우린 교회 다니는 집이라 제사음식 장만하지 않아도 되니 맏이라도 고생스러울거 하나도 없어서 다른집 맏이보다는 시집잘왔다 하시더군요. ㅎㅎㅎ
저희 시어머니는 사십년 가까이 맏며느리 하심서 손아랫동서나 시누이 즉 저희 시작은어머님과 시고모님께서 음식 장만 마무리 되는 저녁즈음에 오시는거 살기 힘드니 바쁠거다 그런 마음으로 이해하십니다.
물론 며느리인 저는 조금 늦게 가면 눈빛부터 달라지심서 제 할도리 안한다고 따끔하게 꾸중하시지요.
저희 작은어머님이나 고모님이 사람이 나쁘다거나 하진 않아요.
다만 어머니가 너무 당연하게 이일은 맏며느리 몫 이렇게 정해버리셔서 명절 노가다는 큰집몫 이렇게 된거지요.
올해는 명절이 짧아서 전조금 부처도 되니 수월하겠다 했었는데 지난 유월에 저희 어머님이 디스크 수술을 하셔서 절대 안정이 필요하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작은 어머님께 일찍 오시라고 전화하셨데요.
에혀.....
문제는 작은 어머니가 일찍 오셔도 잘하시는 주방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옆에서 어머니가 파좀 썰어라 양파 썰어라 이정도 시키면 하시는 정도랄까요.
그래서 올해도 저는 금요일날 밤을 새워 전붙여서 토요일날 아침 일찍 시댁으로 가야할거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자기 몫의 일이라고 정해버린 그 노동을 대물림해서 꾹꾹 참으면서 하고삽니다.
저도 일때문에 바쁜척 몇번해버리면 그러려니 하는 정도가 되어 일년에 두번 몸이야 편해지겠지만 다시 바꾸어 생각해보면 어머니도 사람인데 혼자 일 다해라 하면 너무 안됐더군요.
저는 이 대물림의 노동을 어머니 살아계시는 기한까지만으로 정해놨어요. 제가 어머니 보다 오래 산다는 가정하에 저 죽을때까지 하다가 제 며느리한테 또 물려줄 생각이 절대로 없답니다.
제가 이 노동을 군말없이 그냥 하는 이유는요 착해서도 아니고 미련해서도 아니고요 그냥 같은 여자인데 남자여자가 덜 평등하던 시대에 태어나서 교육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혼자 명절 노역을 하시게끔 방관하는것도 차별이다 싶어서랍니다.
소리내고 싸워서 안하려고 들었으면 못했겠습니까만 그리한들 한번에 이런 풍습이나 가치관이 바뀔것도 아니고 남는건 가족간에 상처들뿐일거 같아 저의 대에서 딱 끊어버릴거다 작심하고 기약은 없으나 끝이 보이는 노역을 이번에도 기꺼이 수행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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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짓거 맘먹기 나름!
맏며느리 조회수 : 499
작성일 : 2008-09-11 11:24:39
IP : 121.162.xxx.25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음...
'08.9.11 12:01 PM (116.42.xxx.36)고생많이 하십니다...저하고 똑같습니다...저도 그리 맘먹고 있습니다.저 대에서 딲!!!!
2. 그래요.
'08.9.11 12:07 PM (125.246.xxx.130)저도 맏며늘...이왕지사 일년에 한 두번 하는 거 기분좋게 치뤄내고
내 며늘에게는 고생끝!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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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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