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를 만난 건 아닐까
성한용칼럼
의사가 아픈 사람을 고치려면 먼저 어디가, 왜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병원에서 사고 직후의 환자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방사선 촬영, 자기공명 단층촬영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첨단기술 덕분에 진단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의사들은 “아직 멀었다”고 불만스러워한다. 수술을 하기 위해 몸을 가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진단이 잘못되면 당연히 의사가 엉뚱한 처방을 내리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요즘 하는 일을 보면 걱정이 절로 든다. 지난 10년 동안 나라가 잘못됐다고 할 뿐,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는 건지 정확히 설명을 한 적이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시절 포퓰리즘으로 좌편향, 반기업, 반시장 법령을 만든 것이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장애가 되는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년간은 세금이 올라 경제가 위축됐다”며 “이번 세제 개편은 우리 기업이 경쟁국과 비교해 조세 부담에서 불리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런가?
이명박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결과를 비꼬는 농담을 했다. ‘옷을 벗기려는 사람이 옷을 벗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니 모인 사람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아무튼 그 말은 옳은 것일까?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동안 매우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정부와 여당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좌파정권’ ‘포퓰리즘’ ‘세금폭탄’ ‘퍼주기’라는 말이 탄생했다. 이른바 조·중·동이 만들어 준 용어다.
다 좋다.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하는 야당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정치행위였다. 표가 된다면 어린아이 사탕도 빼앗아 먹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그런데 정권을 잡고 난 뒤에는 달라져야 한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홍보논리와 집권 이후 실제 추진하는 정책논리를 헷갈리면 곤란하다. 나라를 통째로 들어먹을 위험이 있다.
비유를 한 번 더 사용하기로 하자. 진단이 옳다고 전제할 경우 다음엔 처방이 중요하다. 특히 외과 수술에서는 의사의 개인기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한다. ‘훌륭한 외과의사의 조건’이란 것이 있다. 독수리의 눈(예리함), 사자의 심장(담대함), 숙녀의 손(섬세함)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 예리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은 것 같다. 담대하기보다는 겁이 없는 것 같다. 잘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손에 들고 있는 칼이 수술용 메스가 아니라 장검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과거 개발독재 시절 집권자가 장검을 들고 설친 일이 있었다. 밀림에서 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집권자는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앞장서 갔다. 당시에는 그런 방식이 유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혹시 장검을 들고 암환자를 수술하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아닐까? 정육점 주인이 수술실에 들어온 것은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이 (상황은) 어렵지만 규제완화를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1년 반 또는 2년 후를 대비해 선행 투자를 해주면 시기적으로 맞다. 고용도 많이 한다고 발표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사면하고 투자를 거듭 당부하면 정말 대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일까?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경제가 살아나긴 하는 것일까? 불법시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선진국이 될까?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의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는 불안하기만 하다는 얘기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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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 정말 걱정 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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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를 만난 건 아닐까 ??
MB씨 조회수 : 207
작성일 : 2008-09-02 22:17:10
IP : 220.126.xxx.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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