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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청년에 대한 댓글을 읽으며..

절망이란.. 조회수 : 893
작성일 : 2008-09-02 21:35:38
어제 한 청년이 다니던 대학 실습실에서 등록금이 없어 자살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오늘 82에서도 그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왔구요..

자살은 매우 극단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또한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기도 하지요..

죽을 용기 있으면 살라는 말도 있듯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살아서 버텨나가는 것이 장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대학등록금이 없어서 자살을 하느냐,
대학을 못간 사람도 많다,
공장에서 일해서라도 살아가는 사람들을 봐라 하는 댓글을 보니
그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목소리들이 죽은 청년을 더 외롭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많은 나이는 아닙니다만,
한때 이제 그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한적이 있습니다.
죽고싶다, 가 아니라 그만 살고 싶다였어요.

앞이 보이질 않았거든요.
솔직히 안간힘을 쓰면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것은 너무너무 힘이 드는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냥 좀 쉬고 싶었습니다.
머리를 터지게 하는 고민들과 살아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짊어지고 있는 부담들
그 모든 것들을 조금만 좀 내려놓고 단지 좀 쉬고 싶었을 뿐입니다.
부모님 생각이나 가족들 생각, 또 살다보면 나에게도 올지 모르는 좋은 기회들
그런 모든 것들이 의미없이 느껴지고 그저 쉬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멈추지 않고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진정한 휴식은 제게 허락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절망이 얼마나 끈질기고 지독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그 청년도 저처럼 심한 절망에 빠져 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청년에게 죽을 용기로 살았어야지 어떻게 그렇게 어리석은 선택을 했느냐 하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정말 마음이 아픈 것은
그런 절망의 순간에 한 고비만 넘기면 또 다시 며칠은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어떠한 말도, 사람도 갖지 못한 끔찍한 외로움입니다.
그렇게들 고비를 넘기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서둘러 행동에 옮긴 것이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모두들 현명하고 합리적이고 건강한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라면
각자 자기 삶만 열심히 살면 세상은 그럭저럭 굴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러지 못하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서로 돕고 따뜻하게 아껴주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IP : 119.196.xxx.17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네..
    '08.9.2 9:45 PM (124.54.xxx.99)

    모두 다 각각의 짐을 지고 살아가지만
    그것이 각자에게 느껴지는 한도치는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 발톱 하나가 부러진 것이
    다른 사람 팔 하나 잃은 것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듯이요.
    그냥 그 청년의 역치가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아마도 우리는 그 청년이 이겨내지 못함을 탓하기 보다는
    어느 곳에서 괴로워했을 그 청년에게
    누구 하나 도움이 되고 따뜻한 위로를 해줄만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는 것
    그것을 더 가슴아파해야겠지요.

    그 글의 원글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만큼..앞 날 창창한 한 젊은 청년이 생을 버린.. 그 안타까움에서 하신 말씀이겠지요
    그렇게 이해합시다.

  • 2. ...
    '08.9.2 9:51 PM (122.34.xxx.86)

    그래요...남의 일이라고 너무 날카롭게 비난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막말로 지하철에 뛰어들어 여러사람 피해끼치면서 죽은것도 아니고 ..물론 학교에서 그학생을 발견하고 수습한 사람들에겐 죄송해야 겠지만..
    그냥 홀로 외롭게 떠난 어린 목숨을 그렇게 매정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절망적이었으면 그런 최악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겠어요
    그 어린 나이에 온통 먹구름만 가득한 세상이란 얼마나 막막했을까요...
    죽은 사람이 젤 불쌍한거같아요...

  • 3. ..
    '08.9.2 9:58 PM (125.130.xxx.34)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4. 아꼬
    '08.9.2 10:06 PM (221.140.xxx.106)

    아까 청년의 애기는 다른 여느 분보다 힘겹게 어려움을 이겨내신 분이 안타까운 마음에 쓰신글임을 원글님께서 따로 댓글에 남기셨네요.
    전 핑계없는 무덤없다는 댓글에 화가 났었는데 82에서 촛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가 무수히 달리는 댓글속에 묻어나는 안타까움과 미래가 희망으로 커가기를 원하는 열망때문이라는 걸 알겟더군요.
    참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 많아서 너무 다행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청춘을 제대로 달려보지 못하고 접어버린 청년이 저 세상에서라도 품은 뜻만큼 평안하기를 기원해봅니다.

  • 5. dd
    '08.9.2 10:10 PM (121.131.xxx.251)

    오죽 힘들면 그랬을까요...
    정말..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위안이 되어주지 못했을 거예요.
    예전 우리나라 전체가 다 가난했을때..등록금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이렇게 자살까지는 않하지 않았을까요..? 사실..같은 고민을 갖고 있으면서 나눌수만 있어도 극한까지는 안갔을 거예요..
    젊은 사람일수록 자살하기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감정의 기복이 있는지라..슬퍼하다가 금방 또 좋아진다구요. 젊은 사람이 자살을 한 거는..정말정말 많은 고민과 힘든 시기가 있은 다음에야 가능 한 일이라구요. 아마 치밀하게 계획된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정말..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ㅠㅠ

  • 6. 절망이란..
    '08.9.2 10:12 PM (119.196.xxx.175)

    저도 뒤늦게 청년에 대해서 독하게 쓰신 원글님의 의중을 알게 되었어요..
    안타까움이 크셔서 그러셨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는 다른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고
    그 청년의 나약함을 질타하신 분이 많길래 착찹한 마음에 몇자 적은 거구요,
    진심으로 특정한 한 분께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혹여나 아까 글 쓰신 분께서 언짢으셨다면 오해 푸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런 일이 있으니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게 되요.
    혹시나 내 가까운 친구들 중에 이렇게 혼자 절망하고 있는 친구는 없는지..
    저도 요즘 마음고생이 심한 친구에게 전화해서 잘 지내고 있냐고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이야기했어요. 속상한 일 있으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해결책이 없더라도 같이 이야기나 하자고, 이야기 하고 나면 좀 풀릴 때도 있지 않냐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친구가 있으면 그냥 안부 전화라도 한번 해보시길 권해요.
    그런 작은 사랑과 관심이 고비에 있는 누군가에게는 또 며칠을 버틸 힘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 7. 살로만
    '08.9.2 10:16 PM (124.51.xxx.152)

    살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자살을 하지요...
    그래서 우리가 꼭 살아야할 이유를 항상 준비해야합니다...

    그것은 내경우...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물 때문입니다....

    20대를 버티고 넘어온 건...사랑스러운 조카들 때문이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벌터벌 집까지 버티고 걸어올 수 있는 이유가 사랑스러운 조카들 얼굴을 보고싶고..안아주고 싶다는 것이었죠...

    집의 강아지가...또는 하늘의 구름 한쪼각이 사랑스러워서 살아야할 이유가 되기도 하겠죠...

  • 8. 죽기보다
    '08.9.2 10:18 PM (116.120.xxx.27)

    사는것이 힘들었겠죠...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죽는것이 사는것보다 쉬운사람들...
    죽기보다 사는것이 더 힘든사람들...그것을 경험하고 매일이 그러한 사람들에게 그말은 의미가 없을듯합니다

  • 9. 삼가
    '08.9.2 10:32 PM (116.127.xxx.2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ㅠㅠ

  • 10. 가슴이 아프네요~
    '08.9.3 7:36 AM (116.36.xxx.16)

    그렇게 가기까지 얼마나 많이 괴로웠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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