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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열흘 후...
검사와 수술과 수술후검사까지... 거의 열흘을 계셨어요.
평소에는 아침에 아이들 학교보내고 느적느적 청소하고, 혼자 닭 모이만큼 밥먹고, 인터넷하고 그러면서 나름 여유있게 지냈는데...
엄마오시고부터는 (아직도 예전에 농사짓던 그 때처럼 밥그릇 가득 소복하게 드시는)삼시세끼 새 밥에 반찬 신경쓰고 시간맞춰 안약 넣어드리고 바지런히 청소하고 그러면서 지냈네요.
아침먹고 거실마루에 큰대자로 누워 이얘기 저얘기...엄마 처녀적 얘기, 엄마네 엄마 얘기, 외삼촌들 얘기, 언니오빠 어렸을적 얘기...한도 끝도 없이 나누다가, 벌떡 일어나서 커피랑 과일먹고 빨래걷어다 빨래개면서 또 얘기나누고...
점심먹고 나서 애들 좁은 침대에 둘이 누워 무슨얘긴지 기억도 안나는 얘기에 아이들처럼 깔깔거리며 배아프게 웃기도 하고...보드랍게 출렁이는 엄마의 뱃살을 두드리며 노래도 부르고...ㅠ.ㅠ
저녁먹고 나서 엄마께 설겆이좀 해달라고 떼써서 엄마 설겆이 시키고 나는 반찬 정리하고,
소파에 (가끔은 열두살짜리 딸아이까지 셋이)나란히 앉아서 일일드라마 보고...
일주일쯤 지나니 그게 원래 일상이었던 것처럼 익숙해져서 식탁에 애들 아침준비 해 놓고 엄마와 공원에 운동도 가고 분리수거하러도 같이가고 그랬네요.
오늘 점심 때 시외버스에 엄마를 태워 보내고 집으로 오니 거실이 이제와는 다른 빛깔인 것처럼...
햇빛에 바래고 바래서 하얗게 탈색된 것처럼...
가슴이 텅 빈 것 같아요.
아침 점심 저녁 그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도... 웬지 아직 못다 나눈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가슴이 아려요^^
주방용품들이 평소에 내가 놓았던 방식으로 놓여있지 않은 것도,
엄마가 나 몰래 슬쩍 슬쩍 닦아놓은 창틀이 하얗게 반짝이는 것도,
엄마와 누워 이야기 나누던 아이들 침대가 비어있는 것도,
엄마가 다녀온 병원의 영수증과 처방전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것도,
'너도 이제 나이 사십먹었으니 필요할껄?' 이러시면서 챙겨주고 가신 속주머니 달린 할머니표 팬티도...
온통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것들이네요.
허전한 밤인데, 독서실에 간 큰아이, 옆집아이랑 줄넘기하러 간 작은아이, 회식이라고 늦는 남편,
혼자서 있는데 주책맞게 눈물이 나네요. 나이 사십에...^^
1. 인천한라봉
'08.8.29 9:23 PM (211.179.xxx.43)어머님이랑 즐거운 시간보내셨네요..
저도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요.
오늘 울집에 오셨는데.. 제가 주무시고 가라해도 마다하구..
점심차려드린다니 식사안하신다구 그냥 가버리셨어요..
울엄마는 항상 제가 귀찮고 신경쓸까봐.. 밥한끼 안드시구 과일만 드시구 금방가버리세요..
글구 시댁눈치보느라 울집에도 일년에 한두번 오실까 말까.. 1시간 이내의 거리인데도..
엄마가 보고싶어요..
그냥...님 어머님 수술잘 되시구.. 건강하시길 바래요..2. 혀니랑
'08.8.29 9:25 PM (211.206.xxx.44)저는 나이 오십에..눈물이 나네요. 때때로 이런 느낌에 젖어 보내는 시간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약해진 모습을 보면서 맘 한편이 아리던 그 때........세월은 흐르고 나도 엄마만큼의 나이가 들어도 엄마라는 단어엔 그저 속수무책으로 그리움만 가득입니다.
3. 엄마랑
'08.8.29 9:29 PM (222.109.xxx.152)싸우고 화해한지 얼마 안되는데 너무 죄송할 뿐 입니다... 보고싶네요...
4. 오늘
'08.8.29 9:40 PM (121.134.xxx.170)아침 전화로 엄마하고 싸운 아짐입니다. 된장하고 옥수수를 택배로 부치신다면서 글쎄 옥수수를 다 삶아서 보내신다지 뭡니까. 벌써 다 삶아 놓았다는 거예요. 그게 하루밤 사이에 아직 날도 더운데 성하게 있을까요. 엄마는 안 상한다고 우기고 나는 상한다고 우기고. 저는 잘해줘도 탈인 자식일까요.
5. 부러운
'08.8.29 9:46 PM (118.220.xxx.94)아짐입니다
윗님 부럽네요
저희 친정엄마 온통 아들 며늘 생각 밖에 없습니다
딸은 내다 버렸나 봅니다 더욱더 열심히 살껍니다
친정엄마와 정겨운 분들 복 많은 겁니다6. phua
'08.8.29 9:53 PM (218.52.xxx.102)무지~~ 부럽습니다~^^*
7. 많이 부럽네요
'08.8.29 10:49 PM (211.213.xxx.122)정말 많이 부럽습니다.
그리고 부럽다 못해 눈물이 납니다...
전 엄마가 학대를 많이 해서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거든요...8. 저도 그랬어요
'08.8.29 11:09 PM (59.3.xxx.161)엄마 다녀가시면
갓난아기때문에 공항까지 배웅도 못하고
콜택시 타고 가시는 엄마 뒷모습만 베란다에서 보면서
엉엉 울었어요.
지금도 눈물나려고 해요.9. 눈물이
'08.8.29 11:24 PM (125.187.xxx.90)나네요.. 글읽다보니까..
어린 아이처럼 아직까지도 어렸을때 엄마한테 서운했던 것을
가슴에 품고 있는 제 자신을 반성합니다...
반대로, 명절때 하루이틀 있다가 우리 가고 나면 우리 엄마 아빠
텅빈 집에서 얼마나 허전했을까.. 생각드네요.10. 지금
'08.8.29 11:59 PM (121.140.xxx.62)울어요~
제가 친정에 가면 며칠있다가 오곤 하는데,
엄마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면 빈자리 보며 운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마음 이해되네요.그때는 왜 울어 쓸데없이 그랬거든요.
내일 엄마한테나 가볼래요.멀어도...11. 엄마 떠나
'08.8.30 3:06 AM (72.136.xxx.230)외국 나온지 4개월..
엄마 보고싶어서 밤마다 남편 몰래 우는데
이 글 읽으니..미치겠어요..12. 수필 입니다...
'08.8.30 7:55 AM (118.47.xxx.63)저도 얼마전 님과 거의 흡사한 경험을 했어요.
시커멓고 굵은 엄마 손이, 예전에는 꺼칠꺼칠 했는데(일을 많이 해서)
이번에 제가 손목이 아프다니 엄마가 만져 주셨는데
그렇게 손이 보들 보들....
엄마랑 헤어질 땐 애써 아무렇지 않았지만
집에 돌아 와서 문을 연 후에 본 집 광경과 공기에서
울컥 눈물이 나오고... 며칠 정도 후유증이 갑니다....13. 원글이
'08.8.30 10:16 AM (218.233.xxx.119)오늘 아침 무심코 밥을 푸다 밥그릇에 소복하게 쌓아 올리는 나를 발견하고 웃고 말았어요.
인천한라봉님 감사드리구요. 댓글들 하나하나 읽노라니 또 눈물이 나네요...
예전에는 엄마가 저희집에 오시면 '오늘'님과 같은 이유로 많이 싸웠었어요. 서로 잘하려고 하는건데 그게 싸움이 되더라구요. 얼굴도 붉히고 소리도 지르고...*^^*
그런데 이번에는 아프신 엄만데 마음이나 편하시라고, 슬쩍슬쩍 현관청소 하셔도 창틀닦은 시커먼 걸레 주방에서 빨아도 가만히 있었더니 이상하게 서로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더라구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좋은 엄마 자랑한 것 같은데...아니예요~ 저는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아버지 덕분에(?) 파란만장한 어린시절을 보냈답니다. 아버지가 밤에 술 드시고 오시면 우리집 남매들 자다말고 맨발로 뛰어나가 집 뒤 고추밭에 숨었었다죠.......
엄마의 눈물과 고통, 손톱이 닳아지는 노동 덕분에 그나마 오늘이 있어서 더 애틋하고 눈물이 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14. 지금은...
'08.8.30 10:48 AM (99.231.xxx.97)돌아가신지 6년이지난 친정아버지께서
우리집에 며칠지내고 가신후에 냉장고에 아버지가 드시다 남겨두고 가신 일동인지 이동인지 그 포천막걸리병 보고 눈물나던게 생각나네요
그걸 한병도 다 못잡숫고 가신게 마음에 걸려서요15. 엄마!!!
'08.8.30 11:34 AM (24.197.xxx.21)엄마 떠나온지 이십하고도 삼년째!
젊을땐 살기바빴고 이제 살만하니
엄마가 너무연로하셔 비행기를 타실수가 없네요
오시면 맛있는 것도 해드리고 예쁜 옷도
사드리고 하고 싶은데...
보고싶은 엄마!!!16. sns
'08.8.30 7:27 PM (59.23.xxx.161)눈물이 나려해요.
엄마와 그런 오붓한 시간 한 번 보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어요.
님은 분명 어머니 돌아가신후 열 흘의 추억 평생 지니고 살 거예요.
늙었지만,배 쭈글거리지만 님은 그런 엄마가 계셔서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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