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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왜 했더라?

냐앙 조회수 : 1,120
작성일 : 2008-08-29 18:04:45
가끔 내가 결혼을 왜 했더라? 하는 뜬금없는 물음이 머리에 떠오를 때가 있지요.
심각할 때는 도대체 내가 왜 이 결혼을 한거지??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돼버린거야?? 라고 묻지만
오늘은 그냥 뜬금없는 수준이네요.

예전같으면 심각해졌을 상황인데 몇년 지나고 나니 남편과의 관계가 정립?이 된건지 익숙해진건지..

남편의 중요한 이벤트.

남편의 로망대로 가족끼리 사진찍고까지는 그럭저럭했는데
찍고 나서  화장실에 다녀오다니 으악 비명을 지릅니다.
자기 와이셔츠랑 넥타이가 헝클어져있었대요.
너무 덥고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습니다. 제가 무심하기도 하지만.
아니 그러면, 사진 찍을 때 물어보던가, 사진 찍고 나서 확인 좀 하던가.--;

남편 기분이 급 저하되더군요.
그래서 얼른, 다시 가서 찍자고 달랬습니다.
다시가서 찍으면 뭐하냐는 투정까진 안부리더이다.

다시가서 찍는데 인상을 잔뜩 찌푸렸습니다.
눈에 힘 좀 풀어..라고 했더니 들은체 만체.
속으로..그러고 인상 쓰고 찍는거보다 아까 사진이 훨 낫다..라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면 난리날테니 ㅎㅎㅎ

그리고는 제가 가져간 꽃을 함부로 다루더군요. 손이 필요하면 툭 바닥에 던졌다가 다시 집어들고..

기분 좀 나빴습니다.
몇 푼 안하는 꽃이었지만
꽃=마음이잖아요?

그냥..
옛날같았으면 현장에서 지*했을텐데 그래도 많이 성숙했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살벌한)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나 본인도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또 그 모습을 닮아버렸구나. 불쌍한 사람.

이러고 말았어요.
뭐 남편이 화를 많이 안냈기 때문에 제 맘이 이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남편이 화를 내는게 '나 때문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예전과 다른 점인거같네요.


저번엔 주말에 놀러갈 기회가 생겼는데 남편에게 물으니 '혼자 애 델고 다녀와 난 쉴래' 라고 하는 겁니다.
예전같으면 허걱! 했을텐데 이젠 그렬러니 싶네요.
난 같이 놀려고 결혼했는데 그렇게 따로 놀거면 이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건가? 이렇게 생각했을텐데..

그냥 가정 문화, 성격차이일 수도 있다고(여전히 맘에 안들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게됐네요.
남편은 영화란 혼자 보는 것인데 결혼했으니 같이 봐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이 결혼은 제가 꿈꾸던 것과는 차이가 있고,
뭔가 정상이 아닌거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아슬아슬합니다.

하지만, 누구의 결혼생활도 완벽하진 않을테니 우리의 결혼도 잘 지속되길 바래봅니다...
IP : 61.33.xxx.205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전..
    '08.8.29 6:24 PM (211.237.xxx.131)

    아직 결혼 일년이 안됐는데 그냥 결혼 왜 했더라? 차원이 아니라..
    다음에 태어나면 능력키워서 결혼 안하고 혼자 멋지게 살고 싶어요..

    며느리라서 해야할일도 너무 지긋지긋하고 신랑하고 감정적인 소모싸움 하는것도 너무 피곤해요..
    그렇다고 울 신랑이 아주 나쁘거나 그렇진 않지만
    단 한번도 결혼해서 너무 행복해 이런 생각이 안 드는거 보면
    그냥 내가 결혼생활에 적당한 사람이 아닌걸 갈수록 깨달아요..

  • 2. ..
    '08.8.29 6:35 PM (58.102.xxx.86)

    저도 막상 하고 보니
    반대 무릅쓰고 한 결혼이었는데
    꼭 결혼을 할 필요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원글님의 마지막 두 문단이 딱 제 마음이에요.
    아니...원글님이 제 맘에 들어왔다 나간거 같아요...

  • 3. 하늘
    '08.8.29 6:43 PM (61.253.xxx.25)

    맞아요...저도 결혼하고 8년동안 행복해라는 생각이 든적이 몇번있었나 ..다시금 기억해봐도
    안나네요...

    저도 결혼해보니 이 결혼이라는게 굳이 할 필요가 없는거구나....생각이
    드네요..

    이것저것 신경써야돼고....글타고 나 를 위해선 암도 신경써주는사람없고..하물며
    생일날까지..도..ㅠㅠ

  • 4. ..
    '08.8.29 9:43 PM (211.172.xxx.88)

    처음엔 싸우다가
    나중엔 참아요
    결국은 병이 됩니다

  • 5. 저도
    '08.8.29 10:23 PM (121.138.xxx.62)

    요즘은 결혼준비하는 커플들 보면 '와~좋을때다' 라기 보다는
    에구, 이제 고생 시작이로구나...라는 생각에 안되보이기까지 해요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ㅠㅠ

  • 6. 저도님
    '08.8.29 11:33 PM (218.50.xxx.39)

    저도 동감합니다.
    전 그런 맘이 결혼식 준비 끝날때 벌써 들었습니다.
    우리 웬만하면 이혼하지 말자 혹시 재혼하게 되서 이 일을 겪으면 으으 너무 피곤하네 했다가 옆지기는 좋은 날 앞두고 하면서 혼자 흥분 하더군요

    한 15년 즈음 되니까 뭐 이제 신랑의 버릇이 제버릇이 되어가고 내버릇이 신랑버릇이 되는것 처럼 익숙해짐에서 오는 편안함은 참 좋아요

  • 7. 저도..
    '08.8.30 9:14 AM (211.244.xxx.22)

    연애하는 커플한테는 대놓고 '좋을 때다' 라고 말하고
    아는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면 '잘 생각해봐'라고 말합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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