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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서 사복 여경 시민들께 체포되다!
아고라서 펌 조회수 : 809
작성일 : 2008-08-27 23:20:38
천주교 신자인 내가 불교방송으로 "범불교도대회" 행사 생중계를 보다가 뭔가에 끌린 듯 시청광장으로 달려갔을 때는 행사는 거의 끝나갈 즈음(오후 4시 경)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은 먼저 하경들을 하시고...
수도권 거주 스님들과 신도들은 남아서 광장 청소를 말끔히 한 후에 가두행진을 시작하였습니다.
몇몇 스님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저희가 매주 시국미사를 올리 듯 불교계에서도 지속적인 저항운동을 전개해달라" 고 부탁드렸습니다.
스님들 동의 하에 일일 불교신도가 되어 대형 피킷을 들고 기수노릇을 하였습니다.
시청 -> 광화문 4거리 -> 종각역 -> 조계사 까지의 장엄한 가두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조계사 앞에서 해산식과 함께 공식행사는 종료되었으나, 조계사 앞 도로상에 대형트럭으로 설치된 무대에서 오랫만에 가져보는 뒤풀이 공연이 오후 6시 종로경찰서 측의 해산요청이 있을 때까지 계속 되었었습니다.
공연이 한창일 때,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 광우병 대책위를 찾아갔었는데...
강기갑 의원님이 먼저 와 계시데요.
마침 대책위 분들과 함께 복수의 언론사와 공동 인터뷰 중이더군요.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박원석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등 수배상태에서 힘겹게 저항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강기갑 의원님과도 악수를 나누는데....
ㅠㅠ 제손에 쥐어지는 의원님 손에 힘이 하나도 없고... 너무 야위시고 지쳐보이는 것이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아 보였습니다.
"저희가 뒤에 있으니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시라!" 고 하면서 손을 꼬옥 쥐어 드렸지만...
이 놈의 현실이 어찌나 슬프고 허탈하고 화가 나던지...
대책위 천막 앞에서 혼자 피킷을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대전 뒷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수십명이 빙둘러서 있는 게 보이데요.
냅다 다가가 봤더니, 30여 명의 나이드신 시민들이 젊은 여자 2명을 담벼락에 밀어부쳐 3겹으로 에워싼 채 험악스런 분위기로 죄인 다루듯 뭔가 취조를 하고 있더군요.
젏은 여자 2명 또한 두 눈 치켜뜨고 악을 써가며 시민들께 막 대들고 있고...
옆에 계신 아주머님께 여쭈어봤더니..
종로경찰서 정보과 여경 2명이 사복차림으로 조계사 경내에 침투, 군중속에 잠입해 있다가 들통나서 시민들에게 체포된 상태라는군요.
시민 중에 한 분이 촛불시위하다 종로서에 연행되었을 때 그 분을 취조했던 형사였는데..
오늘 조계사 경내에서 쁘락치 노릇하다가 그 아주머님에게 딱 걸린 거지요.
붙잡아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냥 쫒아 버리자는 의견이 다수여서 뒷문으로 쫒아냈답니다.
엄청 투덜거리면서 쫒겨가더군요.
취조 당할 때, 그녀들의 똥 씹은 상을 잠시 훝고 나서 즉각 채증해 두는 것도 잊지 않았고...
그녀들의 변을 한 마디 전하자면
- "수배자가 불교신도대회 참가자들 틈에 묻혀 도주할 거라는 정보가 있어 상부의 지시를 받고 침투해 있는 것이며, 자기들은 공무수행 중!"
이라 더군요.
다시 경내를 빠져나와 젊은이들의 해학적인 공연을 구경하다가 무대 뒷편으로 갔더니 우리 촛불단체에서 나와서 팥빙수를 나눠 주고 계시더군요.
전 오늘 불교대회에 참석하려고 부러 서울로 출장일정을 잡아서 서둘러 업무는 마쳤으나 미처 점심식사를 못한 터라 한 그릇 받아 들고 엄청 맛있게 먹었답니다.
단체 이름은 모르겠으나 이곳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 다시 드립니다.
팥빙수 먹으면서도 숙제를 해야 했지요.
옆에서 드시는 아주머님들 대화를 엿들으니...
"맛있고 고마운데 이거 그냥 받아 먹어도 되는 건가?" 하기에 제가 끼어 들었지요.
"촛농이 녹아 떨어져 섞여서 맛이 있는 거고, 그냥 드셔도 됩니다. 정 부담 되신다면 댓가를 지불하시면 됩니다."
"어디다 어떻게요?"
"동네에 돌아가셔서 팥빙수를 돌리세요, 촛농 섞인 팥빙수 맛을 모르는 분들께! 그러고도 성에 안 차시면 저런 단체에 후원하는 방법도 있답니다."
"어디다 해야죠?"
"댁에 돌아가셔서 자녀분들께 오늘의 상황과 촛불의 취지에 대하여 토론을 해보세요. 그런 다음 후원대상을 고르는 선택권은 자녀들에게 주심이 좋을 듯 합니다."
"아 - 예, 그렇게 하지요, 나무 관세음보살..."
"예, 될 때까지 빡시게!!!... 그리스도님 감사합니다."
님들도 내 마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으리라 여겨지는 밤입니다.
불교신자들 속에 섞여 목청껏 구호도 외쳐봤지만 돌아오는 발걸음은 왜 그리 무겁던지...
종로를 따라 동대문까지 걸으면서 분노와 허탈함을 달래보았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네요.
그래도 포기하면 아니 되겠지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하여
될 때까지 빡시게!!!
by 굴렁쇠님
IP : 119.196.xxx.10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홍이
'08.8.27 11:28 PM (211.49.xxx.254)화이팅입니다 고생하셨어요 !!!!
2. 잘은모르지만
'08.8.28 12:07 AM (121.151.xxx.149)씨그러워서 쳐다보니 사람들이 몰려있길래 다른분에게 물어보니 자세히 설명해주시더군요 하여튼 울나라 경찰 안되요 증말
3. 구름
'08.8.28 7:45 AM (147.47.xxx.131)난 5시쯤 시청광장 도착 했더니 멏분이 청소만 하고 있더라구요. 아는 스님꼐 전화 햇더니 이미 버스로 내려가시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7시 부터 회의가 서울역에서 있는 바람에 그냥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근데 우리같은 직장인들 평일 주간집회만 하고 끝나니 영 아쉽네요.
4. phua
'08.8.28 8:38 AM (218.52.xxx.102)채증한 사진은 잘 가지구 계시죠??
고것들 시간이이 지난 후에도 그리 당당할 수 있는지 ,기대가 되네요,5. mimi
'08.8.28 11:54 AM (58.121.xxx.189)그 낯판들 보고싶은 1인........사진보고싶어요......대단하신 사복경찰나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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