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시어머니께 마음이 열리질 않아요

빗장 조회수 : 1,042
작성일 : 2008-08-22 11:47:15
결혼한지 12년 되었습니다. 아들 둘 있고요.
결혼할때 아무것도 없이 결혼 예물조차 남편이 대출 받아서 해줬고 결혼후에 갚았습니다.
시어머니는 10년전 고향에서 빚을 지고 야반도주 하셔서, 막 동거를 시작했던 아주버님 부부 집에
보따리 하나 싸들고 얹혀 살고 있던 상태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셨어요.
60넘게 식당일 하셧다곤 하지만 워낙에 씀씀이가 헤프시고, 모으질 못하십니다.

저희 결혼과 동시에 어머니는 다니던 식당 그만두시고(그때 연세 66세) 용돈 요구하셨구요.
제가 큰아이 임신한 후에 IMF 터져서 남편 월급이 25%삭감되었죠.
아이 낳고 나서 분유값도 없어서 쩔쩔 맬 때도 월급 2-3일전부터 매일 전화해서 용돈 부치라고
은근 강요하셨어요.
어머님은 아주버님부부와 함께 사셨고요.


잔소리 심하시고, 넘겨짚기도 잘하시고, 뒷담화도 잘하시는 시어머니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았습니다.
제 앞에서는 형님 흉보시고, 형님한테는 제 험담하시고 쓸데없는 말 지어내셔서 난감한 상황 만들곤 했지요.
죽어도 큰아들 곁에서 죽겠다고 너희 집에는 오라고 해도 안간다고(저희는 차남) 큰소리 치셨고
제 남편 있는 데서는 일부러 그러시는지 저 빈정상하게 하는 말도 많이 하셨고요.

특히 큰아들에 대한 편애가 지나쳐서 제 남편은 찬밥으로 자랐습니다. 물론 덩달아 저도 찬밥이었고요.
아주버님 신혼여행 다녀오던 날 아주버님이랑 형님 사이에 베개 놓고 주무셨다고 하더군요. -_-

저희는 결혼해서 다른 지방에 살다가 2002년에 남편이 직장 그만두고 개인사업 시작하면서
아주버님이 사는 도시로 이사왔습니다.
꼬이려고 그랬는지 아주버님 부부가 이혼을 했고,
어머니는 그때 이미 5년째 외손녀(제 손아랫시누이)를 키우느라 아침에 시누이네 집으로 출근하시고,
저녁에 아주버님 집으로 퇴근하는 상황이었다가 아주버님이 이혼을 하면서 아예 시누이네로 들어가셨어요.
제 남편은 저희 집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저희도 어린 아들 둘이 있는데다가, 시누이 딸 키워주느라 저희집에 올 상황이 아니었으니 시누네 집으로 가신거죠.

시누이네도 사정이 안좋았던 터라 육아비 한푼 못받고 무료봉사였고,
오로지 저희에게만 용돈 달라고 조르는 상황이었고요.
남편을 낳고 길러주신 분이니 용돈을 당연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그나마 저희가 형편이 나았으니까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계속 용돈을 드렸죠.
어머니는 저희가 드리는 용돈으로 시누이네 반찬값도 대주고,
심지어 용돈이 입금되는 계좌에 시누이 핸드폰 요금을 자동이체 해놓기도 했지만
이미 제 손을 떠난 돈이니 어머니가 어찌 쓰시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일체 아무말 안했구요.

울어머니 고향 떠나오실 때 돈 빌리고 안갚으신거 있다고 그 빚쟁이가 어찌어찌 제 남편 핸드폰 번호 알아내서
전화했길래 30만원, 70만원, 20만원 가량 서너번 갚아주었지요.(저희가 살만해졋다고 소문이 난 모양)

제가 2003년부터 맞벌이 하면서--저희 애들6살, 4살--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느라 아침 출근 준비시간이 전쟁통이 되어도 시어머니는 아침잠 많은 시누이때문에 외손녀(6살) 아침밥 못먹는다고 저희집에서 주무신 날도 일어나자마자 시누이 집으로 가셨죠.(시누이는 출근시간 자유로운 영업일을 하고 있었음)
말은 안했지만 섭섭하더라구요.
용돈도 저희집에서만 드리고, 저는 맞벌이에 애들까지 둘인데 오히려 저를 도와주셔야 되는건데
오로지 시누이 걱정만 하셨으니 말예요....(근데 치사한 것 같아서 섭섭하다는 말도 안나오더라구요.)

시간이 그렇게 흘러서 저희 큰아이가 이제 4학년이 되었네요.
동생 밥 챙겨 먹일 줄도 알고, 가끔 엄마대신 설거지도 해줍니다.
다만 할머니에게 다정하거나 애틋하지 않아요.
근데 울시어머니는 그것도 서운하다고 하시네요. 남자애라서 상대적으로 외손녀보다 살갑지 못하고
어릴때 함께 한 기억이 거의 없으니 당연한게 아닌가 하는데도
애들이 할머니한테 사근사근하지 못하다고 섭섭해하세요.

지금은 시누이가 10년터울로 낳은 아들 봐주시느라 바쁘시죠.
시누이집은 저희집이랑 10분 거리인데 1주일에 한번쯤 저희집에 오셔서 주무십니다.
오실때마다 애키우기 힘들고 기력딸린다고 푸념하시죠(올해 78세)
시누이 형편이 좀 나아진 지금도 거의 무료봉사 하시는 형태고
지금 키워주시는 외손주도 아침에 깨어서 배고프면 젖병들고 할머니한테 옵니다.
엄마는 그시간에 깨어있은 적이 없으니 늘 젖병 주는 할머니한테 오는거죠.


다행히 남편이 새로 시작한 사업이 잘 되어서 지금은 시누이 남편과 아주버님을 직원으로
고용해서 데리고 있습니다.  신용불량자였던 시누이부부 지금은 30평대 아파트에 오피러스 끌며
잘 삽니다.(모아놓은 돈은 없는 것 같아요. 워낙에 폼내고 사는걸 좋아해서)
이혼 후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였던 아주버님...제 남편이 중형차 사주고, 일 가르쳐 가면서
데리고 있죠. 아버님 제사, 명절 차례 다 저희 집에서 지냅니다.(제수음식 장만은 대부분 어머니가)
물론 제수비용 저희가 다 댑니다. 6월에 있었던 아버님 제사에 시누이가 3만원 주더군요.@@@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결혼 초기와는 달리 제 눈치 많이 보시고,
저 듣는데서 민망할 정도로 제 칭찬 많이 하시지만
저는 맘이 열리질 않네요. 유독 시어머니 한테만은 애교도 안나오고
필요한 말 아니면 안하게 돼요.
이러다가 어머니 돌아가시면 후회하지 싶어서 잘 하고 싶은데
그냥 며느리로서 기본적인 도리 외에는 정말 우러나지가 않습니다.

"나는 너랑 같이 안 살아봐서 그런지 니가 어렵다"는 말씀 제 앞에서 두어번 하시던데

"에이~ 뭐가 어려우세요. 편하게 대하세요." ------> 요런말 죽어도 안나오더라구요.

저희 엄마한테 잘 하는 제 남편 생각하면 저도 시어머니께 살갑게 하고 싶은데
시어머니한테 섭섭한 생각 다 떨쳐 버리고 제 할 도리만 하자고 거듭 다짐 해왔어도
제 맘속에서는 하나씩 계산하고 쌓아두고 있었나봐요.

요즘 늙느라고 그런지 날만 흐리면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는 어머니 전화 받으면
슬며시 짜증이 나면서도 안쓰럽기도 해요...

이러다가 돌아가시고 나면 정말 죄책감에 시달릴텐데...마음이 열리질 않네요. ㅜㅜ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일까요....맘 속에 늘 돌덩이가 들어앉아있는 것 같아요.

IP : 58.124.xxx.18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복
    '08.8.22 12:01 PM (58.121.xxx.168)

    정말 따뜻하고 훌륭한 며늘님이시군요.
    애 키우고 힘들다보면
    나 키워준 부모님도 가끔씩 힘들게 느껴지더군요.
    더이상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 같네요.
    행복하세요.

  • 2. 마음 가는대로
    '08.8.22 12:09 PM (211.225.xxx.100)

    만 하세요.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게 현명할거 같아요.
    저같으면,,, 님의 반에반도 못해요..

  • 3. 그게요
    '08.8.22 12:17 PM (118.91.xxx.8)

    마음을 감추고.. 너무 억지로 행동하다보면 그게 병이 되더라구요
    저도 예전에는 모범적인 나에게 맞추고 주위상황이 어떻든간 최소한 나는
    모범적, 도덕적이 되도록 하려고만 애썼는데요
    가슴속을 너무 외면하면 그게 병이 되더라구요.. 서서히 풀려가는대로 행동하세요..
    하지만, 연세가 많은시니 시간이 그리 많은건 아니네요
    그 연세의 분들은 어느순간 갑자기 이별하게 되더라구요..
    혹시 가슴속 대화를 하시게 될 기회가 생기면 속깊은 대화후 맘을 좀 풀고.
    그 담에 가슴에 우러나오는 애교를 보이시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쉽진 않겠죠?
    잘 풀려나가시길 빌어요

  • 4. 마음 가는대로
    '08.8.22 12:23 PM (58.225.xxx.69)

    원래 처음부터 마음주지 않고 시누이만 챙겼으니
    그런대접 받는게 당연하다고 봐요.

    조금이라도 살갑게 대했드라면 이런지경까지 되겠어요.
    오로지
    내살붙이 만 식구라 생각하고
    그리 행동하시니...

    마음 가는대로 하세요.
    일부러 애교있게 살갑게 대하려 애쓰지 마세요.
    그동안
    해온게 있으니 이제 님이 살만하니 님께 더 비빌언덕 만들고 싶어하시며 미안해 하시는거 같은데

    너무 세월이 지난거 같아요.

  • 5. 써놓고 보니
    '08.8.22 12:24 PM (58.225.xxx.69)

    마음 가는대로 가


    위에 답글 달은분이랑 제목이 같으네요...

  • 6. 애환
    '08.8.22 12:47 PM (122.32.xxx.139)

    78세지면 나이 많이 드셨네요.
    저도 시댁에 많은 설움가지고 살았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가 더 많이 남더라구요.
    시어머니 간암으로 보내드린후 참 많이 후회되더라구요
    그렇게 죽도록 시댁미워하면서 살았는데 그 덕에 제가 병을 얻더라구요.아프고나니 참 부질없네요
    혹 제가 죽더라도 이 미움 가지고 죽으면 뭐하나 싶고.
    그러던중 시아버지가 제 위암수술후 미안하시다고 한밤중에 전화하셨더라구요
    자다가도 일어날만큼 미워하며 살았었드랬는데.
    그 한마디에 그냥 미움이 녹아져 버렸습니다.
    저도 말없이 한참을 울었지요 한편으로 아프고나서 이러면 뭐하나 하는 원망도 들긴했지만
    그편에 미움을 버리고 나니 제 마음에 자유가 찾아왔지요.
    시어머니 돌아가시면 그때 한마디 따듯하게 안나갔던게 애잔하게 남으실꺼에요.
    잘안되는 마음 100으로 넘치게 이해하지만.
    떄론 용서도 많은 행복을 주더라구요^^;
    주제넘게 한번 써봤어요

  • 7. ..
    '08.8.22 2:48 PM (119.64.xxx.39)

    본인글에 시어머니의 입장을 정리해놓으셨네요.

    시누이애들 봐주면서 무료봉사한다.- 신용불량상태인 딸내미한테서 무슨 돈이 나와서 받겠습니까?
    그나마 애봐주고 딸내미 일이라도 해야, 그 집안 먹고 살죠.
    시아주버님네 부부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부부 사이에 누워서 잘 정도니까, 그 부부가 이혼했죠.
    원글님 야속하다.어쩌다.그러지만 그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 며느리 심정을 어땠을까요?
    솔직히 제가 글을 딱 읽어봐도, 원글님네 부부가 먹고 살기 젤 낫고요.
    그나마 그 시어머니가, 원글님한테는 잘못한것도 없어 보이네요.

    시누이,시숙이 잘먹고 잘사는것도 아니고, 거기서 뭘 더 어쩌라는건지??

    본인이 글에도 적었죠?
    손주가 할머니한테 사근사근하지 못하다고 ..시어머니는 섭섭해하고.
    같이 안자랐으니 당연한거 아니냐고 ....원글님은 반문하고
    시어머니가 원글님더러 어렵다고 했다면서요??? 그나마 용돈이라도 받고, 신세라도 지고 그랬으니
    어렵다고 느끼는겁니다. 눈치본다는 뜻이죠.
    나이 팔순이 다 돼가면서, 아직도 손주 치닥거리하느라 힘든건 생각해보셨는지요?
    당연히 기력딸리고 힘들죠. 그 시어머니팔자도 참 안되셨습니다...

  • 8. ......
    '08.8.22 4:36 PM (211.104.xxx.215)

    ..님 시어머니 살은대로 받으시는것 같은데요 뭐....시누이..시누이...타령했으면 시누이한테 대접받아야죠...아님 그렇게 티나게 하지 마시던가....미안하다고 하시던가..어른이라고 자식한테 미안하다고 하는거 못할게 아니죠...위에 어떤분 시아버님 전화와서 미안하다 한마디에 모든게 용서가 되었다잖아요...

  • 9. ....
    '08.8.22 6:01 PM (125.178.xxx.167)

    마음을 열필요가 없습니다..시어머니에게는...

  • 10. 초승달님
    '08.8.22 11:47 PM (222.236.xxx.79)

    저도 님 마음과 같아요.. 어느순간 살짝 열렸다가도 다시 원상태고요..저는 남편에게도 사실 자존심상해서 말을 못하고 내색을 안합니다. 제가 이런대우를 받는것..이걸 남들도 알겠지만 제 스스로는 내색안하려고 애쓰면서 살아요..

  • 11. 쿨맘
    '08.8.23 1:01 AM (119.64.xxx.114)

    시어머님을 포함... 시집 식구들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느끼는 순간, 제가 뭔가 오해받고 바보됐다는 느낌 또한
    들더라구요.
    시댁과는 그냥 공식적이고 정중한 관계로 끝내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괜히 순진하게 접근했다가는 책잡히기 딱 좋은게 시집
    식구들인 것 같아요.
    제 편일 수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냥 말 조심하고, 될 수 있으면 거리를 두고, 그럭저럭
    지내는게 낫더라구요. 현실이요....

  • 12. 샐리
    '08.8.23 2:02 AM (119.64.xxx.94)

    네. 님이 할 수 있는 것 목록 만들어서. 해드리세요. 님을 위해서... 그리고 고생하신 시어머니를 위해서. 자원봉사도 하는 데 라는 마음으로 하면 할 만 하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6153 조중동 거짓 그리고 진실 3쇄 주문 하실분 보세요 2 흐.. 2008/08/22 545
406152 [명박퇴진]칭찬할때 이런방법은?..ㅋㅋ 1 히이잉 2008/08/22 248
406151 심재철씨가 글 삭제중인가봐요? 1 흐.. 2008/08/22 479
406150 임대인이 해외로.. 3 전세 2008/08/22 368
406149 아점으로 라면 먹어도 되겠죠?? 15 .. 2008/08/22 828
406148 일본 너무 싫어요! 8 KBO야구팬.. 2008/08/22 649
406147 시민과언론 특별호모음 <조중동의 거짓 그리고 진실>이 1권에 300원에 판매됩니.. 9 조중동 2008/08/22 187
406146 이동관 "靑·정부, KBS 前임원들 만나 듣기만 했다" 13 mb씨 2008/08/22 281
406145 너무나 전근대적인... 1 에버그린 2008/08/22 192
406144 영어 잘하시는분 도움요청합니다 11 영어 2008/08/22 775
406143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궁합이 있을까요? 6 코스모스 2008/08/22 1,710
406142 같은 동네 도우미 4 궁금이 2008/08/22 906
406141 남편이 색맹 7 아이구 2008/08/22 845
406140 전집중고판매 때문에...... 5 아놔 이제와.. 2008/08/22 490
406139 PC처럼 동영상 보고 검색하는 TV나왔다 3 검색TV 2008/08/22 165
406138 충치 치료비. 13 치과/ 2008/08/22 705
406137 여쭤보려구요, 통신사 이동 아직 유효한가요? 14 노원맘 2008/08/22 392
406136 현재 낮 12시 - 11시 기상, 삼겹살 아점 3 z 2008/08/22 386
406135 비염에 수세미액 먹여보신분들요~ 11 비염은괴로워.. 2008/08/22 933
406134 아버지.. 3 2008/08/22 507
406133 제 물건을 허락없이 손대는 조카 17 난감 2008/08/22 1,342
406132 붓 어디서 구하나요? 2 묵향이 그리.. 2008/08/22 141
406131 가끔 비정상적인 예로 등장하는 시어머니들도 불쌍합니다. 11 에효... 2008/08/22 978
406130 애엄마 친구와의 통화2 12 소심녀 2008/08/22 1,384
406129 시어머니께 마음이 열리질 않아요 12 빗장 2008/08/22 1,042
406128 로렉스 시계 수리 해보신 분 계신가요? 4 궁금이 2008/08/22 437
406127 아래 친정아버지의 연락을 보면서... 엄마 사랑 2008/08/22 447
406126 (wmf 압력솥) 밥이 잘 안되는데, 좋은 경험담 구합니다. .. 13 밥이 잘안돼.. 2008/08/22 902
406125 [숙제] 8월 22일 7 좃중동 폐간.. 2008/08/22 149
406124 우울해요. 3 우울해 2008/08/22 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