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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후기

면님 조회수 : 775
작성일 : 2008-08-17 17:17:19
바쁜 일을 핑계로 몇주 주말집회를 나가지 못했으니 이젠 날라리 촛불이란 소리를 달게 들어야겠지요.
어쨌거나 저쨌거나 부메랑처럼 8월15일 저는 종로로 다시 향했답니다.
이번엔 간단한 옷가지와 세면도구로 가방을 가득 담아서 말이죠. 약속했던 전라도 고창에서 공수해온 복분자주를 챙겨감은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촛불100일 1박2일을 막연히 해방된 자유세상에 흠뻑 취하고자 허락했던 신랑은 막상 당일이 되니 심통이 났는지 대꾸도 안하고 심드렁했지만 어쩌겠어요. 신랑일언 중천금이라고 한다는데 음하하하하!!!
집에 있을땐 해주지도 않던 음식들을 꼭꼭 챙겨 먹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나섰을때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지더군요. 이휴...... 아무리 하늘님이 태클 걸어도 어쩌겠어요. 촛불은 계속 밝혀야죠.

815 건국절 쩔때 아니죠, 광복절 맞이 플래시 몹이 있는 인사동으로 향했을때 깜딱!!!! 놀랐답니다.
어찌나 많은 회원분들이 계시는지.... 그렇게 많이 모이시면 어떻게해요. 올림픽에 관심도 좀 갖아주셔야지요.^^
회원님들과 촛불을 밝힌 날 중 저에겐 이 날이 최고로 많이 모인 날인듯 싶답니다.
그러다 얼렁뚱땅 길바닥에 누워 죽은듯 웅크리고 있다가 "깨어나라 대한민국"을 듣고 유관순 언니들 따라 일어나 흩어지면 되는 퍼포먼스에 참가했답니다.
뭐~~ 유관순 언니들이 우리를 지나치지 않아 언제 일어날줄 몰라 좀 버벅거렸던거 빼고 자세에 대한 고민없이 얼결에 가방을 깔고 엎드린 바람에 보도블럭과 한동안 눈으로 맞장을 뜬 거 빼고는 나름 보람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이어 보신각에서 신3계앞으로 이동했고 저는 가방무게에서 벗아나고자 잠시 자리를 이탈했드랬죠.
혼자 보내지않고 길치인 저와 함께 다녀주신 푸아님 감사해요.
잠시라고 생각했던 순간후에 다시 합류하려는 우린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주위에서 배회하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미 연행이 시작된 상태더군요.
지난 8월 5일 귀하신 분 온다길래 환영하러 갔다가 뺨맞은 격인 보신각 월담(??)사건이 떠오르더군요.
아름다운 청년 이길준군이 또 있을지 모를 희망을 느꼈던 젊은 전의경들에게 공포와 분노로 떨었던 그 날이후 또다시 그들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저는 그 눈빛들을 바로 쳐다보지 못했답니다.

촛불의 불을 밝히기도 전에 쫓겨난 저와 푸아님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회원분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그때까정 도로가에서 뻘쭘한 2인촛불시위를 하며 빡!씨!개!!! 한번 외쳐보지도 못했답니다. T,.T
다시 만난 회원분들의 심장떨리는 상황설명을 들은 후 저와 몇몇분은 촛불들이 모여있다는 탑골로 다시 향했답니다.
그곳에서 아기천사맘님도 만나고 어찌나 기뻤는지 지난 얘기하며 울먹거리는 눈빛에 제 가슴도 쓸어내렸답니다.
휴~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시청광장은 뻥 뚫려있더군요. 관상용 잔디는 잘키워 수출할 생각인지... 서울시민인 저를 밀어낸 잔디가 얄미워 사뿐히 즈려 밟아주었답니다.

그리고 새벽시간....
회원분은 아니지만 매주 주말마다 올라오셔서 밤샘 촛불을 하고 내려가신다는 충청도아줌분과 회원분들의 끝장토론이 벌어졌답니다.
제가 가져온 복분자주나 맥주는 큰 인기가 없더군요. 다들 술이 약하셔서 목을 축이는 정도.... 다들 가슴가득 담아두었던 촛불이야기에 날을 꼴딱 새우고... 저는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답니다.
아~~ 날새기는 한때 우스웠는데... 이융...

촛불 100일의 광복절을 기념하고 단합한번 해보자는 1박2일은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답니다.
체크아웃을 해야할즈음 깨어난 저는 창밖으로 서울시청광장을 내려다 보았답니다.
손바닥만한 땅조차 촛불들에게 내어줄 여유도 없는 이 정권에게 더이상 기대할 것이 무엇일까요.
언제까지 촛불을 들어야 할까요.
우리는 결국 이길수 있을까요.

그 답은 용산역에서 충청도행 기차를 타려고 내리시는 한 주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내 맘속에 이미 알고 있는 듯싶었답니다.
IP : 121.88.xxx.12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hua
    '08.8.17 5:29 PM (218.52.xxx.102)

    에고~~ 이제서야 1박2일 촛불집회 스토리가 펼쳐지네요. 많이 기다렸슈~~우

    새벽 1시쯤 님들이 장악한 (?) 시청앞 잔디를 같이 밟아 보려 나갔더니 그새 철수하구...

    냉장고에 두고온 복분자가 전철을 타니 생각이,,,, 기회를 놓치다니,,,,

    결혼 24년만의 외박 !!! 그것두 맘 잘 통하는 님들과 함께여서 ,아직까지 흥분이 가슴속에 ,머릿속에

    꽉꽉 자리하고 있답니다, 좋~았~어~요~~.

  • 2. 구름
    '08.8.17 5:39 PM (147.46.xxx.168)

    거의 비슷한 곳을 다녔는데, 전 마지막을 동대문에서 험한꼴을 보며 분노로 삭혔답니다.
    이노무 사복 백골단은 이메가 정부 끝나면 완전히 파면이다. 어떻게 국민들을 동물처럼
    서로 잡아가려고 끌고 당기고.... 나쁜 놈들 아무리 시켜서 하는 일이라도 저렇게는 못합니다.
    어디 끝까지 가보자 한번...

  • 3. phua
    '08.8.17 5:44 PM (218.52.xxx.102)

    구름님!! 죄송해요, 구름님이 동대문에 계실 때. 저흰 프라자호텔에서

    시국토론을(?) 을 했습니다. 진지했었다는 것,, 말씀드리구 싶은데, 너무 편한 곳에 있어서

    죄송한 마음이,,,, 방에 원글님이 삼양컵에 촛불은 켜 두었답니다.

  • 4. ..
    '08.8.17 5:49 PM (58.225.xxx.170)

    저는 동대문 진행을 몰라 신세계에서 종각으로와 시간만 죽이고있었네요.
    동대문에서 우리시민들 험한일 많이 당했나봐요? 안타깝네요
    인사동에서 시체놀이할때 첨부터 자리잡고 아예누워버리면 되는데 엉거주춤 누웠다가 팔과허리아파 죽는줄 알았네요,그래도 참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감격에 눈물도 찔끔~^^

  • 5. 오리아짐
    '08.8.17 5:53 PM (222.118.xxx.168)

    구름님!
    견찰과 백골단이 시켜서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놈들 머릿속에도 쥐바기와 똑같이 떵만 가득차 있을거예요.
    아님 그중에 한명이라도 항명하는 자가 있어야 겠지요.
    육군으로 보내달라거나 귀대하지 않고 탈영(?)을 감행하고 기자회견했던 전경처럼요.

    극우 보수인사들(뉴또라이, 고엽제 전우회, 참전 용사회......등등)과 같이
    똑같은 넘들입니다.

    애고!!!!!!!!!
    나라꼴이 어찌 될려고 이러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 6. 인사에서 동대문까지
    '08.8.17 7:33 PM (59.10.xxx.235)

    인사동의 광복절 포퍼먼스 감동이였습니다.
    인터넷 촛불 커뮤니티 연대의 꽃이였습니다.

    탑골공원으로 갔으나 원천봉쇄로 신세계로 향했습니다.
    대학로 전대협 집회자들은 전철로 이동,이미 1만여명이 모여있었습니다.
    무자비한 진압으로 무너졌습니다.

    종로3가로 향했습니다.
    명동서 종로로 조용조용 이동하는 모습들이 마치 순례자 같았습니다.
    어느듯 골목 곳곳에 5천여명이 여기저기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겁도없이 수송차,물대포차가 시위대 사이를 가로지르려합니다.
    명동서 열받은지라 시민들 호송차,물대포차 부셔놓았습니다.
    놀라 종각쪽 전경들 허겁지겁 몰려옵니다.

    자연스레 뒤로 후퇴,동대문으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퇴계로 대한극장 부근서 인원은 거의 2만에 육박했습니다.
    행진 길이가 거의 1키로에 달했습니다.

    동대문 도착 시간과 거의 동시에 전경들 청계천 따라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습니다.
    아마 종로3가 물대포차 타격에 대한 반격이었을 겁니다.

    동대문으로 향하면서 생각했습니다.
    마음의 촛불은 절대로 꺼지지 않았다고.
    오히려 분노가 응축되고있을뿐입니다.
    꼭 말로 값을 때가 올거라 확신합니다.

    이제 일상의 싸움으로 눈을 돌리려구요.

  • 7.
    '08.8.17 8:30 PM (125.176.xxx.130)

    잘 들어가셨어요? 고생많으셨어요...
    어제 저도 오자마자 뻗어서 잠만 쿨쿨 잤어요...
    30명 넘는 회원분들 뵈어서 너무도 반가웠고 기쁘고 함께한 모든 분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밤을 꼴딱 세워가며 시국에 대한 토론과 의견 교환...

    결론은 답이 없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의 의견과 제안...참 좋았어요.. 촛불의 방향과 방법...

    우리 그러면 이참에 MT까지 결론을 내요 볼까용? ㅎㅎ

  • 8. 에헤라디어
    '08.8.17 8:52 PM (117.123.xxx.97)

    면님 그리고 인사동에서 만난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수의 회원님들 다들 무사히들 귀가히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라자 호텔의 후기를 읽으니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촛불의 방향.. 방법.. 요즘 진지하게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소모적인 촛불집회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면 좀더 진보된 방법의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9. 젓가락짝꿍
    '08.8.17 10:09 PM (222.111.xxx.190)

    인사동 길바닥에 바르지 못한 자세로 누워 있었더만....
    지금 목이랑 어깨 연결선(?) 까지 파스를 기냥...ㅜ.ㅜ

    야밤에 전견들 약올리며 횡단 보도 점거하기.. 너무 재미 있었음~
    "사진을 찍으면 제대를 못해요~" 라고 노래 하며 채증 전견들 약올리기도 ^^

  • 10. 우리마음
    '08.8.17 10:36 PM (202.136.xxx.79)

    15일 인사동 시체놀이와 호텔 1박2일 참여하신 회원님들 다 잘 들어가셨져??^^*
    저는 1박2일에 참여하고 16일에 또 나가서 명동성당서 밤새고 17일 아침에 들어왔답니다^^;

    자고 일어나니 창밖이 어두워서 날씨가 흐린가 보다 하고 시계를 보니
    허걱!!! 저녁 9시가 되려하더라구여ㅋㅋ
    2~3시 되었으려니 했던 저는 시계 고장난 줄 알았다는ㅋㅋ

    아침 10시 넘어서 들어와 자기 시작한 것이~ㅎㅎㅎ
    피곤하긴 했나봐여ㅋㅋ

    일요일 집회를 얼마만에 쉬어보는 것인지,,,

    글구 제가 직접 보았던 일요일 아침 명동성당에서의 투석전,,,
    정말 화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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