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하는 세상, 변하려 들지 않는 사람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역시, 복잡해지고 있지요. 그 결과, 최소한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 인간이 알아야 할 것들 역시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이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님들 역시, 무언가를 더 아시기 위해 제 글을 읽고 계신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가진다 하더라도 그게 마음에 쏙 들어맞을 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못 가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계획을 세웁니다.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능력과 노력을 집중해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급하거나 가장 원하는 것부터 해결하기 위해서.
그러나 아직도 계획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세상은 매일매일 변하고 있는데, 단지 자신이 매일 같은 직장에 출근하고 매일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세상은 그리 잘 변하지 않는구나' 라고 착각하며 무계획적인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지요.
좋습니다. 생각하고 사는 게 귀찮을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에 많이 치이는 일에 종사하시는 분들일수록 뭔가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생각하기를 꺼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일들을 몇 가지나마 해 보았기 때문에 이해를 합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이해 '는' 한다고 해야겠군요.
그런데 여러분이 생각하기를 귀찮아 하시는 그 모습을 자녀분이 그대로 닮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셨습니까? 복잡한 걸 꺼려하고,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매번 생각나는 대로 대충대충 대답해버리는 그 모습 말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 때문에, 자녀분들의 미래가 송두리채 부서져 버릴 수 있다는 건 아십니까?
2. 계획성 있는 아이가 공부를 잘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배우는 어떤 학문이란 것들의 특성부터가 사실 계획(적)이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 학문 안에는 나름의 체계가 있고, 그 체계를 뒷받침할 논리와 근거가 있습니다.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산수에서 쓰이는 + - x ÷(사칙연산 기호)를 생각해 보십시오. 저 네 가지 기호들이 바로 사칙연산이란 계산이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자, 동시에 체계라 부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 기호들은 '이 기호들을 이렇게 저렇게 써서 요런 결과가 나오도록 하자' 는 목표 아래 의도적으로(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따라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한 학문의 체계를 깨닫고, 그 체계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을 파악하며, 그 구성 요소들을 '의미가 있는 정보' 로 만들어주는 논리를 이해하여, 그 체계와 논리에 맞춰서 사물이나 세상을 연구해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말이 있지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가운데, 어떤 사람이 더 학문의 체계와 구성 요소와 논리 등을 빨리 파악하겠습니까? 좀 노골적으로 말해서, 둘 중에 어떤 사람이 공부를 할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둘까요? 공부에 공부를 거듭해도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는 바로 이것이 안 되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뭘 공부해야 하는지 '목표' 를 찾지 못하고, 설령 목표를 찾았다 하더라도 그 목표 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 하지 못하면 수에서 수십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어 보았자... 소용이 없겠지요.
3. 부모의 어떤 행동이 자녀를 계획성 없는 아이로 만드는가
여기서 혹, '아 이것도 역시 우리가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구나' 라고 앞질러서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다면 그 생각은 아예 접어두시길 바랍니다.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냐구요?
결국 계획은 자신이 세워야 하는 것입니다. 목표도 자신이 찾는 것이구요. 사실 이 때문에 저는 선행학습을 대단히 안 좋게 보고 있습니다. 어릴 때야 부모 말대로 하면 꾸중들을 일 없이 계속 사랑을 받으며 커 나갈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어릴 때의 이야기지요.
부모가 강요한 대로 자라난 아이들, 다시 말해 부모가 세운 계획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기만 하는 삶을 살아온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가 오면 당황하거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담같다구요? 그러면 매일 밤을 컴퓨터 게임으로 지새우고 학업은 뒷전으로 미뤄두며, 그렇다고 다른 특기를 키우려고도 하지 않는 아이들은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를 계획성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느냐?' 란 질문을 제게 하실 법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는 유사한 답은 알아도 정답은 알지 못합니다. 사람은 계산기나 컴퓨터가 아니지요. 계산대로 움직여 지는 것도, 원한 대로 대답을 내놓는 것도 아닌 게 사람이라는 거 솔직히 학부모님들 연세 때라면 이미 깨달으셔야 하는 것이지요. '약만 실컷 올려놓고 한다는 소리가 난 정확하게 모르니 책임 못 지겠소 라니 우릴 약올리려는 것이냐?' 따위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러면 그 유사한 답이나마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목표를 세울 줄 아시는, 다양한 것들을 고려하여 계획을 세울 줄 아시는 학부모님들께는 제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1) 책을 많이 보여준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삶과 다양한 색채, 다양한 단어를 접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단어' 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계획이란 것은 결국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아이가 다양한 단어를 구사할수록 계획도 세밀해지고 더욱 현실적인 것이 될 수 있다(다양한 단어라는 말을 다양한 언어로 오해해서 아이에게 외국어 학습부터 시키는 학부모님들은 없길 바란다. 외국에서 아예 뿌리를 내리고 살지 않는 이상, 아이가 써야 할 말은 외국어가 아니라 한국어다).
2) 아이가 뭔가를 만들려 할 때(혹은 부쉈을 때) 지나치게 꾸중하지 않는다. 특히 여자아이에게 인형만 쥐어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님들이나, 뭔가를 자꾸 만들고 부수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를 싫어하는 부모님들은 내 말을 새겨 들어야 한다. 이미 만들어진 인형만 주어 버리는 짓이나, 아이가 스스로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 걸 막는 짓이나 결국 수동적이고 무계획적인(남의 계획에 쉽게 따르는) 아이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아이들이 뭔가를 만들려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스스로가 호기심과 의욕을 갖고 달려드는 일에 대해,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할 일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내버려 두는 것이 간섭하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3) 아이의 엉뚱한 질문을 가로막지 않는다. 상상력이 없는, 너무 틀에 박힌 생각만 하는 아이들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획이란, 기본적으로 지금의 현실과 다른 현실을 만들기/갖기 위해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현실을 꿈꿀 수 있는 상상력을 꺾어버리는 짓이 바로 아이의 엉뚱한 질문을 막아 버리는 것이다.
4) 부모는 아이에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고, 부득이하게 어겼을 경우 사과를 반드시 하고, 어긴 약속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또한 집안의 큰 일을 추진할 때, 자녀의 의견도 포함시키면서 일을 계획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필요하다.
4. 끝으로...
인간의 역사는 승리한 자에 의해서 쓰여진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승리한 자, 강한 자, 센 사람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힘이 센? 아닙니다. 영화 황산벌에서 배우 정진영씨가 열연했던 김유신 장군은 이런 대사를 남겼습니다.
'강한 놈이 살아 남는 기 아이라 살아 남는 놈이 강한 기야!'
제 글을 읽고 미래를 고민해 볼 만한 여유를 누리고 계신 학부모님들 역시, 살아 남은 분들이시지요. 그런데 여러분들께서 살아 남은 게 단지 운이 좋아서, 혹은 여러분 스스로가 잘나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들의 부모님들께서 여러분을 살아 남게 하기 위해 노력하신 것도, 계획하신 것도 빼먹지 말고 이야기해야겠지요.
머리가 좀 돌아가시는 분들은 자녀를 위한 계획을 세우면서, 학부모님들의 부모님들께서 어떤 노력을 하셨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도 돌이켜 보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부모님이 여러분을 키우실 때 했던 노력에 대해 감사하실 기회도 어쩌면 있을 겁니다.
철들면 간섭도 사랑이라는 거 느끼게 되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자녀들이 여러분의 간섭을 먼 훗날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고 고마워 할 때, 자식 농사 지은 보람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자녀들에게 사랑받는 삶도 준비하십시오.
계획 세워서 말입니다. ^^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아이교육에 도움되는 글...
ㅠ.ㅠ 조회수 : 447
작성일 : 2008-08-14 16:48:30
IP : 203.250.xxx.4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여행
'08.8.14 5:25 PM (211.211.xxx.37)좋은글 고맙습니다~^^
2. 시간많을때
'08.8.15 2:05 AM (220.122.xxx.155)두고두고 새겨서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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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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