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기고문
대통령과 아이들과의 약속
김 대 유
학교자치연대 대표
아이들을 위한 보건교육이 지금 된서리를 맞고 있다. 학교 보건교육은 그동안 찬밥신세였다. 보건교사들이 이 교과 저 교과의 시간을 잠깐씩 빌려서 남의 이름으로 보건수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범교과수업이라도 받는 학생은 행복한 편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입시교육에 몰두하면서 보건수업은 거의 실시되지 않았고 전국에서 성교육을 가장 등한시한 대구지역에서 학교 성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1달러를 투자하여 보건교육을 실시하면 14달러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미국 CDC(질병관리본부)의 통계는 보건교육의 가치를 말해준다
‘보건교과 도입’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그나마 어설프게 존재해 온 성교육마저 금년 12월이면 학교자율화 조치로 인해 폐기처분된다. 지침이 폐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남은 대안은 성교육 등을 정규 교육과정에 담는 길밖에 없고, 그 방법은 보건과목의 부활이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2007년 11월에 통과된 학교보건법에 의거하여 법 시행 일자인 2009년 3월1일부터 초등 5 ․ 6학년 아이들이 주당 1시간씩 보건수업을 받을 수 있게 교육과정을 수정고시하기로 하고 중등에서는 선택과목을 도입하고자 결정했다.
사실 교과부 입장에서도 보건교과 추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집권하면 즉각 보건교과를 도입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교총과 전교조의 공식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정책연구와 전문가협의회, 공청회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교육과정심의회에서는 체육과 교수 등의 반대가 심했지만 유일하게 표결을 강행한 운영위(중학교)에서조차 보건과목 도입에 찬성 10명 반대 5명으로 보건교과 도입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이변은 항상 권력의 핵심부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교과부 및 교육청의 체육 장학관 및 교장, 교수들로 구성된 학교체육진흥연구회가 7월 21일 시도교육청의 평생교육체육과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수석비서관을 방문하여’ 반대 의지를 전달한 후 체육수업 축소 시도, 즉 보건과목 추진을 유보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그들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청사 후문에 체육과 대학생들로 1인 시위를 배치했다. 보건과목 반대의 이면에는 체육과 졸업생들을 초등의 중초임용 전담교사로 진입시키려는 체육과 교수들의 밥그릇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정책에 반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인 체육진흥회 등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행정절차가 다 끝난 정책을 유보시키고, 그 내용을 시도교육청 평체과장에게 공문으로 시행한 것은 분명 국정문란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체육학회 등은 교육과정심의회에서 보건과목이 부결되었다는 거짓말을 공식자료로 배포하기까지 했으니 대학교수들의 양심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청와대와 교과부다. 일반교과 교사 출신들로 구성된 교육과정기획과는 지금 체육진흥회등의 반대기류를 타고 갈지자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미 4000만원의 정책연구 예산이 집행되었고 보건복지가족부의 교과서 제작지원이 이루어졌으며, 자문기구인 심의회의 자문에 이르기까지 행정절차가 다 끝났다. 이 시점에서 교과부는 ‘이 법은 교과도 필요 없고, 교육과정 고시를 2009년 3월1일에 시행해도 된다’ 는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심의의뢰 했다(7월31일).
8월10일 고시기한 넘기면 보건수업 사라져
교육관료들이 스스로 누워서 침뱉고 자해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청와대 정 모 수석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잊지 말라. 당신의 공약이다. 8월 10일 고시기한을 넘기면 아이들은 내년부터 보건수업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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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아이들과의 약속
내일신문 펌 조회수 : 213
작성일 : 2008-08-14 00: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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