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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지나..? 왜 잘못산거 같지?

아침수다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08-08-13 08:13:58
딸, 아들이 있는데 둘 다 대학생이니
손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앞으로 진로, 직업, 배우자 선택등.. 묵직한 염려는 있지만
이런 문제는 자신들이 선택하고 결정할 문제들이라 생각하죠.

요 며칠 딸 혼사준비하는 지인을 따라 다니다
그분이 자신의 딸 아들에게 대하는 마음을 보면서..
내가 우리아이들에게 아주 냉정한, 혹은 무심한 엄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기본적으로 남의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서
누군가 자신의 얘기를 해줘도 금방 잊어요.

아이들 어릴 때 아파도
애가 특별히 가기 싫다고 안하면, 유아원 같은데 그냥 보냈었어요.

가족이 모두 모여 먹는 식사시간에 안먹으면
따로 뭘 해서 먹일 생각도 안했던 것 같아요.
아침 안먹으면, 점심에는 먹으니까
그냥  좀 굶고 먹는거 뭐 큰 대순가  그렇게..

남편은 물론  애들 초, 중,고 때도 아침에 한번도 깨운적이 없었어요ㅠㅠ
개학식날 같은때 놀던습관으로 지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 다음날 부터는 다시 자기들이 알아서 알람하고 일어나더라구요.
아마 우리애들은 엄마 믿었다가는 안깨워 줄꺼라고 생각했었는지..

애들 학원도
유치원까지 이 후 내가 먼저 이거해라 해본적이 없던 것 같아요.
초등 저학년 때 마냥 놀다..  이웃친구들이 미술학원가면
자기도 가고 싶다하면 보내고  싫다하면 그래 그만둬라.. 뭐 이랬던것 같고ㅠㅠ

직장맘도 아니었고, 혈액형도 에이형에  소심한 면도 있고 내성적인 면도
있고, 살림할 때는 꼼꼼한 면도 많은데.. 도대체 난 뭐에 집중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집에서 티비도 잘 못봅니다.
연속극도  언제하는지 시간 못 챙겨 못보고,  아니 드라마 볼라고 했던 생각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집안 살림은 잘합니다.
반찬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잘해요.
그런데 청소도 남편과 내공간만 건드리고
애들 책상위나 서랍은 안건드리고 바닥청소만 해요.
애들 물건은 내 소관이 아니라는 생각에..

올 여름방학동안
아들녀석 집에서 내가 차려준 밥먹은게 두세번?
애들 어릴 때 부터 남편은 온가족이 모여 밥먹는 분위기를 원했는데
애들이 좀 크고 나서는  밥시간을 맞추려면
모든 식구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서
전기밥솥에 밥, 가스렌지위에 국, 찌게, 생선조림등등 더운음식,식탁위에
감자볶음 계란찜등..일반 반찬,  냉장고에 김치, 멸치조림, 장아찌, 장조림등..밑반찬을
늘 준비해 놓고 먹을 사람 순서대로 먹었어요.

내가 있으면 차려도 주고 없으면 알아서들 먹고..
남편은 늘 불만했는데, 나도 온가족이 함께 먹으면 좋겠지만..
애들과 시간이 안맞아서 그런걸 왜 불만할까 이해를 못하는 쪽이었죠.

사실 아래 성적표 부모확인 위조경험에 대한 글 보고
역시 내가 무슨 문제있는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이글을 쓰고 있는데
성적표 보고 뭐라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던것 같아요.
지들보고 찍어가라고 한적도 많고..
큰애가 중학교 때 학습지 선생님께 우리엄마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어요
했다는 말까지 들었죠.

요즘 물었어요.
엄마가 좀 닥달하고 챙겼으면 니들이 지금 좀 더 나아져있을까?
딸애는 뭐 그닥 달라졌을꺼 같다고는 안하고
아들애는 간섭했으면 자긴 가출했을꺼라하고

둘다 남들이 보기에는 좋은대학 좋은과에 다니는데
둘다.. 다니면서 보니 자신들 적성과 다르다고 전과나
편입을 생각한다하는군요.
것도 지들일이니 지들이 알아서 할꺼라나 뭐라나..
남편은 복에 겨워 저런다고,, 못마땅해 합니다.
애들이 바꿀라고 하는게  어른들 보기에
전만 못한 전공이거든요. 밥벌이 시원찮을..
그래도 어쩌나요.. 한번뿐인 인생 지들이 살고 싶은대로
살겠다는데.


전 뭔가 어려운일이 생기면  남편에게도 잘 말안하는 편이예요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할 일이라면  인터넷검색해보고 해서
혼자서 처리하고 말고, 남편은 회사의 작은일도 일일이 말하는
편이죠.
난 애들이  이해가는데
남편은  나 닮아서 애들도 똑같다고 불만입니다.
자식일도 시시콜콜알아야하고 뭔가 함께 의논해서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성향이라 그런지 매사 서운해하죠

제가 요즘 늙는지..
이웃지인이 자식들일에 벌벌벌 떨며
애지중지 온정성을 쏟는걸 보면서  애들에게나 남편에게나 너무 무심한 엄마는 아닐까
되돌아보게 됩니다.

애들과 좀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누고 싶으면
주로 이메일을 이용해서  감정교류는 있는편이예요

말보다는 글로 하면 감정도 내용도 정제되는 것 같아 제가 좋아하거든요.

요즘도 제 머릿속엔 아이들 미래걱정보다는
남편과 제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하나 .. 뭘 준비해야할까
이런생각만 그득한 걸 보면,
자식에 대한 애착이 그닥 없긴 한 것 같아요.

쓰다보니 괜히 요점없는 수다가 됬네요.
그냥.. 나도 모르는사이 뭔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
살짝 우울한 기분? 에 넋두리 합니다.  
요것두 소심한 에이형의 한면이죠?^^





IP : 58.230.xxx.200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짝
    '08.8.13 8:20 AM (58.121.xxx.168)

    애들은 님처럼 키워야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결혼해서도 잘살고, 그렇게 큰 사람들이 독립심도 강하고,
    정답처럼 키우신 거 같은데, 웬 회한일까요?
    안가본 길에 대한 미련일까요?

    모범엄마입니다.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마마걸,마마보이 그거 좋은 거 아니잖아요.

  • 2. 음..
    '08.8.13 8:38 AM (220.75.xxx.173)

    자식 입장에서는 조금은 서운할거 같아요.
    뭐 그렇다고 원글님이 부모의 역할을 안하신것도 아니고 아이들 스스로 판단하게 기회를 많이 주신거 같아요.
    제가 원글님 자식 입장이라서요. 엄마가 이것저것 챙겨주는집 아이가 참 많이 부러웠어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 제 아이를 끔찍히 챙기는건 아니지만 아이 나름이겠죠.
    혼자서 척척 잘해가는 애들도 있고, 엄마가 도와주지 않으면 헤매거나 엉망인 아이들도 있고요.
    전 온 가족이 같이 식사하는걸 강조하는 편이예요.
    시집에 가면 남자들 먼저 밥을 먹는데, 제가 거의 레볼류션을 일으켜서 차라리 시집 식탁에 앉지 않을 망정 가족이 따로따로 밥먹는 꼴을 못봐줍니다.
    가족끼리 여행 많이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남편 거의 질질 끌고 다닙니다.
    엄마가 아이들 위해 많이많이 노력한다는 모습을 꼭 보여주는편이예요.
    아이도 그걸 인정하고요.

  • 3. 답이 있을까요?
    '08.8.13 8:57 AM (61.66.xxx.98)

    애들이 어머니에게 큰 불만이 없으면 된거죠...
    정말 애들 나름이라...똑같은 방법으로 길러도 어떤애는 그게 맞고,
    어떤애는 반항하고 튕겨나가고....
    요새는 다 팔자소관이다...그리 생각되네요.
    이런 부모 만난것도 애 팔자,그런 애 만난것도 부모팔자.
    그냥 그때 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하는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봐요.

    다만,저도 원글님 처럼 자신이 제일 중요한 어머니 밑에서 컷는데요.
    큰 불만은 없지만,친정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런 마음은 없네요.

  • 4. 저도
    '08.8.13 9:11 AM (210.223.xxx.238)

    원글님처럼 쿨~~ 하게 살고 싶은데 생각보단 안되네요...
    아무래도 집착하게 되고...
    저는 원글님이 이상한게 아니라 장성한 자식들에게 끈을 놓지 못하는
    다른 분들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되어요...

  • 5. Eco
    '08.8.13 9:18 AM (121.174.xxx.99)

    짝짝짝!!!

    나이스!

  • 6. 토끼엄마
    '08.8.13 9:20 AM (121.146.xxx.100)

    짝짝.. 어머님 열심히 사신거예요.
    어머님처럼 사시는거.. 저희 친정집이구요. 그 혼수준비한다는 지인집이 저희 시댁과 같습니다.
    친정에서는 무척 자유롭게 자랐어요. 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는이래야한다 소리 들어본적 없구요.
    방청소 내물건 내공부 스스로 하고 컸습니다. 아침알람 맞춰 일어나는거 습관되어 있구요.
    어디가면 성실하단 소리 들어요.
    항상 나서지 않으셔도 밥먹으라잔소리 하지 않으셔도 밥 반찬 챙겨주시고 ..
    책상치워라 잔소리 않으셔도 방청소 눈에 안띄게 슬쩍슬쩍 해주시는거 저는 항상 고마웠어요.

    ... 근데 시댁에서는 친정부모님들께 무심하다 하시네요.
    남편집은요. 형제셋 모두 서른이 넘었는데 부모님 손수 깨우십니다. 끼니마다 국반찬 손수 차리시구요. 물론 온가족이 함께 식사를 합니다. 온집안청소 다큰 아이들 속옷 양말까지 어머님 혼자 세탁하시구요. 아직도 하루 있었던 일 꼬박꼬박 말씀안드리면 서운해합니다.
    물론 공무원 준비하던 큰아들(남편) 모의고사 성적까지 아셔야 했지요. 울남편 그 스트레스에 호흡기 장애가 와서 시험포기했지만 아직도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끔찍하십니다.
    아이셋 모두 직장에 실패했지만 집안이 넉넉하니 끌어안고 사시겠다 하시네요.

    저 작지만 제가 벌은 돈으로 결혼 준비했구요. 신랑 100% 어머님이 내주셨습니다.
    물론 금액적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준비기간 내내 시어머니 서운하다고 하셨지요. 친정에서 어떻게 이렇게 시집을 보내냐구요.
    또 살면서 그러십니다. 내가 어떻게 키운 아들인데 너희는 나한테 이러면 안된다 입에 달고 사십니다.
    들어와 살길 아직도 바라시면서 큰방하나 비워놓고 있지요.

    숨이 턱턱 막히는것 같아요.

  • 7. 저도
    '08.8.13 9:35 AM (211.189.xxx.161)

    박수를....
    다만
    원글님이 좀 더 본인에게 집중하셨음 더 좋았을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자식은 그렇게 쿨 하게 키워야
    민폐 안끼치고 (배우자와 주변인들에게)
    세상에서 제 몫을 찾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잘 키우셨네요...

  • 8. 너무
    '08.8.13 9:49 AM (222.109.xxx.140)

    부럽습니다.. 우리애들은 초딩인데 맨날 전쟁입니다... 마음을 비워야 되는데
    집착아닌 집착으로 아이들도 저도 많이 힘드네요.. 그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해야 되는데 잘 안돼요..

  • 9. 잘 하셨네요.
    '08.8.13 10:00 AM (125.184.xxx.8)

    원글님도 또 자제분도.....각자 알아서 하는거.
    따로 또 같이.....이게 말이 쉬워서 그렇지 사실 어렵습니다.
    엄마는 큰맘 먹고 풀어줘도, 애가 전혀 안 따라와주는 경우도 왕왕 있고요.
    제가 원글님 처럼 살고 싶은데, 아직 맘이 안 넓어서 겉으로는 애들한테 쿨 한 척하지만 속은 애 태우는 스탈입니다.
    울 애들도 엄마 믿다간 망한다~ 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ㅋㅋ
    그리고 제 하고 싶은 공부 시작하니까 자연 애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더군요. 마 딱 좋습디다.

  • 10. .....
    '08.8.13 10:21 AM (211.202.xxx.79)

    울엄마랑 비슷하신 분이네요....저도 독립심 강하고 제 할일 알아서 잘하고 남들보기 괜찮게 살고 있는데요....부모님과 살뜰한 정이 별로 없어요 결혼하고 전화도 잘 안하져...엄마는 왜 전화도 안하냐고 이제서야 딸과 정을 나누고 싶어하시지만...오랫동안 습관들여져온 감정표현이 이제서야 새삼 달라지기도 어색하고 별로 엄마가 그립지도 않아요....님이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쿨하게 사실수 있다면 다행이지만요.....나중에는 식구들과 함께한 밥 한끼가 그립지 않을까요?

  • 11. 중심
    '08.8.13 10:38 AM (124.28.xxx.129)

    좋아 보이십니다.
    무심한듯 중심을 잘 잡아 주신듯 하고
    자녀분들도 잘 성장하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완벽할 수 없으니 내가 부족했던 부분에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그렇듯이, 세월지나면 지난 시간이 그립고 또 아쉽기도 하겠지만
    그때에 맞는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중심을 지키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원글님, 멋지십니다!

  • 12. 무슨 말씀을
    '08.8.13 11:03 AM (211.40.xxx.42)

    잘 사셨습니다.
    전 원글님 처럼 될려고 무지 애 쓰면서 삽니다.

  • 13. 저는
    '08.8.13 11:19 AM (211.213.xxx.82)

    원글님처럼 살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정말 멋지십니다..^^
    간섭한다고 애들이 달라지지는 않더라구요. 그건 엄마의 관심이 아니라 간섭과 잔소리일뿐..

  • 14. .
    '08.8.13 11:44 AM (119.203.xxx.200)

    저도 일단 박수를...
    저도 원글님처럼 하고 싶은데 게을러서 미리미리 준비 못해 놓습니다.
    고딩 아들 11시에 집에 오는데 저 졸려서 못기다리는 날 많아요.
    아이가 알아서과일 챙겨먹고 아침엔 제가 일찍 일어나서 도시락 준비하고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고 원글님 아이들처럼 하는데
    둘째가 웬수예요.
    중1인데 항상 투덜거리고 불만 투성이고 알람은 두개나 해놓고도
    정신없이 자서 매일 깨워야 일어나요.
    오늘도 도시락 싸가는 일이 있어서 유부초밥 싸놓았더니(본인이 원하는 메뉴)
    도시락이 맘에 안들어서 안가져 간다고...
    안가져 가면 알아서 하라고 운동 다녀오니 챙겨갔네요.
    책상위는 얼마나 정신없는지 저도 바닥만 치워줍니다.

    우친 정엄마 원글님 같으신데
    클때 살가운 엄마 부러웠어요.
    근데 지금 우리 엄마 너무 멋집니다.
    75살이신데 혼자 사시고, 복지관에 다니시며 여가 생활, 새벽에 꼭 운동 가시고
    자식한테 절대 신세 안질려고 하시고, 자식이 신경 쓸 일 절대 안하세요.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다 좋아해요.

  • 15. 저도
    '08.8.14 12:17 AM (89.224.xxx.17)

    그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학원도 안보내고 가고 싶다면 보내줍니다.
    중1인데 대학은 원글님 자녀처럼 잘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부럽네요.
    그런데 좋은 대학 못가도 괜찮아요.
    그냥 막연한 자신감이 제게는 있는 것 같아요.
    아들에게 대한 신뢰가 그 바탕인 것 같구요.
    그래서 닥달 안합니다.
    100점 맞으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50점 받았다면 그냥 가족이 앉아 웃으며
    "이런 것도 틀렸네!" 이러고 끝입니다.
    학교 일등이 인생 일등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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