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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기자가 이명박대통령께 드리는 글

nztree 조회수 : 528
작성일 : 2008-08-11 04:48:35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작금의 KBS 사태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라 퍼왔습니다.>

"대통령께 KBS 사장 '임명권' 있다고요?
기자인 제가 대통령 수하일 순 없습니다"
2007 대선때 '이명박 1진' KBS 박성래 기자가 이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이명박 대통령께.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가 다시 자판에 손을 얹습니다. 여느 편지처럼 흰 종이에 또박또박 써서 깨끗한 봉투에 우표를 정성스럽게 붙여 보내야 도리겠지만 이렇게 남들이 다 쳐다보는 곳을 통해 편지를 올리는 제 심정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구중심처에 제 미약한 목소리가 전해질 것 같습니다.

저를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작년 이맘 때 저는 KBS에서 '이명박 1진'이라고 불리던 기자였습니다. 전임 '1진'이던 고 조종옥 기자가 캄보디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후 그 대타가 바로 저였습니다.

제가 훌륭한 기자였다고 말씀드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겐 어울리지 않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몸담고 있는 KBS의 뉴스를 우리 국민들이 제일 많이 봐주신 덕분에 국민들은 저의 목소리를 통해서 '이명박'이란 이름을 제일 많이 들었고 소식도 가장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이 정부에 대해서 책임감 같은 걸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정부가 성공해서 길 잃은 대한민국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도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민들 살림살이도 좀 나아지고 그 덕에 제 형편도 조금은 풀렸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이 정부가 성공해야 여덟 달 된 제 아들 녀석에게 나중에 으스대고 자랑할 거리라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 이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려 적이 당혹스럽습니다. 쇠고기 문제가 그렇고, 검찰 문제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밥 벌어먹고 사는 KBS 문제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들은 전두환 시절 이후 최악의 노골적인 언론장악 기도라고 하더군요.

저는 이 모든 일들이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싶은 대통령의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아랫사람들이야 딴 욕심을 차릴 수 있다 쳐도, '최고의 영예'라는 대통령까지 오르신 분에게 무슨 다른 욕심이 있겠습니까? 그저 제한된 5년 임기 안에 많은 업적을 쌓아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영예로운 자리를 더 영예롭게 빛내는 일 말고 대통령께서 바라시는 일이 더 있으랴 싶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대통령께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평가하셨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인들 다른 욕심이 있었겠습니까? 성공한 대통령은 좋은 의도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입니다.

짧은 소견으로는 대통령께서는 정권 초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세우지 못하면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조급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그래서 실패했다는 판단 때문이겠지요. 좀 무리가 되더라도 검찰이나 감사원 같은 권력기관과 공영방송을 손에 넣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함으로써 경제를 살려내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국민들도 나중에는 박수를 칠 거라고 생각하시는 듯 합니다.

제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여기서부텁니다. 이것은 국민을 돼지로 보는 시각입니다. 대한민국을 커다란 돼지우리로 보는 시각입니다. 도대체 이런 방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저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분들은 검찰과 감사원·공영방송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도대체 쪽 팔려서 못 살겠다"고 합니다. 제 귀에는 이런 말들이 "우리는 돼지가 아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돼지라면 쪽팔리는 일 따위는 없을 테니까요. 이 분들은 그저 잘 먹고 잘 살게만 해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박수를 칠 분들이 아닙니다. 버젓하고 반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짓밟힌다면 불행하다고 느낄 겁니다.

대통령께서는 민주주의보다 실용주의를 강조하시는 분입니다. "이런 일들은 반민주주의적이니 그만 두시라"고 말씀 드려도 크게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미 욕 먹을 각오가 돼 있으신 분에겐 별 의미가 없겠죠. 그보다는 오히려 "이런 일들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씀 드리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들 눈에는 알라를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통령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겠죠.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들 눈에 민주주의를 믿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어떨까요? 법치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들 눈에 법치주의를 모욕하는 것처럼 비친다면 어떨까요?

대통령 말을 듣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겁니다. 검찰을 쥐고 경찰을 쥐고 국세청을 쥐고 감사원을 쥐고 공영방송을 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실용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요.

대통령님, 지난 8일 KBS에서 일어난 5공식 폭거는 비단 정연주 사장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명박'이라는 개인은 때때로 대한민국과 구분되지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어떤 강대국 지도자에게 존중을 받으시면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존중 받았다고 느낍니다. 모욕을 당하시면 대한민국이 모욕을 당했다고 국민들을 느낄 겁니다.

KBS의 사장인 정연주씨도 마찬가집니다. 개인 정연주는 때때로 KBS와 구분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연주 사장에 비판적인 저 역시, 정 사장을 짓밟는 것은 공영방송 KBS를 짓밟은 일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정연주 사장뿐 아니라 앞으로 올 어떤 사장도 정권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짓밟히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공영방송 KBS는 또 짓밟히겠죠. 정연주 사장을 제거한다고 들어와서 공영방송 KBS를 짓밟은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입니다.

최근 대통령께서 중용하시는 분들이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뿐 아니라 해임권도 대통령이 가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하고 술을 마시던 분들입니다. 참 이상한 분들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진작에 말씀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더 따뜻하고 애정있게 보도해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 분들의 말뜻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임명할 수 있고 해임도 할 수 있다. 그냥 사문화된 규정이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해도 정당하다."

참으로 엄청난 얘깁니다.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해 그렇게 온전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KBS 사장은 저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게 되니 대통령의 저의 상관이 되십니다.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제 제가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게 됐으니 인수위 시절 어떤 공무원의 얘기처럼 저한테는 영혼이 필요가 없을까요? 청와대 모 수석의 말대로 그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만 하면 될까요?

대통령께서는 영혼이 없는 감사원과 국세청과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KBS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계십니다. "너희들도 영혼이 필요 없으니 영혼을 이리 내놓아라. 그리고 가서 세 치 혀를 놀려 국민들의 영혼들도 잡아 바치라. 그리하면 일사불란한 영도력 아래서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될 것이다." KBS더러 국정철학을 구현하라는 얘기는 이런 뜻이겠지요.

이런 것이 가능하기나 할지 의문입니다. 비록 가능하더라도 그런 나라는 영혼이 없는 돼지의 나라입니다. 결국에는 불가능할 겁니다. 한나라당이 누누이 강조한 바에 따르면 KBS는 사원의 절대 다수가 사장에 반대하는 조직입니다. 물론 정연주 사장이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것이 큰 원인이겠지만, 누가 사장으로 오더라도 본질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오너도 아니고 임기 3년짜리 사장에게 그렇게 절대적이고 무리한 충성을 바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새 정부의 방침에 국민들이 하나된 모습으로 따라오기를 바라시겠지요. 국민들이 따라 오기를 바라신다면 KBS를 보지 마시고 국민을 보십시오.  

대통령께서 스스로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신다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공영방송을 망치는 결과밖에는 안 될 겁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미국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는 오바마가 국민들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들려 드릴까 합니다.  

"이들은 좌파와 우파,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간의 논쟁을 언제나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단적인 주장과 상식적인 견해, 책임감 있는 태도와 무책임한 태도, 지속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 사이의 차이는 분명하게 인식한다."

이 정부는 여러 가지 복잡하고 현란한 법 논리와 수사를 제시할 것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들로서는 감히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겠지요. 그러나 국민들이 판단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국민들이 법 논리에는 무지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그것이 독단적인 주장인지, 상식적인 주장인지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책임감 있는 행동인지 무책임한 행동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이건 아니잖아?' 오바마는 이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정치적 파산은 대부분 이렇게 해서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법의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고 박종철 군이 '탁' 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탄핵 요건이 어떤 건지 잘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탄핵주도 세력들이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민들이 광우병의 구체적인 사실에 대해 무지했는지는 모르지만 대한민국의 정부가 국민들의 편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가진 상식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자랑스러운 저의 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저의 상관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의 기자는 대통령의 수하일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성래 기자는 2002년과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을 취재했으며,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기간에는 '이명박 1진'으로 이명박 캠프를 취재했습니다. 현재는 KBS 국제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P : 202.169.xxx.58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낭만고양이
    '08.8.11 7:14 AM (82.225.xxx.150)

    가슴 아파요. ㅠ.ㅠ
    국민을 그저 잘 먹여주면 좋아하는 돼지로 보는 대통령이라니...
    돼지 밥주는 사람은 돼지가 통통해지면 잡아먹을 사람들한테 팔아먹는데...

  • 2. 구름
    '08.8.11 7:33 AM (147.47.xxx.131)

    그래서 돼지국밥집에서 선거홍보 비디오를 찍었구나....
    일찌감치 돼지들 잡아보려구...

  • 3. 돼지보다 못해
    '08.8.11 8:19 AM (59.3.xxx.147)

    처음부터 돼지처럼 행동한건 국민들 이었습니다 공황이 미어터지게 해외여행을 가고 주식을 하고 펀드를 해서 얼마를 벌었는지 자랑하는 주제에 경제만 살려준다면 하고 찍은건 국민이었습니다

    도덕성이 밥 먹여주나 경제만 살리면 돼지 하면서 찍어줬으니 돼지 받아야 마땅하죠 ;;; 돼지도 과분해요

  • 4. ..
    '08.8.11 9:22 AM (220.122.xxx.155)

    돼지들은 어쨌거나 밥만 먹여주면 좋아하잖아요. 축사가 깨끗하건 더럽건...
    몇끼 굶기면 더 좋다고 달려들텐데요..

  • 5. ㅎㅎㅎ
    '08.8.11 9:37 AM (221.140.xxx.79)

    암것도 모르고 그저 그지역 출신이라고 지지하던 형님네가 한심스러워 요즘은 전화도 잘 안합니다. 아시지요 어느지역인지???

  • 6. ,,
    '08.8.11 9:58 AM (211.252.xxx.34)

    쥐새끼 지지하던 사람한테 전화해서...그래 좋냐구 했더니 이제 발뺌하던데요...안찍었다고 절대로 안찍었다고.. 허허~~~~허탈하더군요~

  • 7. 제생각
    '08.8.11 10:01 AM (121.151.xxx.149)

    ,,님 요즘 유행하는말이 나는 안찍었어요 이잖아요 ㅎㅎ
    다그런거죠 ㅋㅋㅋ

  • 8.
    '08.8.11 10:02 AM (222.111.xxx.206)

    돼지에겐 미안하지만,,,, 정확한 비유인듯,,,,

    적절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준,,, 박성래기자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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