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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남편 때문에 울던 여자...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인생이 조회수 : 4,329
작성일 : 2008-08-09 05:00:24
얼마전에 이기적인 남편에게 언젠가 복수 하겠다고 울며 글 올렸던 아기엄마 입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41&sn=on&s...
리플로 달아주신 위로와 충고들, 너무나 큰 위로와 지지가 되어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간에 저의 생활과 부부 생활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가 그 글을 쓴 날 오전을 안 넘기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군요. 평소엔 사과를 해도 미안하다는 말을 빼고 두리뭉실 넘어가는 사람이라... 마음이 약간 누그러지긴 하더군요.

그런데 그날 밤에 자려고 누워보니, 이런 상태로는 더이상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기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친정 근처에 가서 도움이라도 받고 살아야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물꼬가 되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한참을 오갔고....
결론은 약 1년 간 아기를 더 키워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합니다. 전에는 제가 무얼 하고 싶다고 하면 다 못마땅해하고 도와주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당장은 제가 아침에 운동을 다니기로 했습니다. 이것도 전에는 제가 아침에 운동을 할테니 출근 전에 아기 좀 봐달라 했어도, 단칼에 거절당했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일주일 휴가 였습니다. 그전 상황상 별다른 계획도 없었기에 적당히 쉬고, 근처 계곡에 잠깐씩 다녀 오면서 보냈는데...
사람이 말로만 잘하겠다는 게 아니라 행동이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물론 몸이 덜 피곤하고 시간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을 겁니다만...
저럴 능력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입안에 든 혀처럼 뭐하나 마음에 거스르지 않게 착착 도와주고, 전에는 뭘 도와줘도 마지못해 해주는 느낌이어서 제 마음도 불편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습니다.
심지어 집안일을 해놓고 생색도 안내더군요.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오랫만에 친구들 만나 술 한잔 하고 오더니 속얘기를 털어 놓습니다. 자신이 직장에서 오르고 싶은 위치가 있었고, 자신은 직장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답니다. 살면서 한번도 집안일이 자기 몫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요.
남편과 나, 아기, 세식구 잘 살자고 직장에 올인했는데... 가정이 위기라면 자신의 사회적 성취도 포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그 이후 쭈욱 잘해오고 있습니다. 자게에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리플들을 다 읽고 개심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생길 정도예요.


아침 운동은 제가 정말 못할 것 같은 운동에 도전하기로 해습니다. 제가 공교육 12년 동안 체육을 저보다 못하는 학생을 한명도 못봤을 정도로 몸치예요. 워낙 못하니 운동하는 것도 싫어하고, 제대로 뭘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아침 일찍하는 검도를 시작했습니다. 근처에 아침 클래스가 없어서 30분을 걸어가야 하는 검도관을 다닙니다. 기초적인 동작인데도 땀이 꽤 나고, 운동을 하고 오니 일상도 활기가 돕니다. 오가며 걷는 시간에는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이혼을 안하더라도 내가 자립할 기반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을 구상해 보기도 해요.
제가 마음도 여리고 좀 약한 구석이 많은데, 좀 강한 운동을 오래하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부부는 등돌리면 남이구나 라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힘들다고 남편에게 징징거리지 않고 제 생활을 잘 가꿔가야겠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게 되었습니다.


격한 갈등 상황의 여파로 주말에 시어머니 만나는 게 고역일 것 같긴 합니다. 그 전에 워낙 살갑게 지낸 시간들이 있어서... 제가 마음이 확 식어버리니까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대책이 안서고, 어제는 그전에 서운했던 것까지 마구마구 마음이 상해왔어요. 얼굴도 보고 싶지가 않은 게 진심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며 찬찬히 생각하니, 남편과 제가 서로 노력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시어머니와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건 꼭 피해야 할 것 같아요. 웃는 낯으로 뵐 수야 없겠지만, 요령껏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는 쪽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자게에 엉엉 울며 마음이라도 털어놓지 못했다면, 내 가족, 내 친구 일처럼 나서서 토닥여주시고 충고해 주시지 않았다면 지금도 힘든 시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찬거리 걱정하며 들락거리던 자취생이 이제 마음의 양식을 얻어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IP : 121.149.xxx.5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장
    '08.8.9 5:26 AM (222.238.xxx.132)

    근본적인 이유였던것같은데... 남편분이요.
    180도 바뀌셨다니 일단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이렇게 대화로 풀다보면 해결도 될것같아요.
    사실 일백프로 맘에 들어 사는사람 없지요
    내것 버리고 양보하다보니 서로 비슷하게 닳아 적응이 된다고 할까요
    가정에 찾아온 평화...
    축하드리구요. 꼭 지켜가시길 바래요

  • 2. 가장
    '08.8.9 5:27 AM (222.238.xxx.132)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free2&page=1&sn1=&divpage=41&sn=on&s...

    편하게 보세요^^

  • 3. 구름
    '08.8.9 6:31 AM (147.47.xxx.131)

    잘되었네요. 부부간에도 소통이 필요합니다. 82가 소통에서 도움이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을 했군요. 앞으로도 주욱 좋은 일만 잇기를 바랍니다.

  • 4. 진짜
    '08.8.9 9:31 AM (211.205.xxx.161)

    축하드려요~~좋은 소식있으면 그때도 알려주세요...

  • 5. .
    '08.8.9 10:08 AM (221.138.xxx.244)

    축하해요. 원글님이 멋진 분이신 듯 해요. 원글님을 알고 결혼하신 분이라면 그렇게 불치병(?)수준의 남편 아니실거 같아요. 아가를 위해서라도 좋은 부부되세요.

  • 6. 그래도
    '08.8.9 10:22 AM (211.187.xxx.197)

    님의 남편분은 기본적인 마음과 자세가 있으신 분이네요. 님의 복이십니다.

  • 7. key784
    '08.8.9 10:27 AM (124.197.xxx.24)

    윗분 말씀대로 정말 복이 있으신가봐요.
    정말 다행입니다.
    스스로 변화하려고 하는게 가장 중요한 기본이니까요.
    정말 잘됬어요^^
    제가 다 기쁩니다..

  • 8. 기쁜 글입니다.
    '08.8.9 10:32 AM (211.53.xxx.253)

    원글님 쓰고 느끼신 부분이 저는 주부에게든 직장인에게든 꼭 필요한거라고
    생각합니다.
    부부여도 각자 개인으로 동등하게 만나져야된다고 생각합니다.

  • 9.
    '08.8.9 11:15 AM (59.24.xxx.191)

    오~~~~
    글만 읽어도 기뻐요...

  • 10. 변화
    '08.8.9 11:27 AM (119.67.xxx.139)

    남편께서 반성을 하셨군요..
    어쨋든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사시구요..힘내세요...^^

  • 11. ....
    '08.8.9 12:33 PM (211.59.xxx.76)

    잘 되셨어요..............다행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님건은 섭섭해 하지 마세요...........어쨌거나 다를 자기자식이 우선이니까
    한편 객관적으로보면 "네가 정 못살겠으면 아기 두고 나가라"는 틀린말이 아닐 수도 있거든요.

    우리 시엄니는 아들들이 바람날때마다 그 상대여자들과 만나서 하하하, 호호호 하시며 며느리의 존재는 까먹는 분이십니다요.
    그런사람도 있는데요 뭘~~

  • 12. 도깨비
    '08.8.9 3:08 PM (59.25.xxx.240)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좋은 가정 잘 가꾸어 나가길....

  • 13. 정말
    '08.8.9 4:23 PM (211.192.xxx.23)

    잘됐어요..보통 가정문제로 글 올리시는거 보면 참 고집 세고 개선의지 없는 분들도 많았는데
    그래도 남편분이 개선되셨다니 정말 다행이고 원글님도 훨씬 세상을 궁정적으로 살아가실것 같아서 정말 읽기만 해도 좋네요...
    무조건 이혼,이런거 말고 적극적으로 고쳐가니 너무 좋아요,,,행복하세요^^

  • 14. 축하
    '08.8.9 9:05 PM (121.187.xxx.145)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영원히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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