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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힘을 주세요..

.. 조회수 : 1,037
작성일 : 2008-08-07 19:33:42
좋은 소식과 함께, 언젠가 올리고 싶었던 내용이었는데..
이 무더위에 짜증이 났는지, 오늘은.. 참으로 우울한 날이군요.
오늘따라 무기력한 내 모습이 한심합니다.

꾸짖지 마시고, 제 마음만 좀..달래주세요.



전 올해 33세이고 아기가 없습니다. 몇 달이 있으면 결혼한 지 만 5년이 됩니다.

결혼 2년째까지만 해도
아기는 그냥 생길 줄 알았습니다.
산전검사도 했었고 남편도 담배 끊은 지 오래였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었어요.

결혼 3년째부터
왜 아기가 안 생기는 건지 궁금해서 불임클리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 때 왜 끝까지 검사를 해 보지 않았나 후회스러운 날이 많아요.
x-ray검사로 양 난관이 막혀 있다 해서, 바로 시험관 시술 들어갔습니다.
1년동안 과배란 주사만 3번
남들 몇 년동안 자연배란 되는 난자를 그 1년동안 제 몸에서 수없이 만들어냈습니다..
남편 설득하느라 엄청 힘들었어요.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하지만 아기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 때 만났던 친구들은 모두 아기엄마가 되어 있어요.
돌잔치를 이미 한 친구들도 있고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저만 혼자 남았습니다...

제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남편을 더 설득할 힘도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시험관 아기를 포기했는데
어느 날 임테기에서 두 줄을 확인했어요. 결혼하고 처음.
떨리는 마음에 산부인과에 갔는데, 수치가 좀 이상하다고 하네요. 며칠 있다가 다시 보자고..

확인해 보니, 자궁외 임신이었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받아야 한답니다..
그래도 다행인지 난소에 착상이 되어서 난소를 살리고 떼어낼 수 있었고
복강경 하는 김에 난관도 확인해 보자 해서 확인했더니
막혀 있다던 양 난관이 문제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배에는, 복강경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구멍 2개. 한동안 이걸 볼 때마다 울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첫번째 정상임신을 했어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뻤더랬지요.
입덧도 했지만 너무도 기뻤어요.
하지만 12주 넘겨 검사를 받으러 갔던 어느 날,
아기가 이상하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냥 둬도 살릴 수 없다고... 수술하자 하십니다..
저,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아기가 큰 상태고 위치도 어중간해서 수술하는 데도 많이 힘들었다 하더라구요.
그렇게 수술받고도 내 자신이 용서가 안 되어..
유산 후에도 산후조리를 소홀히 했고
지금도 그 때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답니다
그 때를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시간이 이렇게 훌쩍 뛰어넘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반 년이 지나고.. 두번째 정상임신을 했습니다
또 임신이 되어서 너무도 기뻤습니다
하지만, 입덧을 한참하던 7주 째.. 잘 뛰던 아기 심장이 멈춰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렇게 그 자리에서 또 수술을 받고
집에 와서 며칠동안 울부짖었습니다
친정엄마 볼 용기도 안 났는데 오셨더군요
다신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렇게 엄청난 시술인 줄도 모르고 덜컥 시험관부터 하자고 생각했었던 제 무지를 탓했어요
아까운 내 난자들...
그래도 시간은 잘만 가더군요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제가 뱉은 말도 주워담지 못하고
지금 또 아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년에 결혼했던 저희 형님
몇 달전 예쁜 공주님을 낳아 백일이 지났답니다..

이번 추석에 가면 형님도 보고
내 자식보다 먼저 보게 된 조카도 보고 해야 할 텐데..
마음이 못되서 그런지 추석 때 가기 싫습니다...
내가 3년 먼저 시집와서 며느리 노릇도 잘 하진 못했지만 3년이나 했는데
제겐 아기도 없고...

올 초에 유산되었을 때, 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친구가 3명이나 되었어요
그 친구들에게도 축하한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남편이나 제가 조카 보고 웃을 기분이겠어요...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요샌 하루하루가 도 닦는 기분입니다
아니, 하루하루가 아니라 1년이 한 달 단위로 넘어가는 거 같아요
혹시 하는 기대감이... 저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힘이었어요

혹 말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기가 전부는 아니라구요..
겪지 못하신 분들께선 이해하지 못하실 거라 감히 말합니다
다니던 직장 그만 두고 몇 년.. 이젠 다시 제 일부터 챙길 힘이 없네요

어찌 해 달라 주저리주저리 쓴 게 아니니,
그냥 힘만.. 좀 보태주세요
오늘따라 너무 힘들어요...
IP : 211.244.xxx.3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8.7 7:41 PM (59.11.xxx.140)

    홧~~~~~팅!!!!!!!!!!
    그냥 아무말 없이 안아드리고, 토닥토닥 등 두드려 드리고 싶어요..
    홧팅이구요..금방 좋은소식 또 올거예요..홧팅이신거 알죠!!!!!

  • 2. ...
    '08.8.7 7:43 PM (125.180.xxx.44)

    저희 이모도 나팔관 막혔다고 수술받고 배란주사 맞고 그래도 안 되어서 시험관 아기 다섯 번 했는데 착상된 2번이나 유산되고 그러다가 결혼 6년만에 아이를 낳았어요. 옆에서 지켜봐서 얼마나 힘드실지 압니다. 예쁜 아기가 님에게 오기 제가 기도해 드릴게요.

  • 3. 이게 위로가 될지는
    '08.8.7 8:01 PM (211.187.xxx.197)

    모르지만...
    그렇게 간 아이들은 이 세상에 나와서 님을 힘들게 만들었을 거예요. 힘들게 없다고 생각하시지도 모르지만, 심한 장애아를 기르는 엄마들 보면 과연 그런 생각이 드실까요?
    다시 오는 아이는 놓치지않고 건강하게 세상에 나오길 기원합니다. 님께서 열심히 기도하시고 마음 편안히 수양하시면서 기다리시면 올거예요...

  • 4. ....
    '08.8.7 8:05 PM (116.37.xxx.9)

    에구... 힘내세요.. 무슨말로 위로를 드려야할지... 가까이 계시다면 안아드리고 싶어요...
    저두 님 웃는날 오시길 맘속으로 바랄께요...

  • 5. dd
    '08.8.7 8:24 PM (121.131.xxx.12)

    그냥..같이 울어드리고 싶네요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에휴...

  • 6. ,,
    '08.8.7 9:49 PM (211.49.xxx.254)

    토닥 토닥....
    어찌 말로 다 하겠어요...
    우선은 몸부터 추스리세요...
    님 나이에 아직 결혼도 안한사람 많거든요....
    곧 생길겁니다
    푹 주무세요..

  • 7. ....
    '08.8.7 10:27 PM (121.129.xxx.162)

    우선 몸부터 만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음식, 운동 기타 등등... 아이가 왔을 때 건강히 키워서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몸으로요. 스트레스 받는 것도 해로우니 마음도 편안하게 가지시구요. 저는 그 나이에 결혼도 안했었는데...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 8. 남일 같지 않아서.
    '08.8.7 10:31 PM (124.197.xxx.132)

    다 지나갑니다.
    사람 일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일년에 두번 제 아이 유산하면서 그해 같은 병원에서
    동생, 시누이, 동서 줄줄이 아이를 낳았고,
    맏이 노릇한다고 꽃바구니에 봉투까지 들고 가서,
    신생아실 앞에서 아기 보며 이쁘다고 말하는 제 자신이 무서울 정도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이 울었지요...
    제 아이가 유산이 안 되었다면 저도 축하를 받았을텐데...
    시간이 흘러 제게도 아이가 찾아오고,
    하나로도 감사하다 했는데 아들, 딸 골고루 낳아 남부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옛이야기 하듯 하실 날이 분명히 올 겁니다.
    난관 막힌 것은 약물로 조영술 하면서 막힌 게 뜷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자연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에 희망을 두시고, 마음 푸세요...
    전 유산만 4번 했습니다. 저도 저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습니다.
    임신 확인하시면 그냥 드러누우세요...^^
    12주 전까지 유산 방지 주사 부지런히 맞으시고,
    정말 뻔뻔하게 원글님이랑 아기 생각만 하세요.
    전 병원에서 권하지도 않은 융모막 검사까지 제가 하자고 했습니다.

  • 9. mimi
    '08.8.7 10:33 PM (58.121.xxx.144)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게 제일 나빠요....완전한 불임여성도 아니고 마음 편히먹구...언젠가 선물을 주시겠지....생각하세요~~ 왜나만....왜나만이러지란생각마시고...일부러라도 늦게 늦게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는걸 생각하세요...요새는 결혼도 최대한 늦게...아이도 늦게 갖는사람들도 많습니다....몸이 상해서 영원히 아이를 가질수없는것도 아니고....그저 맘편히 다른 애기들보며 이뻐도해주시고...친척,친구들 아이들보고도 잘돌봐주고 이뻐해주고하세요...그리고 주위에서 가족이나 친척들이 스트레스 줄려고 하면.....그렇게 스트레스주고...하면 더 안생긴다고 하더라구.....웃으면서 넘기세요~

  • 10. 마음을
    '08.8.7 11:11 PM (121.169.xxx.32)

    편안히 가지세요.
    좀 더 느긋하게.. 주변사람들 아기 신경쓰시지 말고..
    울언니도 10년차에 아들 낳았답니다.
    제가 훨씬 늦게 결혼하고 딸을 낳았는데,
    착한 언니가 울 아이를 돌봐줬어요. 울시어머님, 평소에 착한 언니를
    안스럽게 생각하다가 샘이 나서 아이가 올거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울아기 봐준지 일년만에 아이가 왔어요.
    사돈이지만, 너무 기뻐서 울 엄니가 분유통 사갖고 오셨어요.,
    지금 그 조카놈 중1입니다.
    건장하고 공부도 잘하고
    능글맞고..
    형부가 울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해서 여행도 같이 가고
    제 두아이들이랑 얼마나 잘 노는지요.
    님도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주변의 조카나 아이들을 자식처럼.. 복이 반드시 옵니다.
    억지로 노력할려고 하지 마시고
    일상생활을 좀더 활기차게 지내보세요.

  • 11. 그맘 알아요..
    '08.8.7 11:45 PM (218.51.xxx.34)

    처음 읽을땐 꼭 제얘기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33..결혼한지 4년하고 3개월이네요..
    결혼하고 첨엔 괜한 욕심에 2년 넘게 피임을 했어요..그러다 가져야지 싶어서 시도 했는데..
    그이후론 계속 안되더군요..그러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어요..정자가 적고 운동성도 없어서..
    자연임신은 어렵다 하대요..그 말에 충격받아 1년동안 병원 못가고 기다려보자..맘먹고 시간을 보냈어요..그러다 올 1월 생리가 워낙 드문드문 해서 병원을 방문 했다가..본격적으로 시술을 시작했네요..자연배란 인공 2번..과배란..3번..마지막 과배란 인공은 시험관으로 넘어가려다가.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해본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런데..생리할 날짜가 지나도 생리는 없고..속이 미식 거리기 시작했지요..테스트기 확인해보니..
    희미한 두줄...병원가서 피검하고..낮은 수치라 한번 더 피검하고..그 담주에 아기집 보기로 했었어요.
    근데..결국 아기집은 못보구 말았어요..처음 느낀 임신증상과..확인안된 아기집과..
    그렇게 좋아하던 남편 얼굴..정말 너무 힘들었어요..이제 생리가 시작되면 저는 시험관 시작합니다.
    난임인 분들 보면..여러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도전하고 ..결국엔 성공하는것 같아요.
    그래도 님은 자연적으로 아기가 찾아왔었으니..수정이나 착상에는 큰 문제가 없으신거 같구요..
    여전히..수정이나 착상의 문제로 임신테스트기에 두줄 조차 못보는 분들도 많답니다.
    님의 마음..너무너무 잘알고 이해해요..아이를 낳아서 버리고..낙태하고..그런 사람들도 그렇게
    많은데..세상은 참 불공평 하지요...
    그래도 우리 기운내요.님..저도..다시 맘 다잡아 먹고 다시 시작 합니다.
    님 같은 경우 습유검사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함춘이 습유로는 유명하다고
    들었어요..기운내세요..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저 언덕 뒤에..골인지점이 있을거에요.
    저도 님 응원 할께요..

  • 12. 아이요..
    '08.8.7 11:47 PM (61.99.xxx.136)

    아이가 약간 돌아서 오는걸거에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착한 아이고 오려고..
    다른집보다 늦게 찾아오나 봅니다.. 그리고..혹시 다음에 아이가 심장이 뛰지 않는다던가..
    이상하다는 얘기 들으면 바로..큰병원으로 가세요

    저도..이곳에서 본건데 심장 안뛰는아이.. 살릴수 있는 방법있다고.. 그에 해당하는 주사있답니다
    예쁘고 건강한 아이 찾아오라고 기도할께요..

  • 13. ```
    '08.8.8 2:02 AM (221.143.xxx.125)

    제가 아는 두 집이나 시험관아기도 해보고 많이 노력했는데
    결국은 5년만에 자연임신을 해서 순산했어요.
    마음 편히 먹고 준비하세요.
    솔직히 아기 낳으면 많이 예쁘면서도 힘들어서 아기가 자면 너무 감사하거든요.

  • 14. 아..
    '08.8.18 3:37 PM (211.232.xxx.2)

    읽으면서 저도 맘이 아프네요. 저도 아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기운내시고 홧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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