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중국 방문시 시간이 좀 남아 마침 만리장성이 가까워 다시 들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거대한 구조물은 보면 볼수록 그 위용이 남달라, 도대체 2천년도 넘은 옛날 고리쩍에 그 많은 인원들을 동원해서 어찌 이런 거대한 성을 완성할 수 있었는가에 감탄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 인간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거대한 성을 쌓으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스러져 갔을까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 옛날 지금처럼 무슨 통신수단이나 지역간에 교신할 수 있는 어떤 별다른 수단도 없었을텐데도 진시황은 그 성을 짓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모았을까 하는 의문과 그렇게해서 끌려간 사람들은 그 자리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를 자리라는 걸 알고 그렇게 끌려갔을까를 생각하면, 문득 한 권력자의 탐욕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걸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칠 않더군요.
하긴, 이미 그로부터 2천년이나 넘게 지난 오늘날도 첨단통신수단들이 발달하고,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깨어 있지만, 그런 지금이라고 별 다를 것 있겠느냐는 회의감은 여전합니다.
지난 대선 기간때 TV 인터뷰를 보니, 시장에서 채소장수하시는 어떤 아주머니가 이명박 후보를 찍는다고 하면서 아나운서가 그 이유를 물으니, 경제를 살린다고 하잖아... 하시며 말하는 걸 보고, 저 아주머니가 도대체 자신이 찍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어떤 정책들을 만들고 시행해서 펼쳐질 세상이 어떨지를 가늠이나 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더군요.
이제 교육감 선거가 끝났습니다.
아주 불리한 여건하에서도 특정한 계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던 공정택 후보의 아성에 도전해서 주경복 후보가 비교적 선전했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나섰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선거였습니다.
불과 1만 9천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죠.
한편으론, 역시 예나 지금이나 소위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선 얼마나 집요하게 결집하는지를 이번 선거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되더군요.
그쪽 지역에 사시는 분들한테는 죄송스런 말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강남3구의 투표율이나 공후보 지지율이 타 지역보다 훨씬 더 높게 나왔고, 또 그 지역들의 몰표 덕분에 공후보가 당선되었다고 봐야 할테니까요.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헤쳐나갈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음을 이번 선거는 보여줍니다.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된 후, 수많은 실정들에도 불구, 여전히 탄탄하게 그를 지지하는 20% 남짓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도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니까요.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의 결집된 힘이 결코 무력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고, 또 얼마전 제주도 영리병원 찬반투표에서도 국민들의 힘이 얼마나 무섭다는 걸 보여줬으며, 이번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또 그 힘을 보여줘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엔 그러질 못했습니다.
앞으로 이명박 정권은 그런 힘을 바탕으로 더욱 국민들을 옥죌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스런 맘도 듭니다.
또 한편으론, 우리 평범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법과 질서'에 맞서 저항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합법적'으로 정당성과 정책의 합목적성을 실행하도록 하는 데는 별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가하는 의문점도 듭니다.
그건 투표고, 우리 국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절대 변하지 않기 때문이죠.
강남 3구 사람들은 바로 교육감 선거가 주는 중요한 의미를 잘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 막대한 에산과 교육정책들이 어떤 곳에 쓰여져야 한다는 걸 말이죠.
그들은 공정택 후보를 밀음으로써 그 막대한 예산과 중요한 교육정책들이 자신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믿었고, 그래서 그토록 열심히 투표장에 나갔던 것이고요.
그래서 참으로 우울한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만, 절대 실망은 하지 말기로 하죠.
또 다음번 선거가 우리에겐 있으니까요...
분명한 건 우리가 그 선거의 의미가 뭔지를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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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아침
세인트비 조회수 : 375
작성일 : 2008-07-31 12:01:38
IP : 211.237.xxx.14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사교육비에
'08.7.31 12:30 PM (219.248.xxx.173)노후를 저당잡히고, 아이들이 공부에 지쳐가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모든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교육감 선거에
이렇게 무관심하다니 우리나라 학부모님들 이해불가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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