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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피자*에서 피자를 시켰었어요..

현수막^^ 조회수 : 1,076
작성일 : 2008-07-27 23:47:54
저희집 애들이 원래 밖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랫만에 외식할까?  그러면 그냥 집에서 밥해주면 안되요??  막 이럽니다.

나이도 많이 먹지도 않은 9살, 5살 딸래미들이 이래요.  ^^

하지만, 오늘은 감기 몸살로 몸이 너무 아파서 피자*에서 피자를 시켰어요.

배달예정시간이 50분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가져다주기만 한다면 뭐...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 30분만에 피자가 오더군요.    

저희집이 1층인데, 마침 인터폰이 고장이라서 저희집으로 전화를 했더라구요.

문 열어달라고..  ㅎㅎㅎ   배달하는 총각이 아주 싹싹해 보였어요.

저희 아이들한테 말도 걸어주고, 맛있게 먹으라고 얘기도 하더라구요.

한데 뚜둥~~~~

돈까지 지불하고 오토바이가 떠나는 소리를 들었는데 샐러드를 안 가져온 겁니다.

다행히 인터폰 고장으로 그 총각이 문 열어달라고 전화 건 핸드폰 번호가 남아있어서

남편이 전화를 걸었어요.   그 총각도 허걱~ 하면서 금방 가져온다 하더라구요.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니 배달이 좀 밀리겠어요..

저희가 피자를 다 먹어갈 즈음에야 그 샐러드를 가지고 왔더라구요.

오토바이가 서는 소리가 들리길래, 고장난 인터폰 때문에 또 전화할 거 같아서

남편이 받으러 나갔어요.    근데, 들어오면서 막 웃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되게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서 있길래, 장난으로 "피자 벌써 다 먹었는데..." 했더니,

어쩔 줄 몰라 하더랍니다.    "에고... 벌써 다 드셨어요..." 하면서..

남편이 괜찮다면서 샐러드를 받고 돌아서려고 하는데, 그 총각이 머뭇거리면서

안 가고 서 있더래요.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이러더랍니다.

"저...  저기...  저도 촛불집회에 나갑니다."  이러더니 씨익~ 한번 웃고는

쏜살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더랍니다.    

어, 무슨 소린가 하고 남편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집에 들어오다가 아하~ 했대요.

저희 아파트에서 저희집에만 유일하게 베란다에 현수막이 걸려있거든요.

아마 그걸 보고 아까부터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서 기회를 보고 있었나부다 하더라구요.

비록 피자 다 먹고 난 다음에 먹은 샐러드지만 참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

어쩌면, 제가 나갔던 촛불집회 현장에서 제 옆에 서 있던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를 목청껏 불렀던 사람일지도...

그냥 함께 했었다 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구요.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일...  참 고되고 힘든 일일텐데, 마치고 촛불집회에 간다고 하니

참 어찌나 이쁘고 대견하게 느껴지는지...  

별 일 아닌 에피소든데, 그냥 참 마음이 따뜻해졌던 일이라서 올려요.

함께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외롭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하고 있더라구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는 요즈음이고, 오늘 저녁도 별로 편치 않겠지만,

우리 힘내요.    힘내자구요...   ^^v
IP : 211.108.xxx.49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봉봉
    '08.7.27 11:50 PM (211.178.xxx.135)

    우아 부러운 경험 하셨네요.
    총각 쑥쓰러워하는 얼굴이 여기서도 보이는것같아
    웃음이 나옵니다.
    따듯한글 감사합니다.

  • 2. 나는 저항한다!!!
    '08.7.27 11:55 PM (125.142.xxx.180)

    정말 마음이 따듯,아니 시원해집니다^&^

  • 3. ㅇ아
    '08.7.27 11:56 PM (116.120.xxx.231)

    개념찬 청년이네요.. 저까지 다 미소가 번집니다... ^^

  • 4. 인천한라봉
    '08.7.28 12:02 AM (219.254.xxx.89)

    눈물나게 고마운 청년이네요..
    우리모두 화이팅!

  • 5. 정말
    '08.7.28 12:16 AM (58.124.xxx.160)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원글님이 기쁜 만큼 그 청년도 오늘 기뻤으리라 생각해요.
    그리고 그 청년 실수에 얼굴 붉히는 일이 없어서 정말 천만다행이네요.

  • 6.
    '08.7.28 12:27 AM (125.186.xxx.143)

    ㅋㅋㅋㅋ역시 우리편은 맘씨들이 좋더라구요 ㅋㅋㅋㅋ택시 기사님들도 어찌~그리 친절하시구 ㅎㅎ 잔돈드려도 받으시질 않더라구요 ㅋㅋ

  • 7. ^^
    '08.7.28 1:12 AM (58.225.xxx.186)

    그 기특한 청년은 현수막 보고 좋아서 웃었던 거군요..
    저도 웃음이 나와요 이글보니까..^^
    담에 보시면 수고한다고 말이라도 살갑게 걸어주심 기뻐하겠네요 ㅎㅎ

  • 8. gazette
    '08.7.28 7:41 AM (124.49.xxx.204)

    귀엽고 기특한 청년이네요^^ 화이팅 !!!!!!!!!!!!!!!!!!!!!!!

  • 9.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08.7.28 8:12 AM (220.75.xxx.229)

    제가 느낀 그 청년의 맘은 어둠 속에서 빛을 만난 반가움이었을꺼예요.
    솔직히 무관심한 국민이 더 많은 현실에서 발견한 광우병 현수막이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반갑다고 말하고 싶었겠죠.
    힘들었던 피로감도 싹 잊었을것 같네요.

    넘 따뜻한 글이네요.

  • 10. 엥?
    '08.7.28 7:20 PM (211.108.xxx.247)

    ???

  • 11. 멋진청년
    '08.7.29 11:53 AM (220.70.xxx.230)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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