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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문제인지 ... 아이 문제인지

caffreys 조회수 : 676
작성일 : 2008-07-26 14:18:51

82쿡에 공부 문제로 상의하시는 분들 보면서
저도 제 문제를 상의하려고 해요.

아이 성적은 물론 기대에 못미쳐요.
외국서 초등 1학년까지 다녔는데
여기와서 1학년 중간부터 다녔구요.
처음엔 어린아이들이 외국서 자유롭게 수업을 받다
여기오면 학력차도 심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니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하더군요.
특히 어릴때 제 성적땜에 들볶던 울 친정엄마
내가 혹시 애 공부땜에 애 스트레스 줄까봐
절 스트레스 주더군요.
매일 전인 교육 위주로 신문 스크랩 오려서 보내주시교
어쨌거나.. 저쨌거나..
아주 애기때부터 뭐랄까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보이긴 했습니다.
단어라도 좀 쓰라고 집에서 시키면
한 서너글자 쓰고 하기 싫어하고...
학교서는 하도 장난이 심해서 몇번 불려다녔습니다.
영국서는 아이들 체벌이 어려워
아이 통제가 안되면 엄마들을 자꾸 오라 가라 합니다.
아뭏든 여기 오니 수학이 너무 떨어지더군요.
기본적인 셈 능력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떨어지는데
그걸 보충하려니 말도 안들어먹고 ...
수학은 초딩 저학련에는 거의 반에서 꼴찌였습니다.
대부분 초딩 저학년 수학은 거의 다 맞잖아요?
얘는 반은 틀리고 다녔거든요.

지금 중3 되었는데 수학을 아직도 못합니다.
학원샘 말로는 이해력은 제일 뛰어나다고 하는데
계산에서 너무 많이 틀려서... 라고 하니

셈이 느리고 자주 틀린다는 사실은 제가 초딩때부터  알고 있었고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좀 고쳐주려고 학습지에 기탄수학에
꽤도 이런 저런 노력을 했습니다만...
기계적 학습(영단어 스펠 외우기 포함) 애가 아주 너무 싫어합니다.
애가 고집이 세고 아무리 쎄게 위협하고 협박하는 수준으로 공부를 시켜도
쏠랑쏠랑 피해다니거나 싫다고 안하고 말 안들어먹고
학습지할땐, 선생님 오기 전에 1주일치를 한꺼번에 그냥 아무렇게나 답 써놓고
기탄 시킬때는 답 베껴놓고...

지금와서까지 기껏 어려운 문제를 계산에서 다 틀리는 걸 보면
초딩까지 내가 애를 좀 꽉 잡아서 기초적인 셈을
기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줬어야 하는 생각에 자책이 들면서
내 말을 그렇게 안들어먹은 놈이 너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러한 아들과 저와의 관계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거지요.
정말 남이보면 못되먹은 엄마처럼 행동해야 애가 조금 아주 조금은
제 말을 들어 먹어요.

예를 들어
공부하기 싫으면 관둬라.
낼부터 학원 싹 관두고 집안 청소나 해라
엄마한테 그리 뎀비고 우습게 알면 나도 니 엄마 안할테니
밥도 달라 하지 말고, 돈도 달라하지 말고 니가 알아서 살아라.

그렇다고 애가 호락호락하지도 않아요.
또 그소리한다는 둥 말끝마다 다 말대답.
말대답 수준이 엄마로서의 뭐 권위같은건 고사하고
마치 지 친구한테 하듯 내 단점 들춰내고

정말 형제 둘 있는 집은 애들 둘이 싸워 시끄럽다고 하잖아요.
울집은 남편이 둘이 하도 싸워 넘 시끄럽다고 쉬지도 못한다고 툴툴 거려요.

어쨌거나 문제는 제가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지내면 애도 성격이 못된 애는 아니라서
재미있고 즐겁게 보낼 수도 있는데...
애 성적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내가 못되게 굴어야
애가 쫌이라도 내 말에 상처를 받거나 엄마가 진짜로 화가 났다는 걸
알아야 공부하는 걸 보여주려 하니... 그게 문제인것 같아요.

예를 들어 영어학원에서 매일 보는 단어 시험같이 사소한 것도
내버려둘땐 잔뜩식 틀려오는데..
꼴보기싫다, 학원 관둬라. 낼부터 딴데가서 일해서 니가 벌어먹어라
뭐 그런 소리 심하게 하고 울고 자거나 하면
담날은 다 맞아오고 몇일은 열심히 하고 말도 잘 듣습니다.

제가 문제가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에요.
들볶는다고 더 잘하는 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하고 용기를 줘야하는 것도 다 아는데...
문제는 그렇게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존중하다보니
어릴 때 이미 많은 걸 놓쳤고(특히 수학)
앞으로도 놈을 존중한답시고 다른 엄마들처럼 살갑게만 굴다가는
시간을 놓치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안타까와서
자꾸 속상해하게 더 부딪치게 되고 그렇다는 겁니다.

성적은 그저 그래요.
다른 건 열심히 하면 올라가고 안하면 안나오고 하는데..
수학은 열심히 해도 늘 그렇습니다.
수학에서 너무나 많이 깎아먹으니까..
이제 곧 고등학생 되는데...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네요.

IP : 203.237.xxx.22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중2엄마
    '08.7.26 2:47 PM (122.37.xxx.147)

    애들 문제를 보면 꼭 몇자적게 되네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같이 겪고있는 동지애 정도??
    공부 잘 하기가 어디 쉽겠어요.
    요즘 공부 잘하는애들 너무 많아요.
    일찍 교육받은 아이들, 지고는 못사는 아이들, 성실한 아이들,진짜 머리가 좋은아이들....

    영어는 잘하겠네요.
    한국에서 영어 잘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요. ㅠㅠ
    수학은 좋은 학원 많습니다.
    다만 우리 애한테 맞는 곳에서 실력 쌓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정말 계산력 문제인지,
    풀이과정의 정확도 문제인지,
    건성으로 풀어서 실수가 많은건지,
    잘 살펴보시고 그에 따른 처방이 있어야 할꺼 같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칭친'이라네요.

    쑥스러워도 칭찬할 구석은 찾아서 하세요.
    다 큰거 같아도 칭찬 너무 좋아합니다.

    저도 첨에 칭찬하려고 드니 생각이 안나는거예요.
    반대로 맘에 안드는 구석은 술술 생각나고요.
    그때 참 황당했어요.
    쥐어 짜듯해서 백번 양보해 칭찬할 목록을 만들었다니까요.
    그만큼 애한테 부정적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는걸 깨닫고 놀랬어요.

    요즘 어디 구호처럼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 2. 흠....
    '08.7.26 2:49 PM (220.93.xxx.118)

    저의 아이도 원글님아이와 비슷한 나인데요
    수학 답지 보고 베끼기도 하고 단순한 계산부분에서도 엄청 틀리고....
    가장 속상한건 답지를 베낀다는 사실에 엄청 화가 났었드랬어요
    때론 도를 닦는 자세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주변말씀을 새기면서 꾹참고 아이를 이해하려했습니다
    아마도 답지를 베끼는것은 오답을 냈을경우 아이가 감당못할 만큼엄청난 꾸중을 들은경험이 많은거 아닌가하는생각을 해봅니다
    원글님의 말씀중 위협과 협박을 동원해서 쎄게 공부를 강요했다고 하셨는데요...

    예를 들어 시어머니가 옆에서 된장국 맛없게 끓이기만 해봐라 하면서 도끼눈을 부라리며 계신다면 자신의 솜씨를 발휘할 수있을까요
    자녀분의 마음에 일단 부담을 덜어주시는게 필요해보입니다
    단지 수학이라는 과목에만 국한시켜서 고민하시기 보다는 원인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시고
    아이의 마음에 얹혀진 무거운 돌덩이를 한번 헤아려 주세요
    자신의 인생에 전부인 엄마의 협박은 아이를 공포감만 심어줍니다

    니가 어렸을때 이런거 저런거를 아주 잘해서 엄마는 무척 놀랐어..너는 사실 아주 대단한 아이야 넌 그거 모르지 굉장한 능력의 소유자란걸...뭐 이러시면서 강한 자신감도 심어주세요
    언제까지 윽박지르시면서 하실수는 없을테니까요
    우선 아이의 집중과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꺽는 요소들부터 점검하시고요
    컴퓨터 게임이나 또는 엄마의 심한 잔소리등등

    현실적인 문제로 수학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단계로 내려가서 차근 차근 점검을 하도록 하심이 좋을듯 싶어요
    이왕이면 아이에게 맞는 학습법으로 접근을 시켜 주시고요
    오늘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보시고 두 손 꼭 잡으시고 이쁜 미소 한방 날려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속마음을 들어보세요
    언제까지나 못된 엄마의 모습을 해야만 공부하는 아이로 키울순 없잖아요
    곧 6개월여 후면 고등학생이 되는데 이번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아주 잘 보내셔야 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과 여유를 가지세요
    고1보다는 지금이 훨씬 시간적 여유가 있는거니까요

    오늘 꼭 아이의 마음을 노크하고 들어가보세요
    어디선가 봤는데 자녀와 마주보고 땡땡이 스티커를 각자 한장씩 들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사람 얼굴에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질문을 하면 상대방은 대답을 하는식도 서로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좋을거 같아요

    여기저기 스티커 붙은 얼굴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저절로 웃음도 나오고
    그러면 자연스레 마음도 오픈되고 ......원글님의 자녀가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본적이 꽤 되었을거 같아서 이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 3. 블랙커피
    '08.7.26 3:29 PM (125.182.xxx.16)

    저는 우리 아이를 과외 한번 안시키고 서울대에 넣었는데요.
    이 놈이 중 2때 수학 50점도 받아오더군요. 머리가 있어서
    외우는 과목을 잘해서 반해서 5-10등 정도 했구요.
    그래서 중 2 여름방학 때부터 매일 수학 8문제씩을 풀게
    했어요. 이거 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애가 너무
    노는 걸 좋아해서 더 이상 뭘 시키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영어단어 매일같이 100씩 외우게 하구요. 덜렁거려서
    계산실수로 백점을 못받더니 고등학교에 가서야 백점을 받
    더라구요.
    중3 겨울방학부터는 좀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시켰습니다.
    제 생각에 중학생이면 하루에 2시간만 열심히 공부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애는 너무 열심히 논 결과
    체력이 좋아서 고3때 그 덕을 봤습니다. 나중에 체력이
    약해서 나가떨어지는 애들도 많습니다.
    공부는 조금씩 꾸준히 시키시고 시간보다 그날 해야할 분량
    위주로 시키시는게 좋습니다. 그날 공부할 걸 다 했으면
    나가 놀게 해주는 식으로요. 그리고 아이와 엄마의 관계가 좋아야
    아이가 공부 잘 합니다. 이게 굉장히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예요.
    우리 애 대학보내고 나니 완전 할머니가 다 됬어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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