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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국에 얽힌 추억과 그리운 할머니...

추억하나 조회수 : 269
작성일 : 2008-07-25 20:30:14
요즘 들어 부쩍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나네요.
특히나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밀가루 음식을 참 좋아하셨어요.
충청도 분이셨는데
이렇게 비가 오는 여름날 밀가루에 콩가루 있으면 좀 넣고 반죽해서
홍두깨로 밀어 칼국수 썰어서...
감자랑 호박 좀 넣고 심심하게 끓인 칼국수...
그 위에 깨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한 쫑쫑 썬 김치 얹어서 먹는 소박한 그 칼국수를 너무 좋아하셨거든요.
할머니는 그 칼국수를 누룽국이라고 부르셨어요.
할머니와는 멀리 떨어져 지내서 그다지 애틋한 정은 없었지만
돌아가시기 몇해전부터는 치매끼가 조금 있으셔서 저희집에 몇년 계시다 돌아가셨거든요.
평생 농사짓던 충청도의 땅값이 올라 자식들에게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물려주고 가셨지만
정작 우리 할머니는 평생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어요.
시골에서는 그래도 넉넉한 살림살이였지만
저희 아버지가 지금 환갑이신데 어려서 쌀밥 드셨다고 하서더라구요.
하지만 그 연세분들이 그러하듯 평생 농사짓느라 허리한번 마음대로 못펴고...
8남매 기르시느라 좋은 음식 좋은 옷 못 입어보시고...
그 힘든 고추농사...
제가 초등학생때 기억에도 한여름이 할머니 생신이셨는데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 날에도 밭에 나가서 일하신다며 우비 챙겨입고 나가시는 그 모습니
서른이 넘은 지금 제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있네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해전부터 가벼운 치매끼가 있으셨는데
그래도 의식은 또렸하셨거든요.
그때 저희집에서 모셨는데...
그런 할머니를 미워했네요.
저희 할머니 며느리 시집살이 좀 시키는 분이셨거든요.
저희 엄마가 워낙 예민한 성격이시라...
할머니 돌아가시기 몇달전 치매가 좀 심해지셔서 이불에 실수하시고
그때 저희 엄마도 병나시고...
할머니 젊은 시절 이런저런 말들로 저희 엄마에게 상처주신적도 있고..
그래서인지 그렇게 저희집에 와계신 할머니가 밉더라구요.
그때 제가 우리 엄마 힘들게 하는 할머니가 미워서 툴툴거리고 냉랭하게 대하고 그랬네요.
왜 그리 철이 없었는지...
이제 돌아가신지 두해 지났는데
뒤늦게 할머니가 그리워져요.
제가 못되게 군거 얼마나 섭섭해하셨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구요.
치매 있으셔도 다 아시는것 같았거든요.
평생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셨는데...
할머니가 좋아했던 음식은...
고작... 누룽국이라니...

돌아가시기전 따뜻하게 대해드리지 못해서 가슴에 남나봐요....
할머니가 그립네요.
IP : 211.174.xxx.18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님의 글
    '08.7.25 8:48 PM (125.182.xxx.16)

    잘 읽었어요. 어른들 돌아가시고 나면 후회가 많이 되지요. 좀 더 잘해드릴 걸...
    살아계신 어머님, 아버님께 잘 하세요. 저도 남아계신 늙으신 시어머니와 어머니께
    냉정하게 대한게 반성이 되네요.

  • 2. 저도 외할머니에
    '08.7.25 9:18 PM (220.122.xxx.155)

    대한 추억이 있어요. 아직 살아계시지만 몸이 많이 아프셔서 고생하세요.
    어렸을때 놀러가면 맨발로 나와서 대문까지 나와서 반겨주시던것 , 여름이면 시골에서 키운 감자와 옥수수 늘 먹던기억, 그때는 할머니가 50대이셨는데, 손자들한테는 정이 넘치셨어요.
    항상 외할머니만 생각하면 마음이 저려와요. 어린 나이지만 그 사랑이 많이 느껴졌었나봐요.
    얼마전 외할머니께 다녀왔어요. 맛있는거 사드리고 용돈도 조금 드리고..
    그 사랑을 어찌 다 갚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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