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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 대한 고종석의 칼럼

시사IN팬 조회수 : 361
작성일 : 2008-07-25 03:04:01
[고종석 칼럼/7월 24일] '시사IN' 잡감(雜感)




고종석 객원논설위원









<시사IN>의 정기구독 연장을 청하는 전화를 받고 요번 호 표지를 보니, 어느새 45호다. 시사주간지는 설과 추석이 낀 주에 한 호씩 쉬므로, 한 해에 쉰 번 나오는 게 상례다. 45호니 아직 1년을 채우지는 못했으나, 정기구독의 단위기간이 보통 1년이므로, 영업하는 이들이 독자들의 구독 연장에 신경 쓸 때가 된 것이다.
지난해 가을 <시사IN>이 출범했을 때, 나는 그 미래를 크게 낙관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주도해 만든 언론사가 영업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지도 걱정스러웠고, <시사저널> 시절 파업 중 다져진 구성원들 사이의 연대감이 얼마나 이어질지도 미심쩍었다. 나는 지금도 그 점에 대해선 확신이 없지만, 두 가지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이 잡지가 결호 없이 45호까지 나왔다는 것. 그리고 이 시사주간지가 한국 저널리즘 시장에서 흔치 않은 ‘비판언론’이라는 것.

시민적 양식 지닌 비판언론

여기서 ‘비판언론’이라는 건, 지금은 ‘관보’로 탈바꿈한 소위 ‘조중동’이 지난 10년간 자처했던 비판언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시사IN>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비판언론이었고, 지금도 비판언론이다. 이 잡지의 기사들을 이끄는 원칙은 한국 저널리즘에 널리 퍼진 정파성이 아니라, ‘시민적 양식’인 듯하다. <시사IN>의 비판적 시각은 정치권력 이상으로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자본권력에도 예외가 아니다. <시사IN>의 탄생 자체가 <시사저널> 시절 삼성관련 기사 삭제 사건에 말미암은 것과도 무관치 않겠지만, 삼성특검 수사를 다룬 이 잡지의 기사들은 그 질로나 양으로나 발군이었다. 실제로 <시사IN>은, 최근의 삼성재판 1심 판결에서 보듯 여전히 삼성의 그늘 아래 있는 한국사회에서, 삼성의 손아귀 바깥에 있는 매우 드문 매체 가운데 하나다.

<시사저널> 시절부터의 독자로서 판단컨대, <시사IN> 기자들은 파업과 창간 과정에서 약간의 ‘존재전이’(내가 싫어하는 좌파 상투어다)를 겪은 것 같다. 기자들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거의 없는데도, <시사IN>은 <시사저널> 시절의 ‘엄숙한 중립’에서 벗어나 한결 발랄해졌고, 사뭇 약자 편이 되었다.

그 발랄함은 들머리 ‘편집국장의 편지’에서부터 또렷하다. 문정우 국장은 <시사저널> 시절에도 편집장을 맡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처럼 ‘편집장의 편지’에 풍자와 해학을 버무리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전문기자들의 심층기사와 칼럼들은 여전히 진지하다. 나는 그들의 글에 의지해, 세상 보는 법을 익힌다.

<시사IN>에서 내가 ‘편집국장의 편지’보다 먼저 찾아 읽는 것이 ‘까칠거칠’ 난이다. 사실 나도 이 난의 필자가 될 뻔했으나, 이 잡지의 모태가 된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대표로 이름을 빌려준 일이 있던 터라, 근친상간의 느낌이 들어 사양했다. 비교적 젊은 외부 필자들이 돌아가며 쓰는 ‘까칠거칠’ 난은 (아마 <씨네21>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난과 더불어) 생기와 통찰력에서 한국어 칼럼의 맨 꼭대기에 있을 것이다. (처음에 사양하길 정말 잘했다.)

늬들 왜 그리 글을 잘 쓰니?'

기묘하게도, 이 난의 칼럼들에선, 필자가 누구든, 첫 필자였던 미학자 진중권씨의 무늬가 설핏 엿보인다. 아니 ‘풍자문학가’ 진중권씨의 무늬라 해야 옳겠다. 사적 일화를 감칠맛 나는 문체에 실어 진지하게 글을 풀어나가는 김현진씨(나는 <시사IN> 덕분에 그녀의 팬이 되었다)조차, 이따금 엷게나마 풍자의 면사포를 걸친다. 그래서 ‘까칠거칠’은 에라스무스의 <광우예찬>(설마 ‘狂牛’예찬?) 한 대목을 21세기 한국판으로 옮겨놓은 것 같기도 하다.

공적 지면의 언어로서는 매우 부적절하지만, ‘까칠거칠’의 젊은 필자들께 투덜거려야겠다. “늬들 왜 그렇게 글을 잘 쓰니?” 진중권 교수께도 무람없이 한마디 해야겠다. “넌 어쩌다가 얘들을 이리도 곱다시 물들여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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