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별산 대장군님과 검탈해 병오님이 결혼을 하면 아들 아홉을 얻을 것이라고 해서 둘이 결혼했지만.. 온갖 치성을 다들여도 딸만 내리 여덟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정성을 들여보자고 해서 낳은 것이 또 딸이었습니다. 딸이라면 지긋지긋하다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은 이 아이가 얻은 이름이 '바리데기'입니다.
어느날 죽을 병에 걸린 부모는 서천서역국에 있다는 약을 구해주라며 딸들에게 청합니다. 그러나 여덟딸 모두 핑계를 대며 못간다고 집으로들 돌아가 버립니다. 허탈해진 천별산대장군님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버린 딸 얼굴이나 보자며 바리데기를 부릅니다.
바리데기는 부모의 병을 고치고자 길을 떠납니다. 동서남북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로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빨래하는 여인이 있어 길을 물으니 검은 빨래를 희게 빨아주면 가르쳐준다길레 작은 팔로 그걸 다 빨아줍니다. 탑쌓는 양반에게 가보라고 해서 가서 물으니 탑을 다 쌓아주면 가르쳐준가길레 또 탑을 다 쌓아줍니다. 다리 놓는 양반에게 물으라고 하길레 다리 놓는 양반에게 가선 다리를 놔주고, 수경 씻는 양반에게 가선 수경을 씻어주고 무장승(혹은 미륵님)께 물어보라해서 물으니 아들 일곱을 낳아주면 가르쳐준다고 해서 아들 일곱을 낳아줍니다.
그렇게 물어물어 서천서역국 약물을 구해오니 이미 부모는 죽어 상여가 나가려는 참입니다.
그 상여를 겨우 세우고 뼈 살릴 물, 살 생길 물, 숨터질 물을 모두 부으니 죽었던 부모가 살아납니다.
원하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은 천덕꾸러기 바라데기가 어쩐지 오늘 우리들 모두와 비슷합니다. 신의 딸이지만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바리데기나 그들의 진정한 주인이지만 국가권력으로부터 소외받는 우리 국민들의 오늘날 모습이 참으로 비슷합니다.
죽을 날을 받아두고야 딸을 다시 찾은 비정한 부모를 위해서 주저없이 길을 떠나는 바리데기의 모습 위로 대한민국의 내일을 포기할 수 없어 오늘처럼 비오는 날 거리로 촛불들고 어둠을 밝히러 나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겹칩니다.
동서남북 어디가 어딘가 몰라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물어 길을 나가는 바리데기처럼 사실.. 오늘 거리로 나서는 우리 모두 힘이 너무 없습니다. 아는 것도 부족합니다. 소위 신의 딸다운 초능력이 없는 바리데기는 평범한 우리네 모습 같습니다.
그 아는것 없고 특별한 능력없는 바리데기가 결국엔 약물을 구해 부모를 살리는 장면을 떠올리며 오늘 우리들의 무모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오늘..
저는 집회에 못갑니다.
다들 거리에서 작지만 값진 걸음 옮길 때 안락한 집에서 인터넷만 들락거리게 생겼습니다.
죄송하고 속상하고 이 상황을 만든 누군가가 심하게 원망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운내시라고 그리고 참석 못하는 저도 기운내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들 일곱 낳아주느라 부모가 죽기 전에 도착 못했지만..
끝내 부모를 살린 바리데기처럼
우리도
끝내 촛불로 내일을 밝힐 것을 믿습니다.
오늘 거리에 서시는 수많은 바리데기님들
그리고 거리로 나서지는 못하지만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한걸음 한걸음 옮기고 있는 또 다른 바리데기님들
모두들 힘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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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바리데기가 되어 봅니다.
에헤라디어 조회수 : 364
작성일 : 2008-07-19 13:27:06
IP : 117.123.xxx.9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고마운님
'08.7.19 1:38 PM (211.206.xxx.90)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수많은 바리데기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2. 새로운세상
'08.7.19 4:30 PM (61.75.xxx.159)님 항상 감사 합니다
3. 님
'08.7.19 5:30 PM (116.125.xxx.106)님도 힘내세요. 화이팅~
4. 감동이
'08.7.19 7:22 PM (116.122.xxx.147)밀려오네요.
저도 이번주는 못가서 맘이 너무 불편했는데..
지금 있는 자리에서나마 마음 다잡고 최선을 다 해야죠.5. gazette
'08.7.19 11:49 PM (124.49.xxx.204)에휴................ 바리데기.. 그렇군요.. 잘 읽었어요. 항상 열심이신 에헤라디어님.. 힘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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