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현장을 산책하며 (경향 시론)
글쓴이: 유마 조회수 : 44 08.07.14 22:15 http://cafe.daum.net/antimb/HXck/131697 경향신문 시론에 나온 칼럼입니다.
글쓴이는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이자 현재 모대학의 교수로 계신답니다.
정말 힘이 나게 만드는 글이네요.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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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촛불’현장을 산책하며
입력: 2008년 07월 14일 18:19:15
때때로 나는 촛불시위현장을 산책하곤 한다. 거기는 나에게 사색하기에 좋은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 가보면 남녀노소 하나 되어 촛불을 쳐들며 소리치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모두 대단해 보인다. 분주히 움직이는 젊은이들은 믿음직스러워 보이고,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소리치는 중년의 남녀는 중후해 보이고, 해맑은 표정들로 촛불을 쳐들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천진난만해 보이고, 유모차 안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동생을 돌보고 있는 3-4세 계집아이마저 대견스러워 보인다. 인류 역사를 두고도 대중이 스스로 이렇게 위대한 힘을 발휘한 사례는 쉬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사회학자들 중에는 '대중'을 두고, 자율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닌 외부적인 어떤 힘에 의해서만 결집력을 보이는 지극히 피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간디와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인도인들이 결집할 수 있었듯이,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에 의해 독일 대중은 또한 조종되기도 했던 것이다. 현대에 와서는 또, 거대 자본과 결탁한 매스컴에 의해 대중은 끊임없이 조종되기도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징후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촛불시위현장에 가보면 이러한 염세론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촛불시위는 외부적인 어떤 힘이나 자본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일어났다는 점이 놀랍고 흥미롭다. 여중생들이 켜 든 촛불이 급기야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번져나가면서 무능하고 비도덕적인 정치권력과 그를 비호하는 거대 언론 재벌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게 되었으니, 2008년 한국의 촛불시위는 미래 혁명의 한 표본이 될 것이고, 후대 역사가들의 연구과제가 될 것이다.
아직도 낡은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수구세력은 대중이 이런 자발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믿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처음에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의 "배후"를 찾아내야 할 것 아니냐, 배후가 없다면 촛값을 댄 사람이라도 색출해야 할 것 아니냐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또 촛불을 친북 좌파세력이며 '사탄의 무리'라는 악담을 퍼부어대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나라 대중은 그 하나하나가 지난 10년 간 사이버 광장에서 실력을 갈고 다듬은 검투사들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참으로 우매했다. 문제를 풀기 보다는 더욱 꼬이게만 했다. '재협상'하라는 대중의 요구에 대하여 미국산 쇠고기가 싫으면 사먹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고 되받았으니 누구라서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는가? 또, 외신 기자를 청와대에 불러놓고는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 내가 먼저 먹겠다"는 누가 들어도 실소를 금치 못할 말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하고 있으니, 누구라서 그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최근에는, 정부가 내세우는 "추가협상"이라는 것이 미국의 발표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실제적 의미가 없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세기 초 한국의 영민한 국민들을 다스리기에는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이 콤플렉스로 작용한 탓일까, 그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민들을 마구 때리고 짓밟고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사이버 공간까지 뒤져 네티즌들의 댓글까지 문제 삼아 잡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그가 과연 이 나라를 무사히 경영할 수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 생각으로 말하면, 지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에게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갈 지혜나 능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비극이 있다.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고, 또 꺼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 민족의 자존심이고, 우리 젊은이들을 음산했던 과거로가 아니라 밝고 희망찬 미래로 인도하는 길을 밝혀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일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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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불끈블끈 힘이솟는글
읽어보아요 조회수 : 347
작성일 : 2008-07-14 22:55:24
IP : 218.52.xxx.5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기쁜우리젊은날
'08.7.14 11:21 PM (211.187.xxx.197)촛불은 우리의 자존심이라는 말,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역으로...촛불밖에 들지 못하는 천민이라 불리우는 우리에 대한 깊은 자괴감도 함께 합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정의를 실현하기엔 현실은 왜이리 험하고 먼가 싶습니다.
하지만, 믿습니다. 우리가 원하면 얻게 된다는 것을.
아자 아자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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