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일로 기억합니다. 회사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을 처음 만난 날이지요.
그날은 일요일이었습니다. 집에서 쉬고 있는 저를 시민 두 분께서 유난히도 귀찮게 하셨지요.
회사에 휴대 전화 번호를 남기면서 까지 노조 관계자와 통화하고 싶다고 한 이상,
응대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회사 앞 촛불 시민들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6월 15일 저녁 7시! 회사 앞 정문에서 홀로 촛불을 들고 계신 시민을 만났습니다.
무척이나 어색할 텐데 홀로 촛불을 밝히고 계셨습니다. 그 후 6명으로 늘어났지요.
촛불을 밝히고, 이러저러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다 여성 한분이 오셔서 현 시국상황과 언론 장악에 대해 일갈하셨죠. 약간 쑥쓰....
이렇게 첫 촛불모임에 참가한 6명 중 4명이 후기를 올리고, 처음에 저에게 전화를 했던
시민분들이 관심을 갖고 애쓰시면서, 오늘날 ytn앞 촛불 시민단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엔 ‘며칠 저러다 말겠지......,’, ‘아이고 ! ytn 불꺼라가 엊그제인데 이게 웬일!!’ 그랬지만,
차츰 님들이 보여주신 진정성에 감화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끼니를 굶을 용기를 갖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됐지요.
나이 40에 이를 때 까지 이러저러한 만남이 이어져 왔지만, 이런 인연도 참 특이하더군요.
이름도 모르고, 자라온 사연도 모르지만.....
하루 중 저녁 몇 시간을 함께 하며, 생각을 같이 모으고, 노래도 부르고, 구호도 외치며,
서로를 걱정해주고 격려해주며 2008년 6월과 7월을 함께 넘었습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시민들’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허나 이것을 이해해내지 못한다면,
2008년을 살아가는 양심적 시민으로서 시대정신을 놓치고 마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왜 YTN앞에는 전경들이 없지?’ 라고 다소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플’이라면서, 그렇게 4주 가까이를 버텨내셨습니다.
이제 YTN 앞에는 제법 많은 분들이 오십니다. 늘 개근이었던 분들은 원래 자리를
뒤에 오시는 분들에게 양보하고 비좁은 통로로 옮기시거나,
앞에 나와서 구호와 노래를 부르시더군요.
참 보기 좋습니다.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동안 YTN노조가 더 가열차게 싸워서, 전경도 좀 불러들이고, 매일같이 신문과 방송에 나오게 하지 못해서.......
그래서 4주간 YTN을 지켜오신 분들이 정말 최전선에서 제대로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드리지 못해서....
하지만 14일! 월요일부터는 달라질 겁니다. 이제 투쟁의 봉화가 올랐습니다.
주주총회 저지에 나섭니다. 당장 전경이 올지 안 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만, 충돌이 시작됩니다.
부딪쳐서 깨질 지도 모릅니다. YTN 조합원들 모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갑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 왜 없겠습니까?
하지만 우리가 가는 그 길이 바른 길이기에, 부딪쳐보지도 않고 포기해 버리는 나약함을 택하기 싫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얼마나 험난한 지, 그 길에 얼마의 희생이 필요한 지도 알 수 없습니다.
때로는 YTN 앞에 모이신 촛불시민들이 두렵기도 합니다.
우리가 포기하진 않겠지만, 만약에 우리가 진다면 이 분들은 YTN에, YTN노조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허나 그런 가정은 스스로를 나약하게 할 뿐! 앞만 보고 갈 작정입니다.
막둥이 YTN!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장난꾸러기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오로지 제대로 된 방송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뚜렷한 줏대를 가지고
방송계의 금기를 파괴하는 ‘돌발영상’처럼 방송계의 발랄한 장난꾸러기 막둥이 YTN이
이제 튼튼함을 갖추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길에 여러분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그릇된 정권의 비뚤어진 방송장악 기도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만에 하나 MB정권이 개과천선 한다면, 그 이면에 여러분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세요.
더운 여름날, 건강 잃지 마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십시다.
출처 : http://cafe.daum.net/YTNYTN (막둥이 YTN 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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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전 노조위원장의 글..
기억합시다 조회수 : 261
작성일 : 2008-07-13 15:45:29
IP : 121.151.xxx.14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글도
'08.7.13 3:55 PM (116.32.xxx.250)감동이네.
2. 새벽에
'08.7.13 4:05 PM (218.37.xxx.88)연설 잘들엇습니다,,,그리고 종이비행기..막둥이 힘내라..장난꾸러기라도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ㅎ
3. 아~
'08.7.13 4:54 PM (220.94.xxx.231)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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