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컨설턴트가 '고재열의 독설닷컴'에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라면에 무슨 보수가 있고 진보가 있냐면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급하긴 급했나 보다, 전문 컨설턴트까지 동원하고...
그런데 그 컨설턴트가 좀 가볍게 생각한 부분이 있더라.
발단은 조선일보 광고 건이랑 연결되어 있지만,
농심이 보여준 개념 말아먹은 태도가
그 회사의 철학을 근본적으로 의심케 하는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몰랐는데, 조선일보 광고 건을 계기로 되돌아보니
맹목적이고 습관적으로 농심을 사 왔더라는 네티즌들의 자각,
그 점이 이번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
네티즌들이 왜 자발적으로 과거의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됐을까.
한 마디로 제대로 열받았기 때문이다.
본보기를 보여 줄 필요성을 너무나 절실히 느꼈다는 말이다.
음식에는 단지 맛과 영양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문화와 정서까지도 담겨 있는 거다.
라면 자체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지만,
그걸 사 먹는 사람들은 라면 한 가닥에 담겨 있는
정서까지도 먹고 있는 거다.
'오만불손 안하무인'이라면 치를 떨고 있는 마당에
울고 싶은 놈 뺨을 쳐도 유분수지 왜 소비자를 조롱까지 하면서 대들었을까.
진지한 사과 없이 유치한 변명으로 일관한 태도는 또 뭔가.
이제 소비자를 비난하거나 비판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비행기는 떠났으니까.
삼양라면이 맛이 없다면 모르겠으되,
습관적으로 농심 신라면만 찾다가 소문 타고 바꿔 먹어보니 맛이 좋았다.
나 또한 10년 이상을 삼양라면 먹은 기억이 없다, 아무 이유 없다.
삼양으로 바꿔 먹어보니 맛이 있더라는 바로 그 점이
결정적으로 스위칭을 가속화시키는 진정한 추동력이다.
라면이 맛이 없었어 봐, 구매 패턴이 바뀔 리가 없다.
더구나 식품인데.
삼양이 갖고 있는 '라면의 원조' 이미지조차도
만약 라면 맛이 개판이었다면 빛을 보지 못 했을 거다.
맛이 있으니까 '원조'도 프리미엄이 되는 거다.
알고 보니 제품을 진짜 유치찬란하다고 할 만큼
고지식하게 양심적으로 만들어 왔더라는 점, 이거 매우 중요하다.
감동을 느끼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소비자들은 딴 거 없다.
초죽음 돼서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회사가
이런 정도의 양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먹어 줘야 할 이유가 충분한 거다.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던 삼양이
우지파동으로 억울한 희생양이 되었고,
농심이 거의 땅 짚고 헤엄치며 시장점유율을 주워 먹었다는 건
아무리 부인한다 해도 부인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것이 농심이 의도한 일이었든 아니든 간에
불로소득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건 이미 네티즌들에겐 상식이 됐다.
따라서, 20년만에 농심에서 삼양으로 제품 스위칭이 일어난다고 해도
별로 억울해 하지 말 일이다.
자연스러운 거다.
그냥 시장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가면 된다.
소비자는 냄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농심은 과거 15% 점유율로 복귀될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농심은 소비자더러 잔인하다고 하소연하지 말고
걍 점유율 하락을 늦출 방도나 찾는 게 더 현명할 것 같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이글 쓰신분 82쿡 대변인으로 모시고 싶네요~~
사거리 조회수 : 837
작성일 : 2008-07-13 04:40:40
IP : 218.38.xxx.3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오메 세상에 ~
'08.7.13 10:40 AM (118.176.xxx.156)어쩌면 이렇게 멋지세유~?
근데 왜 댓글이 하나도 안달렸대유?
아~ 그쿠나~
저도 찬성이네요..
대변임으로도 아깝네, 국회로 보내야 할듯 싶소..2. 지당하심
'08.7.13 11:24 AM (211.206.xxx.90)소비자들은 딴 거 없다.
초죽음 돼서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회사가
이런 정도의 양심을 유지하고 있다면
먹어 줘야 할 이유가 충분한 거다.
<-- 참 좋은 말씀이십니다.^^3. phua
'08.7.13 11:55 AM (218.52.xxx.104)초죽음 돼서 이런 정도의 양심을 유지~~~ 참+ 정말 좋은 말쌈~~~
7월4일부터 삼양주주 됐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