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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cook 자게의 상징성에 대하여..

오아시스 조회수 : 472
작성일 : 2008-07-09 17:52:24
  저는 지난 조선일보의 광고(?) 덕분에
82cook을 알게 되어 가입한 회원입니다.
그러니 굳이 구분하자면 '기존의 회원'은 아닌 셈입니다.
가입한 이후로도 글 올린 적 없고, 댓글만 세 번 달았던 거 같네요.


  82cook 회원님들의 활동과 자게를 보면서
무척 놀라기도 하고 한편 고무되었더랬습니다.
정치에 아무 관심도 없이, 정치가 얼마나 우리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한 채, 일상에 파묻혀 사는 줄로만 알았던 주부들이
(죄송합니다. 제 자신이 여성이면서도 제가 이렇게
우리나라 여성에 대해 근거 없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번에 깨닫고 저도 충격 받았습니다. 반성합니다. (__))
이토록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엄청난 행동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회원가입 이후로 정말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자게를 들락거리며
(요새 회사 일이 한가해서 시간이 많았거든요. ^^;)
거의 모든 글을 읽었습니다. 중독 수준이었지요. --;
일상의 글들과 시국 관련 글들이 뒤섞여 있는 이 게시판은
제게 있어 우리나라 여성이 깨어있다는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이 게시판은 제게,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깨어있는 정신으로
조금씩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운영자가 어떤 운영상의 문제로,
시국 관련 게시물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면
이용자들이 거기에 대해 하라 마라 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시국 관련해서' 갑자기 늘어난 회원들이
사이트 비용만 증가시키고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시국 관련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더 좋은(?) 결과를 맺을지도요.
시끄러운 문제 신경 안 쓰고 싶은 분들은 이곳 자게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의 노력을 하고 싶은 분들은 시국 게시판에서,
평화롭게 본인의 관심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을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제게 한순간 희망의 상징과도 같았던 82cook 자유게시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에 조금 서글픕니다.
반성했던 제 선입관이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맛이 씁니다..


  게시판을 분리한다고 해서 이 사이트를 탈퇴할 생각은 없습니다.
둘러보니 참 좋은 정보들이 많더군요. 게을러서 자주 하진 않지만,
요리나 베이커리 사진, 레시피 보는 거 좋아하는데, 키친토크 정말 완소입니다.
정말 조선일보가 광고 제대로 해준 셈이지요.
아니, '시국에 관심 많으신' 기존 회원님들이 하신 광고라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

  아무튼.. 일상은 누구에게나 소중합니다.
그 일상을 지키고자 촛불을 켠 것이지요..
결국 이 '시국'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니까요.

IP : 210.122.xxx.5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7.9 6:12 PM (118.6.xxx.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살림요리사이트였던만큼 갑작스런 대세의 변화가 운영자로선 참 당황스러울 거 같단 생각 많이 했어요.
    조선덕에 광고는 되었으나 사이트 원래 성격에는 전혀 관심없는 새회원분들이 훨씬 많으신 거 같고..
    82에 몸담고 계신 분들이 목소리를 낼 때와 또 거기에 만명 이상의 새로운 분들이 오셔서
    그 목소리가 커지는 건 또 다른 얘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간혹 회원수 늘어서 좋지 않냐 뭐 이런 글들도 보이지만 살림요리사이트 운영자로서
    과연 그게 좋기만 한 일인지 전 모르겠어요.
    물론 오시는 분들 박대할 곳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운영상의 어려움이 생기니까요.

    '기존회원'으로서 한말씀 드리자면 게시판 분리는 무작정 밀어붙이실 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간 운영자분이 이 곳을 어떻게 꾸려오셨는지 아는 사람으로선 그렇게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의견 주셨으니 17일 이전에 절충안을 내주시거나 분리된 게시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실꺼라고 믿습니다.
    뭔가 앞뒤사정 이런 건 전혀 고려치않고 비수가 되는 말을 내꽂는 분들 때문에
    어제부터 마음이 참 불편했는데 원글님 글이 많이 위로가 되었어요.
    원글님도 지금부터 슬퍼하지 마시고 앞으로 자게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보시기 바래요.
    저도 자게 분리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볼꺼에요.

    다른 분들도...82가 아고라같은 토론게시판도 아닐뿐더러
    사이트의 목적이 촛불집회는 아니라는 거...자게가 이 사이트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
    다른 게시판도 둘러보시면서 애정 가져주시기 바래요.
    정말 촛불집회가 일상인 바쁘신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본인의 일상 지키고 계시잖아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사시는지...그 모습들 자게밖에도 있다는 거...한번 둘러보시기 바래요.

  • 2. ..
    '08.7.9 7:41 PM (221.138.xxx.215)

    상황을 지켜보는 다수보다..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대로 일이 진행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목소리 큰 소수가 더 현명하고 더 멀리 본다는 전제가 없다면
    세상은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가더라구요. 현 시국이 뒤숭숭한 이유기도 하고요..
    어느쪽이든 조만간 결정되긴 하겠지만 그게 과연 옳을까. 걱정도 되고 궁금도 하고.
    이런 고민보다 더 큰 고민이 더 많은데..이 얘기가 생각보다 참 오래가네요.
    어느쪽이든 어서 결정되어서 우리가 해야할 일, 나눠야 할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 3. Pianiste
    '08.7.9 7:45 PM (221.151.xxx.201)

    굳이 구분하자면 '기존회원' 이지만,
    전 굳이 그렇게 구분하고싶지않네요.. ^^

    저 역시 이번시국 이전에는 완전 눈팅회원이었거든요.
    자게에서도 닉 바꿔가면서 썼구요. ㅎㅎ

    그렇게 눈팅하던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었나보네요.
    그래서, 더 지키고(?) 싶어졌나봐요.

    윗윗분 말씀처럼 김혜경 쌤께서 그냥 밀어붙이시진 않을거라고 저도 믿어요.
    확실하게 믿고 기다릴거에요. ^__^

  • 4. ..
    '08.7.9 8:25 PM (211.215.xxx.152)

    저도 키톡에 요리 한번 올린 적 없는 회원입니다.
    몇년 됐지만 정말 손님이었어요.
    살펴보면 좋고 안 봐도 괜찮은 회원이었는데
    이제는 정말 식구같아요.

    그 계기가 이번 촛불입니다.
    저에게 주인의식 가지게 해준 사이트인 만큼 애정이 많습니다.

    82가 끝까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어지기리 누구보다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혜경 선생님의 용단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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