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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 미사 전문
밤새 누군가 받아 적으셨더군요.
퍼왔습니다.
글로 보아도 감동입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성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 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허용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 여론을 제압하기 위하여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리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겨진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 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먼저 보수 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을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라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 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 뿐 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미국에 충실하려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질 숭배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소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 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 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 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꺾이지 않도록 지켜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 대책회의에 압수 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하기를 바랍니다. 먼저 들어야 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 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으로 몰아감으로서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잉 폭력 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향하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기를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에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밝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1. 박쥐
'08.7.1 11:20 AM (118.127.xxx.207)그동안 마음의 상처로 힘들었는데..
미사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치유되었는지
미사 내내 눈물이 마르지않더라구요..
그동안 받은 상처가 컸었나봐요..
싸우는 사람도 있어야하지만
싸우는 사람들이 다시 힘을 내기 위해
이렇게 치유해주시는 분들도 필요하고
너무 감사해요..
저는 무교이지만
역시 신부님들과 스님들을 존경안할수가 없네요..
너무 감동적이고 평화롭고 행복한 미사였습니다..
무한한 감사를 신부님들에게 드립니다2. 꿈틀
'08.7.1 11:23 AM (220.74.xxx.83)저도 그랬어요. 신부님들과 스님,수도자님 그리고 촛불들 때문에 다시 살 맛 나려고 해요.
3. 감사
'08.7.1 11:27 AM (221.154.xxx.144)눈물이 주르륵 흐르네요..
감사합니다.4. ..
'08.7.1 11:35 AM (218.237.xxx.204)신자는 아니었지만, 어제 그 자리에서 너무 감동받았습니다..울컥하더군요..
5. 아기치타
'08.7.1 11:59 AM (58.141.xxx.14)저도 냉담자였는데..어제 미사에선 가슴에 묵직한.. 먼가 다른 미사들에서 느끼지 못하던 감동을 받았습니다...
6. 한들산들
'08.7.1 12:08 PM (222.234.xxx.19)한달에 한번이나 가는 사이비 신자인데...냉담이라 해야하나....너무 억울해서 격해진 마음이 많이 위안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7. 국민
'08.7.1 12:51 PM (116.126.xxx.118)국민들의 마음을 어쩌면 저리도 빠짐없이 알고 계신지.... 진실은 통하나봅니다. 정의 사제 구현단 신부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국민들을 보내시고 시청에 남아계시는 솔선 수범이 국민들로하여금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그런 모범만 보인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훌륭한 나라가 될 수 있을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듭니다.8. 감동
'08.7.1 12:59 PM (124.138.xxx.2)정말 감동 그자체였습니다.
우리의 아픈 마음을 달래 주고 어루만져 주시는 신부님의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느 불교 신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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