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시께에 시청앞에 도착했습니다.
대한민국, 구국을 위해 같이 기도하자며 모인 분들 만나 같이 기도하고
전 82쿡 회원님들 계시지 않은가 싶어 주위를 좀 다녀봤습니다.
조선, 동아를 지키기 위해 철통같은 방위를 펼치는 전경들에게 왜 길을 막냐고 화내시는 아주머니도 보이시고
예비군 복장의 젊은이들도 보이고
8보1배하는 분들도 보이시고
전대협 깃발아래 이제 중년으로 향하는 분들도 보이시더군요...
전대협 깃발을 따라 동십자각쪽으로 따라가봤습니다.
거기도 철통같은 방위태세...
앳된 얼굴의 전경들을 보며 6.25사변과 베트남전의 낡은 필름속 소년병들이 떠올려 지는건
제가 그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증거겠죠...
물을 한병 사러 정독 독서실 쪽 골목으로 죽 들어가봤는데...
거기 전경버스 한대와 약 2개 중대 정도의 병력만이 있더군요...
허술해 보이는 병력 수...
차라리 여기로 뚫고 들어오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시 나오니 전경들이 위압적으로 밀고 나오자
전대협 그냥 다시 시청쪽으로 돌아갑니다.
저도 시청으로 다시 돌아왔고
82쿡 깃발도 보이고
바닥에 다양한 의견들 쏟아내는 커다란 흰 천... 저도 몇 자 적었습니다.
'칼은 펜보다 강합니까?'
어둑어둑 해지면서 비도 오기 시작하고
시민들은 막아선 경찰차량에 항의 하고
물대포 등장하고 처음엔 약하게 시작하는 물줄기 보다가
갑자기 집에서 연락와서 아이를 봅니다.
밤 11시 다시 시청으로 나왔고
전 종로로 향했습니다.
피터지게 가열차게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몇 대 얻어터...지진 않고 요리 조리 잘 도망다니면서
무사히 새벽 첫차 타고 집에 돌아와 잠시 쉬고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20년 전, 군대에서도 짱박히는데는 도가 튼 몸이라...
군기빠진 요즘 전경들... 저 못잡습니다.
그리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의견은 청와대 앞에서 고함쳐 들을 인간이면
당연히 시청앞에서 외쳐도 들을 수 있다.
차라리 시청앞에 집결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유도하자...
일각에서는
끝까지 비폭력으로 촛불만을 들자...
또는
자위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누가 폭력을 유도하는가... 정당방위 행사해야 한다.
모두 다 제각기 나름 정당한 이유들이 있고
모두 다 제각기 좋은 말들입니다.
제 생각은,
폭력이든 비폭력이든 중요한 것은 눈앞을 가로막은 명박산성을
적어도 한번쯤은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넘어가서 우리는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보여주어야 하고
공포분위기 조성해서 폭압으로 무릎 끓리려는 행태에 대해
온 몸으로 저항의 의지를 보여주어야만 합니다.
넘어가서,청와대 앞까지 가서,
똑같은 소리... 외쳐봐야 목만 아프고 그럴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냥 갈 뿐입니다.
피켓을 들든 가만히 서있든
일단은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의 뜻이 분명한 반대에 있음을 똑똑히 알려주고
우리 손으로 쟁취한 민주주의 우리 손으로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알려줘야만 합니다.
생각을 고쳐먹을 때까지...
1987년,
저 그때 고3이었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토요일마다 명동으로, 시청앞으로 달려나가서
'호헌철폐, 독재타도' 외쳐댔습니다.
저는 이미 고3때부터 백골단한테 잡혀서 죽도록 맞본 경험이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똑같았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왜 맨날 데모질이냐고 맨날 욕먹고 다녔습니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언제나 우리를 향하여
폭도다... 좌경용공 분자다... 간첩의 책동에 동조하는 매국노들이다...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문화원 점거하고
화염병 던지고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며 항거했습니다.
나와같이 어깨걸고 투쟁하다가 잡혀간 내 학우를 구하기 위해...
그렇게 얻어낸 민주주의입니다.
백주 대낮에 온 세상 사람들 다 들리도록 대통령을 욕해도
소리소문없이 잡혀가지 않는 나라,
잘못된 정부정책에 대놓고 항의해도
소리소문없이 잡혀가지 않는 나라,
도로점거하고 항의 집회해도
최루탄 가스 살포하지 않는 나라,
그렇게 젊은 날을 최루가스와 닭장차에 헌납하고
눈물로 피로 얻어낸 민주주의 나라인 것입니다.
방법은 모릅니다.
후에 어떻게 할지 대책도 물론 모릅니다.
그저 넘어가야만 한다는 것만 압니다.
기어가든 걸어가든 뛰어가든 날아가든
잡혀서 얻어 터지든 요리조리 잘 피해서 달려가든
일단은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아둔한 제 머리로는 이것밖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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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박산성을 꼭 넘어서야 하는 이유...
버디 조회수 : 303
작성일 : 2008-06-29 18:56:04
IP : 211.180.xxx.9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mimi
'08.6.29 6:57 PM (61.253.xxx.187)수고많으셨어요......날마다 우리가 악몽을 꾸는거죠?
2. 참신한~
'08.6.29 7:12 PM (121.170.xxx.83)새삼 느껴집니다 저도 어제는 그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힘들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을 되잡는
그무엇이 얼마전 소금 사탕이라는 목사님이 글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아무리 매를 맞더라도
넘어가야 겠다고 그리고 시도하시다가 경찰서에 잡혀갔다 나오셔서 다시한번 넘어가겠다고
의지를 다지시더군요 저도 온몸이 조금 그래서 오늘은 조금 쉬어 볼랍니다 내일은
나가야겠죠 ...3. ...
'08.6.29 7:15 PM (211.187.xxx.197)우리가 기도하고 원하면 이루어집니다.
저는 굳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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