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지면 안되는데, 괜히 서글퍼지네요.
지난 주말에 친정에 다녀왔어요.
저희 엄마는 한나라당은 절대로 지지하지 않으시지만,
많이 배우지 못하시고 가난하게 사셔서 그런지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생각하시는 전형적인 소시민이십니다.
대학 다닐 때,
데모하러 나갔다 며칠 집에 못 들어갔을 때
엄마가 저를 찾아 온 동네방네 다니시고
학교 친구들에게 전화하시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3일만에 거지 몰골을 하고 들어와 아무말도 안하고 씻고 있는 저를 발견하셨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 우셨습니다.
그리고도 날마다 누굴 만나는지, 무슨 책을 보는지 일일이 감시하셨습니다.
제가 한번 대들었다가
따귀를 맞기도 했었지요.
잘난 척 하지 마라,
그런다고 세상 바뀌지 않는다...
그런 엄마가
지난 주말에 집에 갔을 때
대통령을 욕하더군요.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저렇게 하면 다 물거품이 되는거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사람들도 이제 포기하게 되는거냐고도 물으시더라구요.
워낙 정치적인 입장이 달라서 그런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는데...
엄마의 마음이 짠해서 서글펐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소시민처럼 살아온 우리 엄마같은 사람도
길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이 고생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고마워하는데
왜 대통령은 모르는지...
엄마는 남은 평생동안 집회에 한번도 안 나가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누구한테 자기의 정치적 입장을 말씀하시기에는 너무 자신감이 없고
스스로를 무식하다고 생각하시는 정말 민초 중에 민초이십니다.
그런 저희 엄마가
여러분들 고생하는 거 알고 고마워하고 계십니다...
함께 하지 못하고 인터넷 이런 것도 몰라서 격려 글도 못 쓰시지만
사람들이 외치는 게 정의로운 이야기라는 걸 알고는 계십니다.
엄마가 풀죽어 물어보시던 말씀이 생각나
아침부터 마음이 짠합니다.
슬퍼하지도 말고
약해지지도 말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이길 때까지 싸워야 할텐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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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프네요..
엄마딸 조회수 : 234
작성일 : 2008-06-26 13:58:54
IP : 147.46.xxx.156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6.26 2:03 PM (220.70.xxx.97)저도 눈물이 자꾸 나네요.ㅜㅜ
2. forget
'08.6.26 2:07 PM (203.228.xxx.197)긴 호흡으로 무거운 마음을 단단히 받쳐들고 한 발자국씩 가면 됩니다.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약해도 좋고 망설여도 좋고 겁내도 좋습니다.
지치면 잠시 쉬어도 좋습니다.
각자 개개인의 진행 속도만큼 같이 가면 됩니다.
잊지 말고, 두렵다고 눈 돌리지 말고,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같이 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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