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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이 빼앗아 간것.

.. 조회수 : 668
작성일 : 2008-06-17 17:13:02
지난주에 많이 아팠어요.
5월 내내 낮에는 회사, 밤에는 집회, 12시에 집에 들어와서 아프리카 4시까지.
그리고 다시 출근, 낮에는 회사, 밤에는 집회, 12시에 집에 들어와서 아프리카 4시까지.
집회는 뭐 편하긴 한가. 2시간은 걷고, 비오고 추웠던날 길바닥에 앉아있고.
그 짓을 1달을 반복했더니, 6.10 지나고 나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많이 아팠네요.

82cook에는 요리 때문에 들어왔는데, 평일 내내 밥을 안해먹으니까
대신 주말 저녁은 근사하게 호텔처럼 먹겠다고 들어와서 레서피 훔쳐보는 82cook인데
주말 저녁마다 광화문 길바닥에 앉아있느라 늘 광화문 포장마차 신세였어요.
가끔, 나무와 벽돌 옆에 The Place나 흥국생명 가는길에 있는 소반 비빔밥 정도가
집회에서 가질수 있는 최대의 럭셔리한 식사였죠.

덕택에 집에서는 밥 1끼도 해먹을 일이 없고, 마트도 갈 일이 없어 지난주말 많이 아픈 가운데
양파도 대파도 마늘도 당근도 없어서 정말 삼양 <맛있는 라면>으로 버텼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그렇게 제게 잊혀진 계절이 되었어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등 형이상학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느라 제 생활은 잊혀져버렸어요.


어제 그제 갑자기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면서.
그나마 간헐적으로도 있던 비정치적인 이야기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네요.

그간 정치 얘기 하지 말라고 하시는 글에는 <정치가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많이 미치시는데 그러시느냐> 댓글도 달고 1달 반 정도 열심히 다녔던 저 조차도 좀 헉헉 거릴 정도로 자유게시판이 정치화 되어서 힘들었어요.
이럴땐 <정치 얘기 그만하자, 정치 얘기 살살 하자> 라고 하는 것보다
저부터 우리네 생활얘기를 써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쓸게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쓸게 없어요.
오늘도 시사 관련 글 한개를 썼고, 매주 몇개씩의 시사글을 쓰던 제가
생활 얘기를 쓰자니 정말 쓸게 없네요.

저는 어느덧 생활에 있던 소소한 기쁨들, 소소한 고민들을 잊어버린거에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데, 소소한 생활이 문제더냐.
저는 어느덧 이렇게 변했나봐요.

속상해요.


나의 생활과 여유와 휴식을 빼앗안 그가 참 밉네요.
IP : 61.106.xxx.1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08.6.17 5:32 PM (218.237.xxx.173)

    힘내세요..글을 읽는 제가 맘이 아프네요...
    빨리 완쾌하시구요, 우리가 이렇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제대로 굴러가는 사회가 빨리 오기를 기다려요..

  • 2. Pianiste
    '08.6.17 5:59 PM (211.232.xxx.13)

    어머나, 생활이 완전 저랑 똑같으세요. ㅜㅜ

    지금 학굔데...
    저도 오늘 들은 말이

    "(딴쌤이) 왜케 자꾸 말러요"
    "(제자들) 왜케 피곤해보이세요."

    잠을 자도 푹 못자고 몇시간 안자서 눈이 번떡 떠지고.

    암튼 힘들긴 힘드네요.

    그나마 친한 친구가 절 쫓아다님서 요새 좀 맥이려고 그래서,
    연 몇일 인간다운 밥을 먹긴햇어요 저녁에..

    잘 먹고 잘 쉬고 힘내서 오래가야죠.

    이젠 저도 작업좀 슬슬 하면서 생활비는 벌면서 하려고 생각바꿔먹는 중이에요.

  • 3. 행복한사람
    '08.6.17 6:00 PM (210.127.xxx.156)

    우리 아이들이 우리처럼 고심하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도록....우리가 힘내야죠.
    부디 더욱 강건하시길...

  • 4. 풀빵
    '08.6.17 6:09 PM (125.129.xxx.53)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자게에 정치글이 넘치고 소소한 일상사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우리네 생활이 변했다는 증거입니다.
    저만해도 살림에 눈돌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시간이 나도 쉽사리 몸이 움직이지 않네요.
    이젠 지치지 않기 위해 틈틈히 쉬어야 할 때이며
    제나름의 정치활동과 일상을 조화롭게 겸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 같습니다.

  • 5. 눈물
    '08.6.17 6:28 PM (218.238.xxx.141)

    저도 제자신이 너무 싫을정도로 생활이 엉망입니다. 이 끝이 안보이는 일에 어쩌다가 말렸을까.. 그저 무관심해도 되었을텐데.. 후회하다가도 매일매일터져나오는 엄청난 일들에 이젠 속수무책이네요. 일상이 이렇게 소중할줄 몰랐네요.

  • 6. 회고..
    '08.6.17 6:31 PM (211.210.xxx.187)

    먼 세월이 흐른뒤에 지금의 이 열정이 그리움으로, 자랑스러움으로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나치 치하에서 모든 독일인이 협력자가 아니었다는 실증으로서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이라는 책이 기억나는군요..

    비스마르크는 아니지만, 해 보는데 까지 해 봐야 내 아이에게 떳떳할 것 같은 비장함마저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내일 또 힘차게 일어나야지요.
    저녁하러 갑니다.........

  • 7. 알찬복숭아
    '08.6.17 6:41 PM (121.149.xxx.17)

    저 어제 남편하고 싸웠읍니다. 저한테 완전 세뇌되었데요

    자기도 맹박이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몇명이 촛불들고 그런다고 머가 달라지겠냐면서 ..

    너무 속상해서 남자가 그렇게 역사의식없이 살면 안됀다고 했죠.

    그랫더니 그런거 걱정할 시간에 살림에 더 신경쓰라고 흑흑흑

    정말 속 터져 죽는줄 알았다니깐요

    이 영감탱이를 어째야됄지 모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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