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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청와대는 일부가 장악… 그들이 '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정두언 인터뷰 조회수 : 624
작성일 : 2008-06-07 12:36:2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06/20080606005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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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지난달 19일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의원을 만났다. 그를 만나기까지 곡절이 있었다. 오후 2시로 잡혔던 약속이 두 차례 늦춰져 오후 5시에야 이뤄졌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정 의원은 "인터뷰는 곤란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녹음기 앞에서 그는 파문이 우려된다면서 이야기하고, 인터뷰는 곤란하다면서 다시 이야기했다.

기자가 정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이다. 그때 그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다. 그는 이후 이명박(李明博) 당시 시장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뒤를 따랐다. 언론계는 그런 그를'이명박의 복심(腹心)'이라 불렀다. 별호처럼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까지 핵심 역할을 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견제를 받아 밀려났다는 소문이 정가(政街)에 파다했다. 기자는 정 의원과 2시간 넘게 이야기했다. 첫 질문은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으로 잡았다."취임 후 100일간 청와대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정 의원의 답은 "이명박 정부는 당내 경선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대선(大選) 승리 후 국정을 수행할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시작됐다."그래도 인재 풀만 잘 가동했으면 준비가 없었어도 괜찮았을 겁니다. 문제는 청와대의 일부 인사가 국정 수행에 집중한 게 아니라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하면서 생겼습니다."

  
▲ 정두언(鄭斗彦) 한나라당 의원이 본지 문갑식 기획취재부장에게 지난 100일 동안 청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인터뷰가 곤란하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뷰를 계속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100일간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이 대통령이'준비된 대통령'인 것처럼 말했는데 요즘 상황이 의욉니다.

"집권을 막상 해보니 여러가지가 필요했어요. 그때 집중해서 잘해야 했는데 매뉴얼도 없고 사람도 없었어요."

―그런 건 어느 정권이나 초기에 겪는 일 아닙니까.

"문제는 국정운영보다 전리품(戰利品) 챙기기에 신경 쓴 사람들도 나왔다는 데서 비롯됐죠."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죠.

"이런 비유를 해보죠. 한나라당이 막 고지(高地·대통령 선거)를 점령했어요. 고지를 점령한 뒤 몇 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戰利品)을 독식(獨食)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어떻게 되겠어요. 사람들이 다 등 돌리고 떠나지 않겠어요."

―전리품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 거죠?

"현대에서의 전리품은 인사(人事)죠. 장·차관 자리,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전리품이요, 이권(利權)이 되는 거죠."

―어떤 사람들이 그런 전리품 챙기기에 나섰나요.

"청와대의 세 명, 국회의원 한 명이 그랬다고 봅니다."

―그들이 왜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했다고 봅니까.

"국정 수행을 하려면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능력이 없으면 최소한 인품이라도 갖춰야 합니다. 그런 자질이 없는 사람들은 보통 인사(人事)를 장악하려 합니다."


■청와대는 일부에게 장악됐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청와대의 A수석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는 민비(閔妃·명성황후)와 같은 존재입니다. 민비가 누구입니까. 흥선대원군이 세도(勢道)정치 없애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을 고르고 골라 앉혀놓은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어떻게 됐어요. 대원군을 쫓아내고 또 다른 세도를 부리기 시작했죠."

―정 의원이 대원군이란 말입니까?

"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거죠."

―A수석이 2인자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대통령은 원래 그런 구도를 싫어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제가 추천한 인물은 절대 등용하지 않았어요. 2인자라는 말, 누구에게 힘이 실린다는 말을 대통령은 기업에 있을 때부터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A씨를 쓴 거죠. 욕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안 거죠. 그런데 이렇게 된 것을 보면 대통령이 아직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B비서관은 어떤 사람입니까.

"A수석보다 더 문제 있는 사람이 B씨입니다. 역대 정권의 실력자들을 보면 노태우 정부의 박철언(朴哲彦), 김영삼 정부의 김현철(金賢哲),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朴智元), 노무현 정부의 안희정(安熙貞) 이광재(李光宰)씨가 있었죠."

―굉장한 실력자라는 말이네요.

"B비서관은 이 사람들을 다 합쳐놓은 것 같은 힘을 가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 데 명수(名手)입니다.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그런 분야에서는 정말 '엑설런트'해요. 대통령의 말이라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한 거죠. 누가 대통령이 진짜 그렇게 말했나 확인할 수 있겠어요. B비서관을 대통령 주변에서 떼어놓으려 하면 C비서관이 나섰어요."

―행정부 인사에 그렇게 간여했다면 국회의원 공천 때는 가만히 있었습니까.

"대통령이 절대 공천에서 떨어뜨리지 말라고 한 사람들까지 B비서관이 작업해서 떨어뜨린 적도 있어요. 이방호 전 사무총장에게도 전화했다고 합니다."

―B비서관을 천거한 게 정 의원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다. 제가 바보 짓 한 거죠."

―그렇다면 B비서관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되는데요.

"저만 없어지면 자기 세상이 된다고 생각했겠죠."

―아까 말한 국회의원 D씨와 청와대의 A, B, C씨가 관계있지 않습니까. 청와대의 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국회의원 D씨는 모르나요.

"관계있죠. 그런데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내 아들도 내 마음대로 못 하네'라는 답만 돌아와요. 그분은 부작용이 있어도 권력을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더군요."


■그들이'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이런 사정을 왜 진언하지 않았습니까.

"했죠. 총선 전에 제가 청와대 들어가 대통령과 점심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대통령께서는'내가 장관들에게 차관 인사까지 다 위임했다'고 자랑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대통령님, 실제로 그렇게 안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펄쩍 뛰시더군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무슨 소리냐고. 그러시는데 제가 뭐라고 더 이상 얘기하겠어요. 대통령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는 뜻이겠죠."

―권부(權府)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몇몇이 대통령의 말도 어기고 자기들'(인사)장사'를 한다는 얘기죠."

―이 정부 들어 계속 사람들이 지적하는'강부자''고소영'내각이 된 게 그 사람들 때문이라는 겁니까.

"그렇죠. 어느 고위 공직자는 제게 이렇게 접근하기도 했어요.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 알았지~잉'이래요. 이런 사람을 A비서관과 B비서관이 합작해 고위직에 임명한 거예요."

정두언 의원은 최근 "청와대에 정무(政務)기능이 없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당시 그 보도가 나간 후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인터뷰'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친 데는 이유가 있어 보였다.

―정무기능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언론에서는 청와대의 정무기능을 정무수석이 하는 걸로 오해하는데요, 실제 정무기능이라는 것은 청와대뿐 아니라 장관, 차관들도 모두 발휘해야 하는 겁니다. 독자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장관들이 인사권이 없는데 어떻게 정무기능을 수행하겠어요."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만일 문 부장이 기획취재부장인데 아랫사람 인사를 남이 다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일할 맛이 나겠어요? 남들이 문 부장을 부장으로 인정하겠습니까."

―차관 인사를 청와대의 몇 명이 다 했다는 뜻인가요.

"그렇죠. 장관들이 차관이 어떤 인물이고, 그 밑에는 또 어떤 사람들인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함께 일을 하는 거예요. 청와대 수석들도 마찬가지예요. 심지어 어느 부(部)는 총무과장 인사에까지 간여했어요. 이러니 일이 되겠어요? 장관들이 책임 있게 일하기는커녕 눈치만 보게 되죠."




■대통령은 그들의'발호(跋扈)'를 모르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정 의원이 영향력이 있었을 때인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인수위 일을 끝내고 내각 인선(人選)작업을 한 1주일 정도 해보니까 황당하더라고요. 너무 주먹구구식이고 우리끼리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인사라는 게 원래 어렵잖아요. 그래서 제가 '도저히 이 상태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통령께 건의를 했어요.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검증하고 크로스체크도 해보자고요. 그래서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제가 배제된 거죠."

―정 의원이 배제된 이유는 있습니까.

"제가 앞서 말한 국회의원 한 분이 한번은 저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너는 왜 내가 추천한 사람은 안 쓰고 '빨갱이'만 데려다 쓰려느냐. 제가 다음 대통령 되려고 자기 사람 심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대통령께도 그런 이야기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대통령은 제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분이죠. 저러다 정두언이가 다치겠다 싶어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는 손을 떼고 당(黨)의 일만 맡으라고요."

―그 뒤로는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뒷전으로 빠지자'공직자 중에 정두언과 관계 있는 ×들은 뿌리를 뽑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어요. 아니, 세상에 왜 뿌리를 뽑습니까. 이러니 저뿐 아니라 대통령을 위해 뛴 주변 사람들이 너무 기분이 나빠진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최대 피해자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대통령이죠. 모든 관심이 대통령에게서 사라졌으니까요. 몸도 떠나고 마음도 떠나버린 거죠."

―대통령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확한 내용보다는 뭔가 본인한테 삐친 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 의원이 이야기하는 몇 명을 왜 한나라당에서 견제하지 못하는 겁니까.

"지하철 타면 왜 왔다갔다하면서 사람들 어깨 툭 치고 지나가는 (건달 같은) 사람들 있잖아요. 쳐다보면 '야, 이 ××야!'라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잖아요. 청와대 수석들이 그 몇 명에게 모두 그런 식으로 당하고 있는 거예요."

기자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정 의원은 수첩에서 메모 한 장을 꺼내더니 기자에게 읽어주기 시작했다.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 찬 그 메모는 어느 장관이 자필로 쓴 기도문이었다. 내용은 '분하다, 억울하다, 그들이 나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중략) 너는 기억하라. 지금의 이 근본이 너에게 있음을 기억할지어다…."정 의원은 이 장관의 실명(實名)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상득 의원 불출마 시도했지만 실패"



대통령도 문제 심각성 인식…"형에게 전국구 末番 주면 어떻겠나" 말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렇게 당에 힘이 없는 겁니까.

"집권 초 '55인 사건'이란 게 있었잖아요. 그때 의원 55명이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세 가지 원칙 준수를 촉구한 게 바로 55인 사건입니다. 당시 조건은 첫째 세대교체를 위해 고령자 은퇴, 부정부패자 은퇴, 대선(大選) 과정에서 네거티브 운동을 한 사람을 은퇴시킨다는 거였어요. 다 실패했죠."

―세대교체란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李相得) 의원을 말하는 건가요?

"대통령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어요. 대통령은 "형에게 전국구 말번(末番)을 주면 어떻겠느냐"고도 했어요. 그런데 55인 사건에 앞장섰던 이재오(李在五) 의원이 빠지면서 저희들만 이상하게 된 거죠. 그때 정말'띠용~'하는 황당한 기분이었어요."

―그 사건으로 대통령의 눈 밖에 났겠군요.

"왜 직접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하셨어요. 다음부터는 밖에다 대고 이야기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직접 하라고 했어요."

―국민은 그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 일어나는 일이 친이(親李) 친박(親朴) 논쟁에 이재오파다, 이상득파다 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전혀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그걸 어떻게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이재오 전 의원이 괜한 오해를 받은 건가요.

"그 양반이 성격이 나이브해서 다 뒤집어쓴 측면도 있죠."

―앞으로 현 정권 임기가 4년 9개월이 남았는데 이런 구경만 하다가 끝나야 하는 건가요?

"아니죠. 역대에도 그런 간신들은 다 기회가 되면 정리됐죠."

정두언 의원은 한번 입을 열자 쉴새 없이 말했다. 녹음기가 앞에 놓인 것을 알고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청와대의 몇몇 핵심들이 마구잡이로 자파(自派)세력을 키우다 보니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부산 인맥이 스며들어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내막을 빨리 밝히는 게 이명박 정부가 더 실패하지 않도록 하는 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나는 장기적으로 전도양양하고 그 사람들은 하느님이 (악을 세상에 알리는) 도구(道具)로 쓴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후기



정 의원과의 인터뷰가 끝난 직후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 의원이 술에 취해 조선일보를 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다음 날에는 한나라당의 한 여성의원이"인터뷰 내용이 뭐냐"고 탐문(探問)하더니 이윽고 정부의 한 기관에서도 "혹시 대통령을 욕한 것 아니냐"고 물어왔다. "인터뷰가 이번 주에 게재되느냐"는 질문도 잇따랐다.



인터뷰 당사자인 정 의원에게는 B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그동안 소원했던 일은 잊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보수집력을 지닌 현 정부가 왜 다른 데서는 헛발질을 계속하는 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IP : 211.108.xxx.13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6.7 1:23 PM (211.187.xxx.197)

    정두언이 이런식으로 나오다니...무너지는 건 시간문제같네요..ㅎㅎ

  • 2. 간절한 소원
    '08.6.7 5:12 PM (121.146.xxx.169)

    이동관의 ‘빼도 박도’ 못하는 땅

    땅값은 내리고 강제매각 대상에 양도세 중과… ‘다운 계약서’로 계약했으면 수천만원 내야


    ▣ 춘천=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최근 몇 주 동안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광우병 파동’으로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사람마다 답변은 제각각이겠지만, 상당수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을 꼽을 것 같다. 강원 춘천시에 땅투기한 의혹과 더불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보도를 막으려 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사퇴론까지 일었지만, 광우병 정국이 전개되면서 여론의 타깃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땅투기 논란도 함께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한겨레21>은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려보기 위해 지난 5월18~19일 ‘뒤늦게나마’ 이 대변인의 땅이 있는 춘천 신북읍 산천리 현장을 찾았다.


    △ 실패한 땅투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의 춘천 신북읍 산천리 땅은 도로와 맞닿아 있어서 “노후 대비용으로 샀다”는 해명을 무색하게 했다.



    은퇴해서 살 곳이 도로변?


    우선 “회사 동료 등과 노후생활을 대비해 샀다”는 이 대변인의 초기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다. 이 대변인이 소유한 600여 평의 땅은 도로와 맞닿아 있는 논이어서, 조용한 노후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신북읍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은퇴해서 살 곳이라면 한적한 산기슭에 있는 땅이나 계곡을 끼고 있는 곳이 좋을 텐데, 거기는 바로 길가인데 무슨 노후 생활이냐”고 말했다.

    다음으로 땅투기인지 여부를 두고서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설명이 갈렸다. 조완형 춘천 신북읍장은 “이 지역은 군부대도 많고 시내와도 떨어져 있어서 땅값이 오를 수 없는 지역이다. 땅투기를 하려면 이곳에 땅을 살 이유가 없다. 뭣 모르고, 누가 같이 사자고 하니까 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회 신북지회장인 이재환(53)씨는 “그게 투기지, 아니면 뭐겠냐”고 잘라 말했다. “투기가 아니면 서울 사람이 이 시골까지 찾아와 땅을 살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이 대변인이 소유한 땅의 입지를 살펴보았다. 당장의 개발 호재와는 거리가 먼 시골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춘천시청은 이 대변인 땅 바로 옆에 위치한 춘천막국수박물관에서 시내 방면인 신북읍 사거리까지 도로를 4차로로 넓히기 위한 토지 매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이와는 반대쪽인 사북면 방향으로도 터널이 뚫리고 화천까지 이어지는 큰길이 개설될 계획이 서 있었다. 게다가 사북면 쪽으로 자동차로 1~2분가량 거리인 지점에서는 춘천시 외곽순환도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외곽순환도로 사업은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사에 들어갔으며, 2010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곽순환도로가 완공되면 양양과 춘천을 잇는 ‘잼버리 도로’를 거쳐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와도 곧바로 연결이 된다. 시내에서 떨어진 신북 지역이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개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여기에 춘천시청 유치 운동, 혁신도시 유치 가능성 등이 결합되면서 현지인들에게 개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한다. 이 대변인의 땅이 있는 신북읍 산천리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북면 고탄리에서 만난 한 30대 농민은 “몇 년 전부터 신북으로 시청이 이사올 수도 있다는 말이 돌면서 외지인들이 신북에 땅을 많이 샀다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현재 주민들은 시청이 옛 미군 기지인 캠프페이지 터에 건립될 가능성이 커 신북읍에 유치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었다). 이 대변인 땅이 위치한 산천리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는 60대 농민도 “(이 대변인이 땅을 산 2004년 11월) 당시는 춘천에 혁신도시가 유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춘천시 전체의 땅값이 들썩거리던 시절이었다. 한 평(3.3㎡)에 5만원 하던 땅이 순식간에 10만원, 15만원으로 올랐다”며 “게다가 그쪽은 도로도 4차로로 확장되고 교통도 좋아질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고 말했다. 투기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실패한 땅투기? 지난해 춘천시청에서 발표한 외곽순환도로 계획도. 이 대변인 땅에서 자동차로 1~2분 거리에 순환도로 나들목이 만들어질 계획이다. 작은 사진 속의 표시된 부분이 이 대변인의 땅이다. 부인 이름으로 작성된 ‘농업경영계획서’(오른쪽).



    그러나 시청이나 혁신도시 유치가 무산되면서 땅값은 이후 크게 오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 대변인의 땅도 현재 땅값이 매입 당시보다 조금 떨어졌다. 현지에서는 이 대변인이 한 평(3.3㎡)당 20만원 또는 22만원에 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는 20만원에 내놓아도 살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중평이었다.

    그런데 매입 당시보다 떨어진 땅값은 이 대변인에게 단지 ‘시세차익을 보지 못했다’는 것 이상의 문제점을 안겨주고 있었다. 앞서 언급한 산천리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다는 60대 노인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혁신도시·시청 유치설로 땅값 뛰던 곳


    “그 땅을 평당 22만원에 샀다던데, 지금 그 땅은 잘 쳐줘도 평당 20만원 정도야. 땅을 사서 손해를 본 거지. 그런데 땅을 팔기도 쉽지 않을 거야. 당시는 실제 거래된 값보다 (세무당국에) 낮게 신고하던 시절이잖아. 그런데 지금은 모두 실거래가 신고거든. 어떻게 잘 풀려서 매입했던 값 정도로 되판다고 하더라도 서류상으로는 많은 차익을 남긴 셈이 돼. 그 사람이야 직접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어서 양도세 중과세(60%) 대상일 텐데, 손해 보고 팔려고 해도 세금을 엄청나게 내야 하니, 참 곤란할 거야. 그 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나도 궁금하다니까, 허허.”

    실제 거래값보다 낮은 공시지가 정도로 매매값을 신고하는 ‘다운 계약서’ 관행을 따른 점이 이 대변인에게 족쇄가 돼 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재산공개 때 땅값으로 4032만원을 신고했지만, 당시 거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연히 1억원은 넘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가 1억원 이상에서 이뤄졌고 세무 당국에는 4천만원가량으로 신고했다면, 실제 매입한 가격 정도로만 매각하더라도 서류상으로는 2~3배 차익을 본 셈이 된다. 이는 곧 수천만원 상당의 양도세를 물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현지에서는 이 대변인 소유 땅 길 건너편 토지 1천여 평이 최근 평당 20만원씩 2억여원에 팔렸는데, 예비역 육군 중령으로 알려진 원래 땅주인이 자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양도세가 높게 매겨져 6천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납부했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이 대변인으로서는 땅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였다. 이 대변인이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구입할 수 있는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를 구입한 만큼 강제매각 대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춘천시 농정과는 5월21일자로 이 대변인 쪽에 처분의무 통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정과의 한 직원은 “처분의무 통지가 나갔기 때문에 5월21일로부터 1년 안에 땅을 팔아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6개월 이내에 팔라’는 처분 명령이 나가게 된다. 그 기간이 지나서도 팔지 않을 경우엔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개발 가능성은 도지사 손에 있지만…


    물론 이 땅이 절대농지에서 풀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권한은 현재 도지사에게 있다. 하지만 이 땅을 소개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진선 강원도지사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에서 김 지사가 이 땅을 개발 가능 지역으로 풀어줘 논란을 자초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대변인은 어줍지 않은 실력으로 투기에 나섰다가 일이 잘못 풀리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이 대변인은 5월29일 실제 땅 매입액과 땅을 산 경위 등을 묻는 질문에 “현재 중국에서 대통령을 수행 중인 관계로 자세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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