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고집하다 물가폭등 부채질
97년·03년 환율정책 실패도 ‘투톱’
“환율 움직여 흑자 내려하면 안돼”
물가가 급등함에 따라 정부가 수출 위주의 고환율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들어 고환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강만수-최중경 기획재정부 장·차관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역외선물환 거래 손실 때도 각각 무리한 환율정책을 펼치다가 참담한 실패를 초래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손쉬운 환율정책으로 거시경제를 좌우하려는 발상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 1997년 외환위기= 김영삼 정부는 1990년대 중반 무리한 원화 강세 정책을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불렀다. 원화 강세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이 된 듯한 분위기였지만 대가는 너무 컸다. 1996년에만 231억달러에 이르는 경상수지 적자를 냈다. 정부는 한때 1달러당 700원대였던 환율이 1997년 들어 900원을 넘어서고 있는데도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시장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강 장관은 당시 경제정책 총괄부처였던 재정경제원의 차관으로서 환율정책에 관여한 바 있다.
■ 2003년 외평기금 10조원 손실= 외환위기가 수습되면서 자연스럽게 원-달러 환율은 낮아지기 시작했다. 2001년 1300원대였던 환율은 2003년 하반기 11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이에 정부는 수출경쟁력 약화된다는 이유를 들며 노골적으로 환율 개입에 나섰다.
총대를 맨 사람은 당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었던 최중경 차관이다. 그는 “1100원대 중반 환율은 기업 채산성의 마지노선”이라며 환율 사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재경부는 역외선물환시장(NDF)에 무리하게 개입하다가 2조5천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2004년 외국환평형기금 손실은 무려 10조원을 넘었다. 그럼에도 환율 방어선은 2004년 말 한꺼번에 무너졌다. 막대한 역외선물환 손실 소식에 9월 말 1151.8원에서 11월 말 1048.2원으로 급락했다. 그 탓에 외국인 투기자본만 막대한 환차익을 실현했다.
■ 2008년 물가폭등=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강 장관과 최 차관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달러화가 세계적으로 약세기조에 있는데도 성장 우선정책을 펴느라 고환율 정책을 폈다. 결과는 즉각적인 물가급등으로 나타났다. 원유·금속·곡물 등 국제 원자재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펼친 고환율 정책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렸고, 이는 물가안정 기조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불타는 장작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에 정부는 뒤늦게 물가상승 억제를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기로 했다. 정부는 물가상승이 “예상치 못한 원유값 상승 때문”이라고 이유를 돌리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신중하지 못한 환율정책이 화를 불러왔다고 비판한다. 엘지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환율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지만 한번 오른 물가는 내려오기 쉽지 않다”며 “지난달 환율급등 여파로 인한 물가상승은 7~8월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 연구부장은 “지금까지 인위적인 환율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며 “앞으로는 환율을 움직여 수출을 끌어올리고 경상수지 흑자를 내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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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최중경=`마이너스의 손’ < 펌 >한겨레
마이너스의 손 조회수 : 326
작성일 : 2008-06-05 21: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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