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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집회, 경악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씨 글. 쫌 깁니다.)

풀빵 조회수 : 1,009
작성일 : 2008-06-05 00:57:16
1.

머리 수 채워주러 시청앞에 나갔다가 빌빌 거리다가 들어왔다.

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훨씬 더 되는 것 같았다. 내 경험으로는 2만은 넘는 것 같다. 대단하다. 비도 오고 있었는데.

삼보일배 행렬이 서울에 들어올  때, 전국의 환경운동과 조계종이 다 모여서, 5천명 겨우 되었던 기억이다.

2.

내일부터 72시간 집회라고 한다. 경악이다.

농성은 그렇게 며칠씩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했던 가장 길었던 농성이 89년의 메이데이 농성이었다.

연세대학교 인문관에서 학생들이 갇혔던 때에는 강사라서, 초기에는 이리저리 빵이나 음료수를 사들고 다녔던 적은 있는데, 그 때는 고립되어 있었다.

100만 6.10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하지만, 이명박으로서는 잔인한 현충일이 아닐 수 없다.

잔인... 사실, 명박 5년이 더 잔인하기는 할 것이다.

3.

명박이 국민들 눈높이를 잘 몰랐다고 한다.

눈높이, 이거 아이들에게 쓰는 용어 아닌가? 눈높이에 따라 다니는 술어는 '낮추는'... 아직도 정신 못차린다. 100일을 돌아보면, 더 낮추어 보겠다는 말을 이렇게 대놓고 하는 건지.

한나라당은 약간 이해했는데, 머리가 안 따라 가는 것 같고, 명박은 아직 사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어지간한 돌머리라도 이 정도면 이게 뭔지 이해할 정도는 된 것 같은데, 참... 명박은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심성이 문제다. 심성부터 닦아야 할 것 같은데, 그 심성의 기본이 안 된 것 같다.

4.

지금이 17%의 지지율이다. 20% 벽이 뚫렸으니까, 10%까지는 자유낙하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질문의 특성상, 이명박을 좋아하느냐고 물었으면 조금 높게 나올텐데, 정책을 지지하느냐? 이러면 더 떨어지게 된다.

수입유예나 자율협정은, 결국 치명타가 되었다. 어제 하루, 지금까지 미국산 쇠고기 좀 먹으면 어떻냐고 말하던 할아버지들이 집에서 신나게 터지고 있었을 것 같다. 그를 마지막까지 지지하던 사람들에게, 이 조치는 치명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5.

하여간 이 경악할 72시간이 끝나기 전에, 한국에는 시민공동체라는, 아주 희한한 것이 생겨날 것 같다. 당장 나만해도 가방에 물이나 먹을 것을 가지고 있다가 보는 사람마다 줘야할 것 같은 마음이다. 나야 집이 서울이고, 차로 뭔가 실어갈 수 있는 처지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뭘 더 내놔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나만 그러겠나? 72시간 동안 광화문은 거대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이 경험은, 한국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역사와 문화 그리고 '공유된 경험'으로 이끌 것이다.

박정희나 전또깡, 아니면 슨상님의 기억만 가지고 있던 이 슬픈 반도에, 공동체의 첫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대단하다.

경제만 있고, 경쟁만 남고, "부자 되세요" 외에는 외칠 줄 모를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진단하던 그 국민들 속에서, 그야말로 한국식 '시티즌십'이라는 것이 생겨나는 역사의 순간이다.

6.

확실한 것은, 이 72시간이 지나고 나면 명박은 식물대통령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정도의 사후대책에 SRM에 대한 몇 가지 콘트롤 만으로 사람들이 "이 정도면"이라고 만족할 시간이 있었다. 첫 촛불을 들고 72시간 내에 했으면 그렇다.

농림부 장관 정도 내리고 수습할 기회가 명박에게도 있었다. 그 첫 72시간 내에 했으면 그렇다.

총리를 내리고, 비서실상을 내리고, 내각을 전부 물리고 다시 리셋 버튼을 누르고 사태를 수습할 기회가 명박에게 있었다. 블러디 선데이가 오기 전에 그랬다.
이제 72시간 집회가 지나면, 명박은 식물대통령이 되어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상상하지 못했던 공동체 그것도 완벽할 정도의 분산형 공동체를 경험한 시민들에게 우월적 지위로 통제할 수 있는 그런 권위는 이미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고, 명박 수준의 심성으로는, 대단히 곤란할 것이다.

국민의 대대적인 불복종, 그 상태가 시민 불복종의 일반화 상태일텐데, 이런 상황에서 통치는 물론 국가의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가는 원래 그런 것이다.

이 72시간이 지나면, 다시 100만 6.10이 온다. 100만은, 전또깡도 못 버텼던 숫자이다.

7.
서울광장의 시민은, 진화의 속도와 방향의 해석의 범위를 넘어섰고, 예측가능한 범위를 넘어선지 오래이다. 빗속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 나선 사람, 그것은 어떤 사회과학 이론으로도 해석하지 못한다.

87년 9차 개정헌법이, 이렇게 꽃으로 만개하였다.

화석화된 문구,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문구가 꽃처럼 만개하였다. 문득...

연꽃의 아름다움을 보았는가, 이 표현이 생각난다.

이 연꽃은, 명박의 토목자본과 대기업중심주의, 그리고 권위와 획일성, 그 흙탕물 위에서 피어오른 연꽃과 같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원칙은 헌법의 원칙만이 공유된 것이고, 사람들은 상식으로 행동한다.

절제된 카오스라고 표현하면, 조금 비슷할까?

어디로든 진화할 수 있는 태초의 진화와 같지만, 방향의 참고가 되는 고정점, 그것은 단 하나이다. 명박... 명박과 같지 않은 상태로 진화하는 중이고, 명박과 다른 점을 향해 나아간다.

그래서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8.
72시간 집회, 생각이 있으면 이 72시간 발동이 걸리기 전에 뭔가 내놓는 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명박이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일단 발진하면... 조정자와 명령자가 없기 때문에, 누구도 세우지 못한다.

대한민국, 이렇게 처음으로 다안성을 만개할 물리적 조건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한국경제 대안시리즈 4권의 마지막 강의 13강은... 다안성으로 막을 내릴 생각이었다.)
IP : 61.73.xxx.24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6.5 1:00 AM (124.49.xxx.204)

    식물 대통령 명박씨.. 내가 확 꺾어 내버릴 껍니다. 가만 안둬 !!!!

  • 2. 와!
    '08.6.5 1:04 AM (122.128.xxx.246)

    이분도 글 참 시원시원하게 쓰시네요~
    식물쥐새끼!!! 만세!

  • 3. ㅋㅋ
    '08.6.5 1:09 AM (121.88.xxx.149)

    이거 읽고나니 명바기 내려오는 건 시간문제인것만 같아 기분이 좋기는 한데..
    그래도 안내려오면? 아 우울하다.

  • 4. 근데
    '08.6.5 1:12 AM (219.254.xxx.209)

    아마 이글 멍박이가 읽어도 이해도 못할꺼 같네요,,,,,식물이 되어라,,,,뿌리를 뽑으리라,,,72시간,,,,이분글, 멋쪄요,,,,역사적으로 중고생들이 나서서 이긴 사람은 없었다고 하네요,,,,

  • 5.
    '08.6.5 1:14 AM (211.237.xxx.141)

    쥐새끼 열리는 식물 탄생하겠군요
    경축입니다
    그 식물 말려죽여 버립시다

  • 6. 시민
    '08.6.5 10:40 AM (203.218.xxx.106)

    자랑스럽습니다.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하는 동포로서 더더욱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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