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는 흥분해서 글도 제대로 읽지 않고 섣부른 실수를 했습니당. 죄송~
한겨레 신문 곽병찬 논설위윈의 컬럼 내용이 너무 좋아서 퍼왔습니다.
--------------------------------------------------------------------------------------------
[곽병찬 칼럼] ‘삶이여 감사합니다’
논설위원
불가사의했다. 도시는 체포와 학살, 사찰과 고문으로 신음하는데 어떻게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도시와 웅덩이, 해변과 사막, 산과 들/
그리고 너의 집과 나의 길/
피곤하지만, 행진을 할 수 해준 나의 다리/
이 많은 것을 나에게 준 삶이여, 감사합니다.”
게다가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라던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 운동의 대모, 비올레타 파라(칠레)가 작곡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어머니라는 메르세데스 소사(아르헨티나)가 부른 노래라니!
당시 칠레는 3천여 명의 시민을 학살했고, 체포와 구금 고문 등을 피해 100만여 명이 고국을 등지게 한 피노체트의 철권통치 아래 있었고, 아르헨티나에선 군부정권의 더러운 전쟁 속에서 3만여 명이 피살 혹은 실종된 상황이었다. 산다는 건, 그 자체로 ‘고통이고 투쟁이고 저항’이었다. 그럼에도, 삶에 감사하는 이 노래는 독재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는 총알이었다!
이 오래된 의문과 경탄이 요즘 다시 살아난다.
진압 경찰의 방패에 찍히고, 몽둥이에 뒤통수를 맞고, 군홧발에 짓밟히고, 물대포에 고막이 찢겨도
그들은 물러서지 않았고, 치켜든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타고난 생기발랄은
시청에서 광화문 네거리에 이르는 너른 광장을 한 달째 춤과 노래와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민주주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들은 비장하지 않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돌을 들지 않았고, 쇠파이프로 무장하지도 않았다.
비무장의 그들은 흔들리는 촛불이었고, 막히면 비켜가는 물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이 아니라 공권력의 강철대오가 흔들린다.
엄포와 협박을 일삼던 검찰 경찰 정권은 실색했다.
하긴 간난 아기를 태운 엄마들의 유모차 부대가 앞장서고
아이들을 목말 태운 아빠들이 뒤를 따르는데,
막아서면 ‘텔미 춤’을 추고 협박하면 노래나 하라는데,
길이 막히면 주저앉아 장기자랑 노래자랑으로 초여름 밤을 즐기는데,
때리면 그저 얻어터지는 게 제 역할이라는 예비군들이 대열을 보호하는데,
거기에 대고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노래하는 이들을,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죄로 처벌할까 내란죄로 주리를 틀까.
이렇게 신나고 흥겨운 민주주의가 세상 어디에 있었던가.
한때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입밖에 내려면, 이를 악물고 신발끈을 단단히 동여매야 했다.
무차별 구타와 투옥도 각오해야 했다.
그래서 대개는 그저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으로,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신새벽 뒷골목에서,
남몰래 ‘민주주의여 만세’(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라고 끼적이는 게 고작이었다.
그만큼 민주주의는 비장한 것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이 비장한 민주주의를 행복한 것으로 전복시켰을까.
남미 민중이 그 혹독한 억압과 저항 속에서 ‘삶이여 감사’하다고 노래했던 것은 단지 낙천성 탓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을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는 능력, 이웃과 공동체의 고통에 대한 공감의 능력,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생기발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거기에 우리의 젊은 벗들은 정의의 감수성과 연대의 힘까지 갖추었다.
그러니 더 행복한 민주주의로 향한 그들의 행진을 어찌 물대포로 막을 수 있을까.
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그대는 일쑤 비장하고, 그래서 일쑤 주저앉는 우리에게 희망하는 법을 알게 하고,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는 법을 알게 했습니다.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이며,
그대의 춤은 우리의 춤입니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감사합니다.
chankb@hani.co.kr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한겨레 신문에 나온 칼럼 너무 좋아서요.
잠시 착각 죄송^^;; 조회수 : 926
작성일 : 2008-06-04 19:28:28
IP : 125.128.xxx.136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아..
'08.6.4 7:33 PM (211.215.xxx.58)정말 울컥합니다.
2. ..
'08.6.4 7:33 PM (203.228.xxx.197)전율이 느껴집니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감사합니다. 22223. ^^*
'08.6.4 7:38 PM (211.59.xxx.113)너무 조아여~
감동백배4. 참
'08.6.4 7:38 PM (81.252.xxx.149)존 글이네요,,
5. 정말
'08.6.4 7:42 PM (124.50.xxx.137)힘이되는 글이네요..
민주주의 놀이터..6. ..
'08.6.4 7:44 PM (116.39.xxx.185)저 한겨레 안보는데 이 사설 정말 감동적이네요.
7. 저기
'08.6.4 7:54 PM (125.186.xxx.132)저노래 gracias a la vida 라는 노래예요..
http://blog.naver.com/lhj914?Redirect=Log&logNo=400516765218. 저기
'08.6.4 7:56 PM (125.186.xxx.132)http://blog.naver.com/sweetoddeyes?Redirect=Log&logNo=150004138019
여러버젼이있네요..........9. 91학번
'08.6.4 8:07 PM (59.28.xxx.77)입니다.
입학하자마자 하루가 멀다하고 줄줄이 분신하던 시절.
운동권이 아니어도 아무도 시국에 무심할 수 없던 시절이었는데..
이거 보니 그때 생각나 진짜 울컥하네요.
며칠전 광장에서 사람들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부르더라구요.
그때도 갑자기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솟더니만.10. 저도
'08.6.4 8:29 PM (125.180.xxx.25)아침에 신문보다가 이 칼럼 읽고서 눈물이 주루룩.....
놀랐습니다.11. 우리들
'08.6.5 12:57 AM (219.254.xxx.209)정말 멋진 국민입니다,,,이렇게 멋있어도 되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682633 | 자유게시판은... 146 | 82cook.. | 2005/04/11 | 154,574 |
682632 |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 82cook.. | 2009/12/09 | 62,240 |
682631 |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 82cook.. | 2006/01/05 | 92,522 |
682630 |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 ᆢ.. | 2011/08/21 | 19,973 |
682629 |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 애니 | 2011/08/21 | 21,671 |
682628 |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 사랑이여 | 2011/08/21 | 21,377 |
682627 | 꼬꼬면 1 | /// | 2011/08/21 | 27,410 |
682626 |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 애셋맘 | 2011/08/21 | 34,604 |
682625 |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 명언 | 2011/08/21 | 34,789 |
682624 |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 애엄마 | 2011/08/21 | 14,848 |
682623 |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 차칸귀염둥이.. | 2011/08/21 | 16,991 |
682622 |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 너무 어렵네.. | 2011/08/21 | 23,214 |
682621 |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 해남 사는 .. | 2011/08/21 | 36,192 |
682620 |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 조이씨 | 2011/08/21 | 27,397 |
682619 |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 -_-; | 2011/08/21 | 18,308 |
682618 |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 | 2011/08/21 | 26,630 |
682617 |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 짜증섞인목소.. | 2011/08/21 | 74,077 |
682616 |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 이건뭐 | 2011/08/21 | 14,554 |
682615 |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 도어락 얘기.. | 2011/08/21 | 11,624 |
682614 |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 참맛 | 2011/08/21 | 14,358 |
682613 |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 | 2011/08/21 | 13,389 |
682612 |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 수영장 | 2011/08/21 | 13,643 |
682611 |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26,040 |
682610 |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 애플 이야기.. | 2011/08/21 | 23,537 |
682609 | 가래떡 3 | 가래떡 | 2011/08/21 | 19,756 |
682608 |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 슈슈 | 2011/08/21 | 21,818 |
682607 |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 늦은휴가 | 2011/08/21 | 13,807 |
682606 |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 도대체 | 2011/08/21 | 11,931 |
682605 |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 독수리오남매.. | 2011/08/21 | 18,079 |
682604 |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 | 2011/08/21 | 21,8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