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새벽에는 시위를 안 했으면 해요

시위참가자 조회수 : 1,110
작성일 : 2008-06-03 17:39:15
저는 지난 5/31일~6/1일까지 경복궁 앞에서 시위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제가 그 날 시위하면서 느낀 것은...
과연 새벽까지 남아서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시위대는 갈수록 줄어들었구요.
물대포를 계속 맞았기 때문에 체력 저하가 많았습니다.
대열은 점점 흐트러져 갔고, 아침이 되어 오자 이만큼 버텼으니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당한거에요.
그 때까지 물대포로만 응수할 뿐 전경차 앞으로는 나오지 않던 전경들이 연막탄 같은 것을 터트리며 쏟아져 나오니까 시위대는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도망갈 뿐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죠.
그렇게 잡힌 사람들 중 다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에요.
기습 공격에 완전히 당한거죠.

김밥과 생수 공수해 주셔서 참 고맙고 달게 잘 먹었지만,
그렇게 한다 해서 없던 체력이 되살아 나진 않는거 같아요.
그리고 그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김밥 보단 우리 옆에서 든든히 스크럼을 짜줄 사람 한 명 한 명이었습니다....

디씨에서 김밥 사주신다고 삼천만원 이상 모았다고 하던데 정말 정말 너무 감사할 뿐이에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냉철하게 생각할 때, 그 돈으로 김밥을 공수하는 것이 과연 그 분들의 호의만큼이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그 많은 돈을 더 좋은 곳에- 이를테면 지하철 광고로 이번 사건을 개탄하는 내용을 실어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하는- 쓰면 어떨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인다 하더라도 밤이 깊어지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은 애들 있으니 꼭 가셔야 하구요.
몸이 약하신 분들도 밖에서 밤을 새는 것은 피하시는 게 좋구요.

또 많은 사람이 남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청와대까지 가는 길을 뚫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제 생각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는 진짜 촛불 밖에 안 들었으니까요.
전경차로 겹겹히 쌓아 놓고 그 뒤로는 못 오게 물대포 쏘아대고 곤봉 휘둘러 대는데 누가 거길 넘어갈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다치면서 그렇게 한 명, 두 명, 적진으로 뛰어든다고 해서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한 사람의 부상자도 더 이상은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봅니다.

무리해서 밤을 샐게 아니라,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한 장소에 모여서 작은 힘을 모아 큰 힘을 만드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우리 목표는 청와대 앞까지 가는게 아니에요.
이명박 정부에게 우리 목소리가 이만큼 크다는 거을 보여주어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마 82에서도 시위 참가하셨을 분들 많으실거 같은데...
직접 참가해 보신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전 더이상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ㅜㅜ
시위대 후방에 위치해 있던 덕에 물대포도 안 맞고 비교적 안전하게 있다가 돌아왔지만,
집에 돌아와 자료 찾아보니 얼마나 무서운 상황이던지요!
정말 많이 울고 정말 많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과연 저와 같은 시위 장소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건지 믿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하루 빨리 이런 폭력은 근절해야 합니다.
저들은 절대 폭력을 멈추지 않을 거에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계속 일어날 거라 봅니다.
그러니 우리가 더 조심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IP : 121.129.xxx.16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6.3 5:41 PM (222.97.xxx.227)

    이 사태 어쩌면 길게 가야 할 지도 모르는데
    저도 동감입니다.

  • 2. 하지만
    '08.6.3 5:43 PM (211.253.xxx.65)

    그래서 이슈화가 되고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3. 시위참가자
    '08.6.3 5:45 PM (121.129.xxx.167)

    거기다 프락치 문제도 심각합니다. 인원이 줄어들고 결속이 약해질수록 프락치가 활개치기 쉬운데 그렇게 당하면 더더욱 시민들 사이의 불화만 커지고 시위대는 힘들어 질거에요.

  • 4. 시위참가자
    '08.6.3 5:46 PM (121.129.xxx.167)

    이슈화를 만들기 위해서 밤을 샐게 아니라, 인원을 더 많이 모으자는 거죠. 낮이고 이른 저녁이면 가족단위가 참여하는 것도 오히려 더 쉽잖아요. 어린 학생들도 나오기 쉽고. 그렇게 하다가 너무 늦지 않을 때 다시 들어가면 다칠 위험이 팍 줄죠. 사람 많을 땐 쉽게 때리지 못해요, 아무리 경찰이더라도.

  • 5. 구경꾼
    '08.6.3 5:48 PM (222.64.xxx.214)

    시위에 한번도 참가해 보지 않은 바다건너 구경꾼의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너무 힘들게 새벽까지 시위하시는 건 시위의 효과면에서도 시위자의 체력면에서도 손실이 너무 큰 것 같아요.
    하루 이틀에 끝날 싸움도 아니고 그날 자정 안에는 자진 해산했으면 하는 게 제 생각인데요.
    제가 모르는,새벽까지 계속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정을 넘긴다고 해서 우리의 요구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저들의 폭력이 근절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너무 고생들 하시니까,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살살 하셨으면 하는 생각에 횡설수설해봅니다.

  • 6. 시위참가자
    '08.6.3 5:48 PM (121.129.xxx.167)

    자꾸 이렇게 폭력진압 얘기가 붉어져지면 온라인 상에서는 더 크게 떠들게 되더라도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집회에 참가하는 인원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일단 저부터 자정 이후로는 시위대에 참가 안 할 생각이에요... 이기적이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 제가 살자고 이렇게 시위를 하는 거기 때문에 제 생명과 건강은 지키고 싶습니다....

  • 7. 제 생각이요
    '08.6.3 5:54 PM (222.238.xxx.168)

    우리 목표가 청와대까지 가는게 아니잖아요.
    사실 청와대가 뚫린다면 그것보다 큰 일이 어디있겠어요. 청와대가 뚫린다는건 안되는일이죠.
    그야말로 군대가 동원될수 있는 문제고요.
    시위가 위험하지 않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수 있을거예요. 사실 동영상이나 사진들 보고 겁먹고 못나가는 사람들도 많지않을까요?
    조중동도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길 기다리고 있을테고요.
    아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서 거리행진하고 일시에 확 해체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전경들에게도 강제진압이라는 빌미를 줄 일도 없을테고요.

  • 8. 시위참가자
    '08.6.3 5:56 PM (121.129.xxx.167)

    지금으로서 가장 현실성 있고 좋은 방법은 [매일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길이라고 봅니다...그렇게 매일 매일 모였다가 밤이 깊어지면 집으로 돌아가고,,, 주말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라디오21에서 듣기로도 6월 항쟁 때에도 이런 방법으로 열흘간 하니까 전두환이 항복했다면서요?

    그런데 참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비가 언제까지 오련지... 딱 5일부터 비가 그쳤음 좋겠어요.
    시위 맘 놓고 하게.

  • 9. 무정
    '08.6.3 6:00 PM (125.191.xxx.12)

    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저도 그날 같이 있었지만 솔직히 경찰이 그렇게 나올지 예상은 못 했었죠.

    당시 딱히 지휘부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여기저기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아침까지만 버티고 뉴스에 그런 상황이 보도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올것이다. 버틸때까지 버텨보자 그런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 상황까지 간다면 1일 오전 정도면 명박이가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표명을 할 것이란 기대를 가졌었죠. 물론, 너무 큰 기대였죠.ㅎ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낮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보이더라구요. 특히 6일, 7일 낮에 모이자는 의견도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식으로 의견이 나오다보면 대책위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이 있을것 같습니다.

  • 10. 동감
    '08.6.3 6:24 PM (124.49.xxx.213)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일 저들이 우리 시민들을 국가원수의 안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도'로 치부하는 날엔,
    그야말로 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지금의 경찰이 아니라 살인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합법적'으로 나설 수도 있는 것이구요.

    밤새 고생하시는 분들껜 늘 죄스럽고도 감사한 마음이지만, 청와대를 점거라도 하려는 듯 그들을 자극해서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것 또한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구요.
    촛불집회의 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함께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만을 들려줄 수는 없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이른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나와 자리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할 테구요.
    순진한 얘기라 하시는 분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밤샘을 하고 혹여라도 청와대까지 몰려간다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여론만 악화됩니다.

    무조건 비폭력, 평화시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 11. 그저
    '08.6.3 6:29 PM (59.12.xxx.135)

    안타가울 뿐입니다. 더 이상의 부상자나 희생자가 나오는 건 정말 막아야합니다.
    그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안 이상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야지요.
    근데...
    이 순간 갑자기 그 눈빛소녀(애국소녀)의 말이 오버랩되면서 또 가슴이 먹먹해지는군요.
    찍으세요, 찍으세요. 전 괜찮아요. 알려야죠.
    ㅠ.ㅜ

  • 12. 맞아요.
    '08.6.3 6:33 PM (221.161.xxx.250)

    낮에는 유모차부대와 아줌마부대가 나가고요. 저녁에는 학생과 직장인이 나와서
    하고 10시쯤에는 전부 해산 해야해요.
    매일매일 쉼없이 꾸준히요.
    청와대로 밀고 가는것 아무 의미 없어요.
    같은자리 같은장소에서 평화스럽게 힘들이지 말고 해야지요.
    앞으로 갈길이 너무 멀어요. 언제까지 해야할지 모르거든요.
    제발 방벙에 대해서 의논들 해주시고 하나로 모아주세요.

  • 13. 동감
    '08.6.3 7:50 PM (211.214.xxx.225)

    절대 동감입니다
    청와대로 굳이 갈려고 할필요가 없다는거죠
    요며칠 다치는분들이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냥 국민의 단합된 힘만 보여주면
    그걸로도 충분할것같아요

  • 14. 동감2
    '08.6.3 10:40 PM (222.238.xxx.101)

    명박이한테 빌미만 주는것같아요.

    청와대로 간다고 해도 끌어내릴수있는것도아니고 (얼마나 많은사람이 더 다치겠어요)......꾸준히 지속적으로 국민의 담합된 힘만 보여주었으면해요.

  • 15. 근데
    '08.6.4 2:32 PM (116.125.xxx.21)

    20회동안 촛불문화제 했는데도 아무 변화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거리시위하게 된거고...
    저도 청와대에 왜 꼭 가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청와대가 못갈데도 아니고, 평화시위하는데 왜 꼭 막아야하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하는게 정답인지...휴~
    정부가 정신차리고 제대로 재협상 하면 이런 고민 안해도 될텐데 참...한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2656 자유게시판은... 146 82cook.. 2005/04/11 154,488
682655 뉴스기사 등 무단 게재 관련 공지입니다. 8 82cook.. 2009/12/09 62,199
682654 장터 관련 글은 회원장터로 이동됩니다 49 82cook.. 2006/01/05 92,489
682653 혹시 폰으로 드라마 다시보기 할 곳 없나요? ᆢ.. 2011/08/21 19,922
682652 뉴저지에대해 잘아시는분계셔요? 애니 2011/08/21 21,582
682651 내가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 사랑이여 2011/08/21 21,292
682650 꼬꼬면 1 /// 2011/08/21 27,319
682649 대출제한... 전세가가 떨어질까요? 1 애셋맘 2011/08/21 34,491
682648 밥안준다고 우는 사람은 봤어도, 밥 안주겠다고 우는 사람은 첨봤다. 4 명언 2011/08/21 34,663
682647 방학숙제로 그림 공모전에 응모해야되는데요.. 3 애엄마 2011/08/21 14,804
682646 경험담좀 들어보실래요?? 차칸귀염둥이.. 2011/08/21 16,936
682645 집이 좁을수록 마루폭이 좁은게 낫나요?(꼭 답변 부탁드려요) 2 너무 어렵네.. 2011/08/21 23,141
682644 82게시판이 이상합니다. 5 해남 사는 .. 2011/08/21 36,083
682643 저는 이상한 메세지가 떴어요 3 조이씨 2011/08/21 27,320
682642 떼쓰는 5세 후니~! EBS 오은영 박사님 도와주세요.. -_-; 2011/08/21 18,250
682641 제가 너무 철 없이 생각 하는...거죠.. 6 .. 2011/08/21 26,537
682640 숙대 영문 vs 인하공전 항공운항과 21 짜증섞인목소.. 2011/08/21 73,835
682639 뒷장을 볼수가없네요. 1 이건뭐 2011/08/21 14,507
682638 도어락 추천해 주세요 도어락 얘기.. 2011/08/21 11,582
682637 예수의 가르침과 무상급식 2 참맛 2011/08/21 14,304
682636 새싹 채소에도 곰팡이가 피겠지요..? 1 ... 2011/08/21 13,347
682635 올림픽실내수영장에 전화하니 안받는데 일요일은 원래 안하나요? 1 수영장 2011/08/21 13,608
682634 수리비용과 변상비용으로 든 내 돈 100만원.. ㅠ,ㅠ 4 독수리오남매.. 2011/08/21 25,967
682633 임플란트 하신 분 계신가요 소즁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3 애플 이야기.. 2011/08/21 23,475
682632 가래떡 3 가래떡 2011/08/21 19,709
682631 한강초밥 문열었나요? 5 슈슈 2011/08/21 21,757
682630 고성 파인리즈 리조트.속초 터미널에서 얼마나 걸리나요? 2 늦은휴가 2011/08/21 13,771
682629 도대체 투표운동본부 뭐시기들은 2 도대체 2011/08/21 11,905
682628 찹쌀고추장이 묽어요.어째야할까요? 5 독수리오남매.. 2011/08/21 17,831
682627 꽈리고추찜 하려고 하는데 밀가루 대신 튀김가루 입혀도 될까요? 2 .... 2011/08/21 21,779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