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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해법 “헌재 위헌 결정 후 재협상이 가장 현실적”

기사 조회수 : 343
작성일 : 2008-06-02 23:21:05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둘러싼 정부와 국민의 대치 국면이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주권 회복과 건강권을 담보로 한 시민들의 저항운동은 제2의 6·10 항쟁으로 이어지며 정부·여당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을 낳았다. 촛불 열기 속에 공권력은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뒤늦게 민심 수습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인적쇄신을 통한 정부의 미봉책은 또 다른 국민저항을 부를 뿐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고시 철회와 재협상이 촛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지만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며 고시를 강행할 태세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헌법 학자나 법조계는 “국민 대의기구인 국회가 나서지 않는다면 사법부에서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게 순리”라며 “고시에 대한 위헌 결정을 토대로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는 게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 인적쇄신으로 해결되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인적 쇄신이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고 흐트러진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문제가 된 일부 장관과 청와대 몇몇 수석들을 교체하는 선에서 새출발하자는 구도다.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구체적인 수습책을 논의 중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 여론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처사”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단순히 사람 몇명 바꾸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자해지가 원칙”이라며 쇠고기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먹으려면 먹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미국과의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인적 쇄신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문제의 근원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촛불집회의 가장 큰 원인은 국민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을 해소하려면 일정 부분 미국과 재협상을 하든가 어떤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시 철회와 재협상은 가능한가

국민 불안과 쇠고기 정국을 풀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고시 철회와 재협상이라는 데 이론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 다만 미국과의 통상분쟁과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취할 수 없는 카드다.

현실적으로 재협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통상·경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견이 있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 의지가 달린 문제일 뿐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송 변호사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다자협정처럼 협정이나 조약이 아니다. 양자 간에 어떻게 하기로 약속을 정한 양해각서(MOU)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단계적으로 한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가며 점진적으로 국내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미국도 우리의 입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합리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서울대 법학과 정종섭 교수는 “재협상을 못하는 협상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국가 신인도와 정부의 신뢰도 문제일 뿐이다. 상대국에서 협상 깼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협상에 하자가 있는 게 드러났고 국민들이 문제 삼고 있으니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권위와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지 않으냐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다른 여러가지 것들을 잃을 수 있다”면서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우리도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하자고 하는 데 대해 발끈하는 것처럼 미국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산 쇠고기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유통구조를 만들어 국민을 설득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헌재 결정이 최대 분수령

정부의 고시 강행으로 전 국민적 관심은 다시 헌재에 쏠려 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쇠고기 고시의 ‘효력 무효’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치·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얘기다. 정부 역시 사법부의 판단에 기대 자연스럽게 미국과의 재협상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다.

김갑배 변호사는 “국가 메커니즘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밖에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는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은 불가능하다”면서 “현실적으로 헌재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정당하다”면서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면 고시는 자동적으로 효력이 무효화되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 법학과 한상희 교수는 “최선의 길은 헌재 결정이 나기 전에 재협상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헌재에서라도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행정 절차를 사법부에 의지해야 하느냐는 반론과 함께 헌재 결론이 어떻게 날지 불투명하다는 단점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정종섭 교수는 “엄격하게 얘기하면 쇠고기 문제는 사법부의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 헌법소원이 정치적 액션으로는 유효하겠지만 헌법소원의 적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고시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의견이 갈린다.

한 교수는 “이건 일단 위임의 범위를 일탈한 데다 주권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헌성이 있다”면서 “고시라고 해도 국민들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사실상의 처분성이 있기 때문에 헌재가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면 법리를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헌소는 개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고시로 인해 바로 침해받았다고 얘기할 수 있나 모르겠다. 정부 정책 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권재현·이인숙·유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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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젠
    '08.6.2 11:27 PM (116.120.xxx.130)

    전문가집단에서 해결책들이 제시되는군요
    얼마전만 해도 미국쇠고기안전하냐 마냐로 삶아먹으면 되는거 아니냐
    이런식의 눈가리고 아웅식 논쟁만 하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촛불집회가 많은걸 이뤄내고 있는것 맞네요

  • 2. 기사
    '08.6.2 11:33 PM (218.48.xxx.176)

    촛불집회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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