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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아버지한테 빨갱이 소리 들었어요..

휴우.. 조회수 : 654
작성일 : 2008-05-31 22:40:56
정치에 관한한 뼛속까지 한나라당이시라는거 알기에
아버님 앞에서는 이번 소고기 사태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낮에 시댁에 갔었는데 우연히 촛불집회 얘기가 나왔어요.
아니나다를까.. 아버님이 흥분하셔서는 빨갱이들이 뒤에서 조종한다고..
지난 10년간 빨갱이 집단이 너무 커져 버렸다고..
그런것도 모르고 국민들 선동되어서 지금 우리나라 망하게 생겼는데
한번 망해봐야 그것들 정신 차린다고..
이북에서 확 쳐들어와서 전쟁이 나든지 경제붕괴로 나라가 망해봐야
그것들이 정신차린다고.. 너무 흥분하시더군요..

저 평소에 아버님 어려워서 사실 길게 얘기 안하는데
저도 모르게 너무 화가나서 아버님께 얘기했어요.
이번 시위는 빨갱이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일반 시민들이며
저도 학교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로써 아이 급식먹이기 정말 걱정된다.
미국축산협회회장도 우리나라가 그렇게까지 모두 개방할줄을 몰랐다 하던데
그게 도대체 말이 되냐며.. 정부가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습니다.

아버님 더 흥분하셔서는.. 미국에서 먹는 똑같은 고기를 주겠다는데
도대체 뭐가 걱정되는거냐(손주가 먹는다는데도 이렇게 말씀하시는걸 보면
정말 아버님은 미국에서 먹는 똑같은 고기를 가져오는걸로 굳게 믿고
계시는거 같았어요..) 30개월이든 50개월이든 못먹을 고기를 가져오겠냐..

제가 절대 같은 고기가 아니라고.. 같은 고기면 국민들이 이러지도 않는다고..

아버님 말씀이.. 대통령이 잘못한게 있다면 너무 솔직한거 랍니다.
공무원 감축할거라도 안한다고 일단 얘기했어야하고
50개월이상을 수입할망정 20개월이하만 수입한다고 얘기했어야 한답니다.
국민들은 다소 무식한면이 있기때문에 대충 그렇게 얘기하면 일이 쉽다고..

저.. 이 대목에서 정말 너무너무 충격 받았습니다.. 정말.. 너무요..
본인주장 강하시고 정치적인 면에서는 타협없으신 분이라는건 알았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아버님.. 요즘 국민들 많이 똑똑해요.
설사 대통령이 거짓말해도 이젠 국민들이 직접 외신들 검색해서 볼수도 있구요
그렇게 손바닥으로 하늘가리는 짓.. 할 수 없어요..
이말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얘기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언성이 너무 높아져서
집안 분위기가 정말 너무 싸아~해져서.. 애들도 옆에 있어서.. 거기까지 말 못했습니다.
어차피.. 설명한다고.. 설득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에 아버님의 한마디.. 난 니가 이런 빨갱이같은 생각을 하고있는줄 정말 몰랐다.........

집에 돌아오면서 너무너무 슬펐어요.
아버님한테 빨갱이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들은
어쩌면 모두 이런.. 우리가 상상도 할수없는 생각으로 꼭꼭 무장되어진 사람들은 아닐까..
그렇다면 아무리 우리가 노력해도 타협이란 있을 수 없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에요.
정말.. 너무 슬프고 기운빠지는 날이네요.....


IP : 211.207.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휴..
    '08.5.31 10:45 PM (211.202.xxx.64)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저희 아버님도 경찰 출신이라 .. 워낙 자상하시고, 배려깊으신 좋은분이시지만 절대로 그부분은 못건드리십니다.. 저도 시아버님 앞에선 그냥 말 안합니다.
    속상해하시지 마시고, 힘내세요. 그맘 정말 이해됩니다..

  • 2. ...
    '08.5.31 10:46 PM (211.209.xxx.150)

    그러게요.. 님의 글을 읽은 제 마음 까지 착찹합니다.
    대통령 잘못 만나서.. 가족 간에도 의견이 갈려.. 의 상하는 일이 많네요.
    저도 교회 열심히 다니시며 이명박 뽑아준 시누이 내외가 있어요.
    대통령 당선되고... "아이고.. 이명박씨.. 잘 하실거다.." 하시던 그 말이
    불쑥 불쑥 귀가를 맴돌아 절 분노케하네요.
    아직도 같은 생각이신지.. 그 이후 자주 뵙지를 못해서.. 확인할 길 없으나..

    가까운 데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기분이 배로 씁쓸하네요.

  • 3. ㅜ.ㅜ
    '08.5.31 10:51 PM (123.213.xxx.138)

    힘드셨겠어요. 에휴...
    이승만때 빨갱이 공포, 박정희때 지역감정 조장
    그 후 이 두가지 논리는 부도덕한 정권유지를 위한 금과옥조 였지요.
    교육과 언론이 그 나팔수 였고...
    어쩔 수 없을 거에요.
    반세기 이상 철썩같이 믿고 스스로 합리화시켜 오셨으니...
    그런데 더 두려운 것은
    원글님 말씀처럼
    우리 마음 속 저 깊은 곳에도 그 괴물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죠.
    우리는 그 쇠사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 4. 대신
    '08.5.31 10:52 PM (64.59.xxx.24)

    위로해드릴께요,,,
    다른 분들도 특히 시댁에서는 정치, 종교에 관한 대화에는
    끼지않는게 낫습니다
    한 귀로 듣고 흘러보내세요
    듣고있기가 괴로우면 그 자리를 떠나서
    부엌에 볼 일 있는 척 하시던가
    이번 일로 좌파니 빨갱이가 사주했다느니
    하면서 헛소리하는 사람들 보면
    참 너도 명박스럽구나 싶더군요
    대충 불법,비리 해가며 착복하고,,,
    국민들은 쓰레기 먹어도 상관없고
    지네들은 청정한우 찾아서 먹겠지요
    힘내시고
    바로 잡으려는 국민들의 소리가 있다는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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