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서울 모이는 위치 정확해야합니다.
동화 면세점, 청계천 안좋습니다
지난주 24, 25일 이틀 거리를 뛰면서 삭신이 쑤시고 제정신이 아닙니다.
살면서 처음 해보는 행진이라 마치 꿈만 같지만, 그 와중에도 이 땅에 양심과 정의가 살아있단 걸 확인하고는 너무나 기뻐 눈물이 절로 쏟아졌습니다.
한데, 초보인 제가 보기에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안타까왔던 점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몸소 개박살 나면서 느끼고 배웠던 점들을 요약, 정리해 본 내용들입니다.
시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청계천은 호구(虎口)다.
=> 병가(兵家)에 보면, 『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산천이 상접함은 적의 매복있는 것으로 알고 대비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청계천과 같은 지형을 병가에선 "호리병" 지형이라고 부르며, 적을 유인하여 매복, 섬멸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로 손꼽습니다.
제갈양이 신야 박망파에서 하후돈의 10만 대군을 섬멸시킨 것이 좋은 예입니다.
청계천은, 만일 이곳에 머물렀다 입구와 출구가 막힐 경우 비록 10만 대군이라도 움치고 뛸 수 없는, 즉 위지(危地)에 해당하는 장소입니다.
명장(明將)이라면 절대 청계천같은 위지엔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입니다.
행진을 목적으로 하는 분이라면 절대 청계천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촛불문화제' 참가하실 거라면 별 상관 없습니다만.
2) 광화문은 생지(生地)다.
=> 광화문과 같은 지형을 생지라 부르며 위지(危地)와는 구별합니다.
청계천과는 달리 대군으로도 포위가 불가능하고, 포위가 되더라도 각각의 병로(兵路)가 잘 연결되어 있어 생문(生門)을 찾기에 유리한 지형입니다.
첩첩이 포위되더라도, 조자룡이 팔문금쇄(八門金鎖)의 진을 격파하는 형국으로, 탈출해 나오기 쉬운 지형입니다.
사면이 트인 교통의 요지야말로 생지(生地)입니다.
행로(行路)는 반드시 생지와 생지 사이로 결정되야만 합니다.
3) 좁은 길로 이끄는 자는 적의 세작(細作)으로 알고 주의하라.
=> 방금 생지(生地)와 위지(危地)의 차이를 설명해 드렸지요?
25일(日) 가두 행진은 대열 선두에 플랭카드를 앞세워 진행되었습니다. 한데, 기필코 생지를 놔두고 위지로 들어가자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십중팔구 적의 세작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플랭카드를 잡고 있는 경우, 행렬은 큰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행렬이 위지로 들어가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신경써 주셔야 할 것입니다.
호구에 들지 않도록 선두를 감시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주 : 청와대 행진은 섣불리 단행하지 마십시오. 청와대야말로 전경들이 철통 경비하고 있는 호구(虎口) 중의 호구입니다. 인원수 10만을 넘기 전에는 시도하지 말 것!
4) 세작(細作)은 마이크를 들고 있다.
=> 모래알과 같이 아무 관련없는 대중들은 군중심리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움직입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고, 그저 하늘이 뜻하는대로 움직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하늘의 뜻을 제멋대로 조종하려는 자가 있습니다.
마이크를 앞세워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는 자는 십중팔구 적의 세작(細作)으로 알고 주의해야 합니다.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곤, 행진에는 마이크가 필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나라 사랑하는 의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5) 멈추는 순간 포위된다.
=> 힘들다고 행진을 멈추는 순간 대열은 포위됩니다.
전경들의 포위는 뚫기도 힘들고, 무력으론 뚫어서도 안됩니다.
포위되지 않으려면 움직여야만 합니다. 힘들어도 주저앉지 마십시오.
정 힘들면 행렬의 앞으로 움직여 인도에서 잠시 쉬다가 행렬의 꽁무니에 따라붙으면 됩니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미리 행렬 앞으로 이동해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6) 속도를 늦추는 자, 적의 세작(細作)으로 알고 주의하라.
=> 물론, 행렬의 머리와 꼬리가 너무 떨어질 경우, 선두는 걸음을 늦춰야만 합니다.
한데, 시도 때도 없이 행진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자가 있으니, 이 역시 경계해야 할 자들입니다.
현재 호리병 속에 갇혀있는 형국이라 화급히 생지로 이동해야 할 판국임에도, 무턱대고 걸음을 늦추는 자들에게 특히 주의하십시오.
걸음을 늦추거나 멈추면 포위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행진의 속도 조절은 반드시 사면이 뚫려있는 사거리 한복판에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7) 합류를 위해 기다림에 신중하라.
=> 행진의 속도를 늦추는 자들은, 뒤에서 또다른 행진이 따라와 합류할 것이니 기다리라고들 합니다.
행진이 합류하면 물론 좋습니다. 한데, 합류를 위해 무턱대고 기다리는 건 좋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행렬의 사기는 급격히 떨어지고, 포위 섬멸의 위험은 가중될 것입니다.
특히, 커다란 행렬이 작은 행렬의 합류를 위해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습니다.
작은 행렬이 큰 행렬의 발목을 잡아선 안됩니다.
큰 행렬에 합류하기 위해 작은 행렬이 뛰어야 옳습니다.
비록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합류할 기회는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습니다.
8) 우리가 모르는 건 그들도 알 수 없다.
=> 행진의 방향은 대중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경은 현재, 사복 경찰을 오토바이나 차량에 태워 실시간으로 행진 경로를 체크하고 있습니다.
행진의 목표가 정해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발길 닫는대로, 서울 한복판을 떠돌아 다니며 많은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사거리에서 사거리로 이동하기만 하면 됩니다.
주위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현재 행진이 생지(生地)에서 생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행진의 경로가 미정(未定)이란 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건 그들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9) 분열을 일으키는 자들을 경계하라.
=> 가두행진은, 역주행을 피해 도로 오른쪽에서 이루어집니다.
행진 전방에 전경들이 진을 치는 게 보이면 반대 차로를 이용해 좌우 옆길로 빠지면 됩니다.
반대 차로에는 차들이 달리고 있어 전경들이 미리 막아서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좌우 옆길도 안되면 U-턴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시도 때도 없이 행진 목표를 바꾸려는 자들이 있단 것입니다.
이 길로 가는데 저 길로 가야한다며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분열이 일어나면 걸음을 멈추게 되고, 멈추는 거야말로 앉아서 포위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시민 스스로가 판단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마십시오.
[판단 순서] 전경은 없는가? => 사거리인가? => 큰 길인가? => 출구는 있는가? => 시내 한복판인가? => 주변에 아파트가 많은가?
10) 세작(細作)은 폭력을 쓰는 자들이다.
=> 적에게 무력으로 진압할 명분을 주는 자야말로 세작입니다.
언뜻 행렬에 참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곳곳에서 분란을 일으켜 전체를 폭동으로 몰고 가려 합니다.
흥분하지 마십시오. 폭력을 행사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구속하게 될 명분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이고, 우리가 평화에 의지하는 한, 누구도 우리의 행진을 탄압할 수 없을 것입니다.
11) 군(軍)에 결코 반항하지 말아라.
=> 우리나라의 전경 역시 국방 개념상 일종의 군에 속합니다.
흥분한 군중들은 군에 반항하는 행위도 서슴치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 군에 반항해선 안됩니다.
포위될 경우, 조용히 해산하고 다음 생지(生地)로 개별 이동하여 행렬을 기다리는 편이 현명할 것입니다.
군이란 명령에 의해 움직여 나갈 뿐, 우리가 목표하는 건 보다 높은 곳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쓸데없는 저항으로 희생되는 건 우리에게도 큰 손실입니다.
12) 고립되거나 뒤쳐진 행렬에 신경쓰지 말아라.
=> 행진을 하다보면 부분적으로 고립되거나 포위되는 일행이 나오게 됩니다.
역시, 흥분한 군중들은 물불 안가리고 포위된 일행을 구하기 위해 달려듭니다.
내버려 두십시오. 행진의 거대한 물결을 흐뜨리지 말아 주십시오.
포위된 일행은 스스로 결속을 풀고, 조용히 버스에 올라 근처 생지로 이동해 여러분을 기다릴 것입니다.
13) 필요한 건 체력이다.
=> 행진에 참가하는데 있어 필수 요소는 바로 체력입니다.
체력이 없으면 뛸 수도, 걸을 수도 없습니다.
신발은 최대한 편한 걸로, 물과 식량은 반드시 준비합시다.
야간 참여를 계획하신 분이라면 여벌의 옷은 필수입니다.
여름이지만, 땀이 식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14) 사용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라.
=> 얼떨결에 나온 사람들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습니다.
북이고 장구고 꽹과리고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빈 생수통 두 개면 즉석에서 훌륭한 북이 하나 만들어집니다.
냄비 뚜껑을 숟가락으로 두들겨 보면, 꽹과리만큼 멋진 소리가 나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이크가 없어도, 피켓을 둘둘 말아 확성기 대신 쓰면 됩니다.
양초와 종이컵만 준비합시다. 촛불만이 우리가 하나라는 걸 증명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준비 안 된 시민들입니다. 그러나 거창하게 무엇을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작은 것이면 됩니다. 아주 작은...
삶의 순간을 영위하는 데는 어떠한 준비도 필요없습니다.
절망에 맞설 용기는 이미 우리의 가슴 속에 준비돼 있습니다.
...정말 별걸 다 알아야하는게 요즘 시국입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펌)시위 행동요령..
우리도 머리를 쓰자 조회수 : 338
작성일 : 2008-05-28 14:00:18
IP : 220.116.xxx.19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이거
'08.5.28 2:10 PM (116.43.xxx.6)그대로 실천하고 싶네요..
제가 이 남쪽섬에 와있는것이 혹시 남편 회사의 계락이 아닐지..^^
한명의 민주시민이라도 떨쳐버리기 위한 계락...
답답해서 해본 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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