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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에 이어 '뿔난 시민들'이 왔다
원더걸스'에 이어 '뿔난 시민들'이 왔다 [
오마이뉴스] 2008년 05월 26일(월) 오전 10:14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광우병 촛불 집회
"차라리 운동권들이면 그냥 물대포 쏘고 애들(전투경찰) 투입해 10분 만에 해산시킬 수 있는데, 이 사람들은 그게 어렵다. 운동권들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나타났다.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25일 새벽, 종로 경찰서 정보과의 한 관계자는 연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귀에서 무전기를 떼지 않고 두 눈에 힘을 잔뜩 주고 앞을 응시했다.
그의 눈앞에는 느닷없이 광화문 사거리 교보문고 앞 도로 8차선을 점거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그가 지칭한 '무서운 놈들'이다.
광화문 일대에서 수없이 많은 집회 시위를 진압하고 통제했던 그의 눈에 비친 운동권보다 무서운 놈들은 바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 아이를 안고 나온 엄마, 직장인과 대학생 등 일반 시민이었다. 이들은 정말 무섭게도 24일 촛불문화제에 이어 거리를 점거한 채 25일 아침 경찰이 강제 해산할 때까지 "이명박 탄핵!"을 외치며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경찰의 말은 분명 엄살이 아니다. "경찰도 예상못한 '무서운 놈들'이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청계천 광장 주변에서 촛불을 들고 "고시 철회! 협상 무효!"를 외치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반 여중고생이 이끌던 촛불문화제는 이미 가족단위 참가자 등 어른들로 주류가 바뀌었다.
교복 입은 여중고생들이 발랄함과 재치로 촛불문화제를 채웠다면, 넥타이 매고 어린아이 손잡고 나온 어른들은 이제 구체적인 분노를 표출하며 이명박 정부에 맞서고 있다.
구호도 훨씬 급진적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정권 타도하자!" "조중동을 폐간시키자!" "이명박은 하야하라!" 이는 15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차 섣불리 외치지 못했던 정치적인 구호들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여밖에 안 된 상황에서 아무래도 선택하기 부담스런 구호였다. 하지만 운동권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반시민들은 오히려 '3개월이 100년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정면에 내걸고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구호만 급진적인 게 아니다. 이들은 25일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광화문 일대 도로를 점거했고, 일부는 청와대로 가겠다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주한 미국 대사관과 세종로정부종합청사 앞에서도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이나 한총련 등 이른바 운동권 '선수'들도 쉽게 점거하지 못했던 세종로를 뚜렷한 지도부도 없는 이들은 쉽게 차지한 것이다. 사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여중고생들에 의해 촉발됐듯이, 뿔난 시민들의 등장 역시 스스로 자발적인 현상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또 스스로 실시간으로 인터넷 카페 등 동호회에 집회 소식을 올려 사람들을 모으는 이른바 '디지털 게릴라'들이다. 즉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 댓글과 블로그 포스트 등으로 최근 정국에 불만을 제기했던 네티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들 '뿔난' 시민들의 등장과 움직임은 경찰은 물론이고 촛불문화제를 이끌고 있는 국민대책회의 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국민대책회의 지도부도 이들의 등장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상진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우리도 깜짝 놀랐다,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알았다"며 "시민들의 요구를 어떤 방향으로 모아서 이끌어 갈 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국민대책회의 지도력의 한계는 24일 밤부터 25일 아침까지 열린 시민들의 밤샘 시위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이날 국민대책회의 지도부는 시민들의 안정적인 해산을 위해 현장에서 즉석 회의를 여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이들 지도부에게 시민들을 해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우리도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 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수차례 회의 끝에 한상진 상황실장이 총대를 메고 시민들에게 해산을 제안하기로 했다.
한 실장은 "오늘 하루만 싸울 일도 아니고, 내일 투쟁이 있으니 이제 그만 해산하자"고 시민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크게 분노한 시민들은 "물러가라, 마이크 끄고 내려가라"며 한 실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처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거리 시위는 국민대책회의의 영향력을 벗어나 있다.
즉 전국 15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몸집 큰 국민대책회의라는 '운동권'이 네티즌들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는 "오래 전부터 네티즌들은 촛불문화제를 넘어선 다양하고 더 강력한 활동을 요구했는데, 국민대책회의는 그런 요구를 받아 안지 못했다"며 "국민대책회의는 좀 더 네티즌들의 의견을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백 운영자는 "운동권들은 계급장 떼고 어깨에 힘을 풀고 인터넷으로 들어와 함께 네티즌들과 놀아봐야 그들의 분위기와 의견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어쨌든 새로운 '디지털 게릴라'들의 등장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5일 새벽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만난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통제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정치화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며 "이는 결국 그동안 국민들의 '부탁'을 거부한 이명박 정부가 만든 것으로 5년 내내 충돌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도 "87년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명동성당으로 향한 것이 결국 6월 항쟁으로 이어진 것처럼 다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가장 무서운 상황이 도래한 것인데, 이 상태에서 정부가 장관 고시를 강행하면 적어도 10만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8년 비정규직 반대 투쟁을 이끌었던 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시민들과 이명박 정부가 부딪칠 줄은 알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단지 광우병 문제만이 아니라 그동안 쌓였던 다양한 분노가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위원장은 "그동안 사람들 앞에서 자기 소속과 직책 소개하길 좋아했던 기존 운동권들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을 있는 그대로 살려주고 시민들 대신 감옥 갈 결의를 해야 한다"며 "그런 결의가 되는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기존 운동권과는 다른 전혀 통제되지 않는 시민들의 등장에 정부는 현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주말에는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이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정부는 "법에 따른 엄정 대처"를 이야기하고 있다. ▲
하지만 진중권 교수는 "시민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 섰다"고 밝혔다. 대안 없는 정부의 대처는 더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란 경고다.
실제 시민들은 경찰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26일 새벽까지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25일 밤샘 시위에 참석한 한 시민은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열 번 넘게 촛불집회를 했다. 중고교생부터 수십만 명이 재협상 하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여전히 대통령은 괴담 운운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국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나. 결국 우린 더 크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 더 큰 싸움 말고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7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채택된 성명서는 국립국악고 1학년 이연우 학생이 낭독했다.
이연우 학생은 "전면 재협상에 나서는 것만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국민을 버리는 이 정권을 이제 국민이 버릴 것이란 점을 촛불을 든 모든 국민의 목소리로 준엄히 경고한다"고 차분하게 읽었다. 현재 시민들은 이 성명서대로 움직이고 있다. 결지해지라는 말이 있다. 결국 뿔난 시민들을 달랠 수 있는 건 이명박 대통령뿐이다.
1. 진짜
'08.5.26 11:21 AM (58.227.xxx.176)오~ 마이 뉴스네요
2. ㅎㅎ
'08.5.26 11:33 AM (211.206.xxx.71)그렇지..그냥 시위대는 정녕 아니지.......대한민국엄마들이라니까.
3. rose
'08.5.26 11:41 AM (59.13.xxx.46)그대들이 자랑스러워 자꾸 눈물이 납니다.
4. ...
'08.5.26 11:46 AM (218.55.xxx.215)맞아요. 그냥 젊은 대학생들만이었음 그냥 살수차 진즉에 뿌려됏을상황인데
끈질기게 방송하고 위협하더라구요. 물론 4시반에 어청수 오자마자 뿌리긴 했지만..ㅠㅠ
그래도 아이 가진 사람은 비키라고 방송했어요. 경찰들은 아이 업고 들쳐 나온
아줌마들 제일 어려워합니다. 이건 정말 건드렸다가 신문에라도 나기만 하면 난리가 날 일이거든요.
학생들 피흘리고 쓰러지는거랑은 차원이 틀린 얘기예요. 그래서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나서야 합니다. 저라고 울 아이 걱정이 안되서 이런 소릴 하고 있는 걸까요?
그날도 아이 델고 나온신분들도 여럿이고, 배가 남산만큼 부른 임산부들도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도 배후세력 운운하는 이메가정부.........................으....욕나올까봐 여기서 참겠습니다.ㅠㅠ5. 정말
'08.5.26 11:48 AM (218.39.xxx.63)눈물나서 미치겠네요....
나이 들어서 안흘렸던 눈물 요 며칠새 쏟아내는 것 같아요.....6. 이거 읽는데..
'08.5.26 11:59 AM (59.14.xxx.63)왜이리 눈물이 날까요....ㅠㅠ
7. 국민이
'08.5.26 1:26 PM (122.44.xxx.166)싫다면, 받아들일수없다면 대통령도 그만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이렇게 표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부에서도 체감할수있는 상황일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는건, 머슴으로 일하라던 그 입을 정말 한대 때려주고 싶네요.. 여기서 불꽃이 사그라들지않기를 바래봅니다. 저는 나라의 발전을 위해 자유무역에는 찬성하지만 쇠고기 협상처럼 국민의 안전마저 보장할수없는 협상은 절대반대입니다. 행동하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눈물도 나고 아이핑계대며 나가지못하는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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