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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5월 조회수 : 509
작성일 : 2008-05-22 13:47:29
'국민학교' 5학년때 가사실습이 있었습니다.
조를 모둠별로 짜서 고구가 맛탕을 만들 예정이었기에  조원들에겐 각각의 준비물이 주어졌어요.
식용유를 가져오거나 고구마를 가져오거나 등등

실습이 시작되어 모두들 분주하고 정신없이 요리하는 도중에
한 조의 실습이 지연되고 있는걸 알았습니다.
기름을 가져오기로 했던 친구가 바카스병에 딱 그만큼의 기름을 가져왔기때문에 튀기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지요.

그친구는 시장통에서 생선장사를 하고 있던 이의 딸이었고
방향이 같아 종종 하교를 같이했던, 아주 순수하고 착하디착한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의 어머니는 실습시간에 무엇을 할 예정이란걸 자세히 모르시고
바쁜 와중에도 챙겨주신다고 챙겨주신 거겠지요.

그 친구는 같은 조원들의 온갖 비난을 들으며 발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만,,,,
선생님은 모르척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기름을 조금씩 동냥해다 마련해줄수도 있었을테고
조리실에서 얻어올수도 있었을테고
학교앞 가게에서 하나 사올수도 있었을테고(지금생각해보니 전혀 그럴위인이 아니었습니다)
하다못해 주부의 요량으로 적은기름이나마 이리저리 굴려서 고구마를 익혀줄수도 있었을테지만..

선생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시선도 주지않았지요.
철저하게 무시하며 그 친구를 아이들의 조롱속에서 자유로울수 없도록 방치해뒀습니다.
너하나땜에 너희 조 아이들까지 피해를 보지 않았니? 그러니까 평소에 잘하란말이야..
선생님의 철저한무시는 그 학년이 끝날때까지 그 착한아이를 존재감이 없는 아이로 만들어버렸지요..


더 거슬러가서 국민학교 2학년..
젊은 남자 선생님이 담임이었는데 아직도 얼굴이 기억납니다.
유난히 한 여자아이를 이뻐했는데 그 아이는 항상 세련된 옷에 이라이자 머리를 하고
다른아이를 깔보는 언행을 했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그 아이를 항상 불러다가 아이들 보는 앞에서 비행기를 태워주는게
큰 낙인것처럼 보일정도로 그 아일 편애했습니다.
그리고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간지럼을 태우면 그아인 또 아이다운 영악함으로 까르르
간드러지게웃고..

신성한 수업시간에 하루 두번이상은 그 짓을 꼭 보아오면 어린마음이지만
꽤 불편했던게 생각납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왜 마음이 불편했는지...
커가면서 알게되었지요..
그 선생님들이 왜 그런행동들을 했는지...

얼마전 생리혈 묻은 교복치마를 손수 빨아주셨다는 어느 교사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80년대가 극성이었지요..치맛바람..
모든 교사들이 그런건 아니겠지만
유독 제 유년시절을 지배하는 두 기억의 단편들이랍니다..

20년전 실습시간에 부끄러워 얼굴을 숙이고 있던 그 아이는 이 일을 기억하고있을까요...

IP : 222.98.xxx.13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선생님?
    '08.5.22 2:02 PM (221.148.xxx.223)

    그런 사람들을 선생님이라 부르시니..화날려고 합니다..

  • 2. 요즘
    '08.5.22 4:43 PM (59.3.xxx.49)

    요즘엔 그런 선생님 없을것 같은데..저 혼자의 생각일까요?

    우리 아들 임용 2년차 반아이들과 김치 부침개 부쳐 먹을 거라고
    김장김치 달래서 잘게 썰어 비닐봉지에 엄청 많이 담아 줬습니다.

    반아이들 소풍갈 때 입힌다고 시장에서 흰면티 사와
    다리미로 다려 염색한다고 소풍전 날 온 식구들이 날 밤을 새웠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반 아이들 이름 다 외웁니다.

    스승의 날 아이들과 엄마들이 쓴 편지를 갖고 왔는데 그걸 읽다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가끔 휴일날 딩동 벨소리에 나가보면 반아이들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식탁에 앉혀놓고 먹거리를 챙겨주고 장난치며 놀아주기도 합니다.

    그런 제 아들에게도 중학교때 체욱선생님에게 안좋은 감정이 있습니다.
    왜 그 당시에 그렇게 마음 아프게 했냐고..교사 대 교사로 꼭 만나서 물어 보고 싶답니다.

  • 3. ...
    '08.5.22 5:10 PM (218.144.xxx.102)

    옛날이고 요즘이고 간에 자질이 부족한 형편없는 교사들은 꼭 있어요.
    사범대학에 임용고사를 보고 그저 직업의 하나로 교사자격을 주는 한은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사명감도 부족하고 존경받는 교사는 점점 찾기 힘들어질 겁니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교육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정말 걱정입니다.

  • 4.
    '08.5.22 5:31 PM (125.129.xxx.232)

    글 읽으니 너무 마음이 아파옵니다.실습시간 그 시간이 얼마나 지옥 같았을까요!그런 사람은 선생도 인간도 아니에요.
    저 중2때 엄마가 겨울에 군고구마 장사하는 어려운집 아이가 있었어요.
    청소시간에 장난치다가 그아이가 친구를 다치게했어요.고의는 아니었구요.
    그래서 그아이 엄마가 오셨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우니까 담임선생님한테 처음 한말이 치료비가 얼마냐고 물으셨나봐요.
    근데 그 담임이 종례시간에 그아이엄마를 형편없이 매도하는거에요.그아이가 있는데서요.
    사람이 다쳤으면 괜찮냐고 물어야지 치료비 먼저 물었다고요.
    전 어린나이에도 그엄마 마음 이해가 갔거든요.돈이 없으니까 치료비 액수 먼저 물어볼수도 있다고요.
    종례시간 30분동안 그 엄마는 사람도 아니라는둥 얼마나 비하시키는지 제가 얼굴을 못들정도 였어요.
    그 아이도 계속 고개 숙이고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고요.
    그 담임 지는 인간인가요?반 전체 친구들앞에서 엄마 욕을 하다니..지금 생각해도 그사람은 인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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