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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칼럼] '뇌송송 구멍탁' MB 정부

광우병 조회수 : 584
작성일 : 2008-05-02 15:38:14
    탄핵 서명이 50만 명을 넘어설 기세를 보이자, 조·중·동이 부랴부랴 정권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광우병의 위험이 지금 과장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도 멀쩡히 먹는 쇠고기를 왜 한국 사람만 먹으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미국 사는 교포들도 멀쩡한데, 왜 한국 사람이 더 위험하다고 하냐는 그들의 항변이다. 한국 사람이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것은 한국인 유전자의 특성에 근거한 명백한 과학적 논거다. 그들은 과학조차도 아직 교포들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들어 부정하려 한다.
  
  그들은 애써 논점을 일탈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얘기해 보자. 쥐머리가 좀 들어갔다고 새우깡이 위험한가? 내가 보장하건대, 쥐머리 든 그 새우깡 먹어도 건강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것들을 전량 수거해야 했을까? 얼마 전에는 생선 통조림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고 한다. 익힌 기생충 좀 먹는다고 죽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런데도 제조사에서는 역시 제품을 전량 수거해서 폐기했다. 왜 그래야 했을까? 쥐머리 새우깡, 기생충 통조림도 수거해서 폐기하는 판에,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도 끄덕 없다고 말하는 저들의 배짱이 부럽다.
  
  그들의 말대로 광우병의 발생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을 수도 있다. 1억 마리 중에 한 마리 발생했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이 문제랑 무슨 관계가 있는가? 미국산 소를 먹는 족족 광우병에 걸린다면, 이게 애초에 논란이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소를 들여온다 하더라도 검역 조건은 최대한 엄격하게 해야 한다. 광우병 발병 위험이 높은 부위는 엄격히 제한하고, 나아가 광우병에 발생했을 때에는 바로 수입을 중단한다든지 하여, 가능한 한 광우병 발병의 확률을 낮추려고 애쓰는 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그런 태도를 보였던가?
  
  문제는 광우병의 잠재적 위험성, 아직 알려지지 않은 위험성에 대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가진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의 문제다. 협상 과정에서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 소를 수입하는 아시아 여러 나라 중에서 한국만이 제일 먼저 선도적으로 전면 개방을 했다는 점이다. 굳이 그래야 했을까?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제 나라 국민의 생명보다 미국의 축산업의 이해를 옹호하는 이명박 정권의 협상 태도다. 그들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국민의 생명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 했다. 국민들은 거기에 화가 난 것이다.
  
  조·중·동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 '정치적'이라 강변한다. 하지만 과연 누가 정치적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는 미국산 소는 광우병의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정부가 이제 와서 미국산 소는 안전하다고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과학혁명이 일어나 과학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던가? 아니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 바뀐 것은 과학이 아니라 정권이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정부가 180도로 견해를 바꾼 것이야말로 철저하게 정치적 현상이다. 먼저 어제 나온 기사를 보자.
  
  "한나라당은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왜곡된 광우병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늘(1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개방되면 광우병이 확산될 것이란 주장은 근거 없는 선동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 조성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광우병 쇠고기를 먹을 경우 한국인은 95%가 발병한다는 정확한 근거를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매일경제> 2008년 5월 2일)
  
  다음 기사를 보자. 작년 8월 3일 한나라당 인터넷뉴스팀에서 낸 보도 자료다.
  
  "한나라당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 검역과정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인 SRM 등 뼛조각이 검출된 것은 한국 시장을 가볍게 보는 미국업계의 안일함과 우리 당국의 무성의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하며, 미국에 시정요구 등 금수조치를 내려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인데다가 한미 FTA비준의 전제조건으로 미국 측의 수입 확대를 요구해온 만큼 매우 민감한 문제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농림부는 빗발치는 언론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역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을 비롯해서 농림부의 담당 라인인 축산국장과 가축방역과장은 휴대폰을 받지 않거나 아예 꺼둔 상태였고, 차관 등 고위급 간부들도 지방출장 등의 이유를 대면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며, "한미 FTA 비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청와대의 눈 밖에 날까 농림부가 몸을 사렸던 것이 아닌지 의문이며,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농림부로서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정책위의장은 "아무리 한미 FTA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민들의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를 볼모로 해서 무작정 한미 FTA를 체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과거 이 문제와 관련, 일본 고이즈미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SRM이 발견되자 곧바로 금수 조치를 내린 것은 그만큼 자국민의 식탁과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정책의장은 "미국산 쇠고기에서 SRM 등 뼛조각이 발견된 것은 한국 시장을 가볍게 보는 미국업계의 안일함과 우리 당국의 무성의가 빚어낸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농림부는 더 이상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말고 문제가 있으면 미국에 시정요구를 하고 필요하면 검역중단 등의 미온적인 조치가 아닌 금수 조치를 바로 내리는 등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박순자 여성위원장도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한심한 발언 때문에 국민들은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할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2007년 8월 3일
  
  한나라당 인터넷뉴스팀"


  이명박 씨는 광우병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사이에 180도 바뀐 이 입장의 전환이 과연 과학적 현상일까? 아니면 정치적 현상일까?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이런 얘기하고 있었을 때, 조·중·동에서 어디 한나라당이 정치적 이유에서 광우병의 위험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던가? 지금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탄핵하자며 분노하는 이유는, 한나라당에서 작년에 했던 저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어야할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이 주장에 무슨 문제가 있던가? 그런데 왜 저 얘기를 한나라당이 하면 야당으로서 국민을 대변하여 정권을 견제하는 올바른 행위가 되고, 똑같은 얘기를 국민이 하면, 왜 정치적 이유에서 광우병의 위험을 과장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가?
  
  그 주제에 조·중·동이 문화방송(MBC)을 비난한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탐사 보도를 해야 한다. 미국의 도축장에 찾아가서 실태를 철저히 살펴보고, 미국 농림부의 문서를 꼼꼼히 뒤져 허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이다. 조·중·동이 이제까지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던가? 제대로 된 탐사 보도 하나 없이 한다는 얘기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억지. 정권이 바뀌면 위협받던 식탁이 저절로 안전해진단 얘긴가? 이명박이 유리 겔라인가? 그래서 그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400도의 고열에도 죽지 않는다는 프리온이 식탁 위에서 저절로 사라지는가?
  
  아마 저들이 광우병 위험 앞에서 저렇게 태평할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게다. 불과 반 년 만에 입장을 180로 뒤집은 것으로 판단하건대, 저들의 두뇌 상태야말로 글자 그대로 '뇌송송 구멍탁'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 두뇌를 가지고도 멀쩡히 살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뇌를 쓰지 않고도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통령 이하 내각이 몸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자기들의 이런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광우병 쇠고기 먹어도 안심해도 좋다는 얘기이리라. 도대체 온 국민을 자기들처럼 뇌 기능 없이 살아가는 좀비로 만들어야 되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대통령 탄핵 운동은 MBC <PD수첩>이 방영되기 이전에 이미 시작된 것으로 안다. 탄핵의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만이 아니다. 그 동안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여 보여주었던 수많은 실정과 부패, 어처구니없는 망발, 상식 이하의 언동 등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쌓여서 이번에 폭발한 것이다. 쇠고기 문제는 그저 기폭제였을 뿐이다. 이를 망각하고, 미국 쇠고기 안전하다는 한심한 타령으로 문제를 무마하려 들다가는 정말로 장전된 화약들이 다 폭발해 버리는 수가 있다. 이건 앞으로 5년 동안 벌어질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IP : 203.248.xxx.1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속시원
    '08.5.2 3:46 PM (59.22.xxx.225)

    '뇌송송 구멍탁' 현 정부에게 딱 맞는 표현이네요.

  • 2.
    '08.5.2 3:52 PM (59.30.xxx.107)

    확율이 어쨌든 먼지만큼 작다하더라도 위험한거 알면서 먹으려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렇게 안전하다면 그들이나 사다 먹지 왜 국민들에게까지 먹이려 하는지 정말 다들 이미 광우병 아닌가 몰라요 제대로 된 판단이 안되는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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