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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광란의 밤을 보내고...

어지러워 조회수 : 7,655
작성일 : 2008-04-26 09:49:31
맞이하는 이 아침...
정말 어지럽다. 잠이 쏟아지고...

남편은 땡돌이다
8시 30분 땡치면 나가서
7시 땡치면 들어온다.

집에서도 티브이 보거나
컴터 오락조금 하거나
녹차 우려 마시다가
업무관련서적 공부좀 하고나면 잘시간...

담날 또 땡치면 나간다.

친구들과 통화는 많이 하지만
얼싸덜싸 어울려 술먹고 노는걸 싫어하는지라
친구만난다고 나가면 밥만 먹고 온다
(뒤통수에 대고 친구들이 절규를 한단다
평생 밥만 먹고 사냐고...
그램마! 나는 밥만 먹고 산다!!! 한단다
그 친구들이 내게 말해줘 알았다)
집에서 술안주겸용 반찬이라도 한 날은
조촐한 반주도 올리건만
남편은 밥만 먹고
나는 술만 먹는다. ㅡ.ㅡ

그래서 집에서도 별 재미가 없다.
그냥 저냥 날마다 똑같은 일상이다.
내가 기분좋으면 그나마 웃음소리나는 집이 되고
내가 기분나쁘면 아무소리도 안나는 집이 된다.
날마다 전쟁놀이하는 아들들만 없다면...

그러던 그에게 어제 대학동기들 모임이 있었다
남편에게 당부했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2차 3차도 가고
12시 넘어서 오라고...
아니 평소에 그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평소엔 늘 10시였는데...

그러니까 어제!
애들은 할머니집 가고
남편은 모임가고
드디어 집이 적막강산이 되어
나혼자 엎어져 호떡부치는 밤이 되었다
10시가 넘었는데 남편이 안온다.
12시가 넘었는데 남편이 안온다.
어라...
이 영감탱이 오늘은 좀 노나보다.ㅋㅋ
졸다 깨다 시계를 보니 2시가 넘었다
어이구..
이 영감탱이 오늘은 마이 노는구나

2시 반이 되니 남편이 온다
얼굴에 꽃이 피었다. 이쁘네~ㅎ
술냄새 화~악 풍겨 주시고
옷도 대강 던져 주시고
입이 귀에 걸렸다.
밥도 먹고 호프도 가고 포차도 가고... 드뎌 3차까지 간게로구나
그래 지금 기분이 어때?
기분이 좋다네...^^
그럼~ 인생 그맛에 사는거야. 즐겁지?
아니...
속이 안즐겁대
허걱... 이건 각본에 없는디?

들어가 자라고 하니
우리 마눌 아직 이쁘단다
언능 씻고 나오면 꿀물 타준다고하니
우리 아직 신혼같단다. (10년차!)
그러면서 은근슬쩍 멜랑꼬리하게 분위기잡다가...
화장실달려가고
또한번 날 꼬셔보다가
화장실 달려가고
잠자리 눕더니 속이 안좋네 어지럽네
머리에서 북을 치네 마네
마눌이 이쁜데 땍땍거리네 요즘 말도 안듣네 주절주절
그러다 어느순간 톡 떨어져 잔다. 얼굴엔 빨간 장미가 피어있고...

나는 등 두드려준다고 따라댕기다가
꿀물탄다고 주방에 동동거리다가
이부자리 편다고 펄럭거리다가
옷 줏어 걸어둔다고 왔다리갔다리...
그러다 잠이 달아나버려 아침까지 집지키고 있었다.
아~
또다시 3차까지 즐기고 오라고 등을 떠밀것인가
기냥 이대로 조용히 살자고 주저앉힐것인가
아마도 저 영감이 술의 위력을 알았으니 다시는 안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새벽에 한 로또번호 분석이 잘되었어야할텐데...

남편과의 광란의 밤은 이것이었다.
그래서
시시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IP : 211.177.xxx.190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4.26 9:53 AM (218.52.xxx.21)

    글발이 아주 쫀득쫀득하니 재밌습니다.

  • 2. 밥통
    '08.4.26 9:59 AM (69.248.xxx.31)

    에이..... 시시하지만, 봐줍니다. 하하.

    남편분이 아주 착실하신 것 같아 보입니다. 100점! :)

  • 3. 히히
    '08.4.26 10:01 AM (219.255.xxx.224)

    괜히 맘만 졸여서 읽었네요..
    아직도가심이 두군두군..
    정말 글을 잼나게 쓰시네요..

  • 4. ㅋㅋ
    '08.4.26 10:03 AM (116.42.xxx.42)

    겁나게 시시합니당!!!

  • 5. ㅋㅋ
    '08.4.26 10:07 AM (211.178.xxx.73)

    아이참.....그렇게 끝나는 법이 어디있어요
    섭하게시리!!

  • 6. 어지러워
    '08.4.26 10:08 AM (211.177.xxx.190)

    ㅋㅋ
    제가요
    어찌나 광우병이네 민영화네 머리가 아프던차에
    잔뜩 기대하다가 시시한 밤을 보내고나니
    (실은 제가 3차까지 등떠밀때는 잿밥에 관심이 더 있다는... ㅡ.ㅡ)
    어찌나 허무하던지...
    나의 허무를 나혼자 끌어안을수 없다!!! 해서
    자폭했습니다. ㅠ.ㅠ
    냄편!
    오늘밤엔 주겄쓰~

  • 7. 하하하
    '08.4.26 10:24 AM (220.91.xxx.227)

    엄청 재미 있어요....오늘밤은 포근한 밤 되세요...^^

  • 8. 글솜씨
    '08.4.26 10:28 AM (61.103.xxx.100)

    가 부럽습니다.
    입에 착착 감겨붙는듯...
    2차까지만 하시라고.. 등떠밀어 보내세요.
    울 집 아자씨도... 2차까지만 입니다... ㅎㅎ

  • 9. 아~
    '08.4.26 10:51 AM (61.98.xxx.237)

    정말 음식만 입에 감기는게 아니군요.
    윗님 말씀처럼 글빨도 입에 착착 감깁니다.

    남편과 아이들과의 일상을 이리 글로 옮겨 놔두시면 나중에 늙어서 꺼내 읽는 재미가 쏠솔하겠는데요? ^^

    그나저나 남편분 땡돌이긴 하지만 두분 진심으로 사랑하는게 보여 좋습니다.
    남편분이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그렇지 원글님을 참으로 많이 사랑하는것 같네요
    행복하시고...
    .
    .
    .
    .
    .
    부디 오늘 밤, 보고서도 올려주세요 ㅋㅋㅋㅋ

  • 10. 에고야~
    '08.4.26 11:01 AM (211.211.xxx.56)

    어떻게... ㅋㅋ

  • 11. 알코올
    '08.4.26 11:52 AM (218.54.xxx.240)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남편 분에게 전혀 없으신가봐요.

    저도 친정, 시댁 할 것 없이 다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 뿐이라
    그 심정 아주 자알 알죠. ^^

    술 한 잔만 들어가면 온 몸이 붉게 식중독 걸린 것 처럼 되고 가렵고
    뜨끈뜨끈해지고 난리 부르스 랍니다. 심하면 먹은거 다 확인하고. ㅋㅋㅋ

    서양사람들에게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대부분 있고
    동양인들 특히 한국 사람들 한테는 분해하는 효소 있는 사람들이
    확률적으로 아주 적다고 해요.

  • 12. 너무..
    '08.4.26 11:55 AM (222.97.xxx.233)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끔식이러도 글 올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짜 재미 있네요^^

  • 13. 정말
    '08.4.26 11:57 AM (123.142.xxx.242)

    재미있게 알콩달콩 사시네요
    보기 좋습니다
    요즘 이혼이라는 것이 너무 흔한것 같아 씁쓸했었는데 말입니다

  • 14. 피식
    '08.4.26 12:11 PM (125.186.xxx.18)

    웃음이 나네요....

  • 15. ㅎㅎㅎㅎ
    '08.4.26 12:38 PM (211.54.xxx.126)

    어제은 1탄이고 오늘은 2탄으로 제대로 하세요..
    글고 후기 쓰주시는 센스!!

  • 16. ^^
    '08.4.26 12:55 PM (122.36.xxx.216)

    난 19금인줄 알고 음흉스럽게 들어왔더만,,,,,,,,,,,,,,,,,,,상큼하오.

  • 17. 기대이하
    '08.4.26 1:14 PM (121.147.xxx.142)

    헛탕 친 제 발걸음 무겁사오니
    낼은 꼬옥~~
    광란의 그것을 올려주소서 ㅎ~~

  • 18. ...
    '08.4.26 3:28 PM (118.36.xxx.215)

    원글도 댓글도 모두 재미있습니당....

  • 19. 광란 지대루네여^^
    '08.4.26 3:29 PM (211.201.xxx.71)

    어쩜 말을 이리 찰지게 쓰지는지... 부럽삼
    저희집아저씬 술마시면 기본이 새벽2시인데...
    좀 늦었따 싶음 4시...

  • 20. . . .
    '08.4.26 3:57 PM (211.173.xxx.173)

    제대로 낚여 부렸네
    글 쏨씨가 요만하면 말 쏨씨는 어떨까
    다음번엔 말쏨씨로 ...영상으로 ㅎㅎㅎㅎ

  • 21. 글발
    '08.4.26 4:35 PM (59.23.xxx.221)

    좋습니당

  • 22. 기대 이상^^
    '08.4.26 4:44 PM (218.147.xxx.12)

    재밌네요~
    사실, 내가 상상한 광란이였다면 살짝 배아프려고 했는데~
    남편이 이뻐할꺼 같네요^^.집돌이로 양육하신거 아닌지 모르겠네..

  • 23. 원글이
    '08.4.26 4:58 PM (211.177.xxx.190)

    @@
    우리의 밤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다니... 컥@@~ ㅎㅎ
    댓글 읽다보니
    .
    .
    .
    아니 아짐들 도대체 뭘 기대하신겁니껴?
    혹시... ? (다 알면서 ^^;;)
    으흥~^^ (그럼 오늘 고기 엄청 잡은거네요^^)

    아침에 그랬지요
    "자기 어젯밤 대단했어~엉... 당신의 새로운 면모를 봤다니까~앙
    근데 내가 홍콩을 못갔으니까 단~디 각오해~앵
    아침 머주까? 크림스파게티? 볶음밥?
    다 해주께~앵"

    울 남편
    하나도 기억못하구요
    나한테 이쁘다한것도 인정안하구요 ㅡ.ㅡ;;
    망구주수(일부러 오타) 한잔 마시고 나갔어요

    암튼 각오혀!!

    그런데 오늘 갑자기 여동생네 밥먹으러 가요
    애들이랑 델꼬가서 날새워 놀것같은데
    목빠지는 아짐들은 또 어쩌지요?
    걍 그집 골방에서 엎어져버릴까요?^^

  • 24. 다은맘
    '08.4.26 5:21 PM (61.78.xxx.204)

    울 남편이랑 정말 비슷하네요

    우리도 결혼 10년차

    종종 신혼 인듯도 하고....ㅋㅋ

    우리는 소꿉놀이하는 딸이 둘 있다는게 다른가???

    잼있게 읽었네요..

  • 25. 히스토리
    '08.4.26 10:27 PM (211.215.xxx.234)

    너무하오..너무하오...
    이 긴글 읽은 보람도 없이...
    시시하오..
    시시하오..
    내가 원한건 이런 스토리가 아녀!!

  • 26. 원글이
    '08.4.26 11:17 PM (121.147.xxx.27)

    아이고~~~
    잘 보고 있다가 골방에서라도 덮칠라했는데
    오늘은 내가 더 마~이 마신듯^^
    그래도 지구는 돌고
    저는 호시탐탐 노리고 있슴다^^
    아짐들~~~
    기대하이세이~^^

  • 27. ubanio
    '08.4.27 12:39 AM (118.40.xxx.71)

    기대가 컷나?

  • 28. ㅋㅋ
    '08.4.27 11:44 AM (218.237.xxx.181)

    아잉~ 실망이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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