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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노릇이란거...

생각많음 조회수 : 1,645
작성일 : 2008-04-19 19:02:56
저 어릴때 부모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별로 없어요

아빠는 호인이지만 늘 술과 친구  밖으로 돌고 직장도 늘 변변치 않고 자주 바뀌고

엄마는 그런 남편둔 덕에 늘 악다구니하며 살고 자식들에게 화풀이를 했지요

엄청나게 심한 폭언과 체벌 집안분위기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화내고...

제 나이 이제 40되어 자식을 키우며 생각합니다

내 부모가 나를 밥 굶기지 않고 내버리지 않고 옷 챙겨 입혀주고 고등학교까지 학비 대주고

이나이 먹도록 살아계셔주신것 그것말고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나

글쎄요 늘 잘못을 지적받고 빈정거리고 화내고 명령하고 지시하고 악담하고 남앞에서도 내편되어주지 못하고

비난하고 그런것 말고 세상을 살아가며 꼭 지켜야 할것, 인간관계에서 알아두어야 할것, 살아가는데 필요한것

그런걸 하나도 가르쳐 주지 않은 내 부모님이 참 가슴아파요 일부러 그러신건 아니실테니까요

말로 하지 않아도 부모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배우는것도 있을텐데 늘 자라면서 아빠같은 남자 안만나서

엄마처럼 살지 않아야지 이런 생각만 하고 컸어요

어려운 일이 생길때 마음이 답답할때 그냥 가서 편히 쉬었다 올수 있는 그늘이 없다는게 참 외롭습니다

지금도  어색하고 마찰이 자주 생기는 나와 엄마의 관계도 참 힘들구요

이제는 내가 내 자식들에게 따뜻하고 편한 그늘같은 엄마가 되줘야 하는데

흉보며 닮는다 했나요  언뜻언뜻 내 부모와 비슷한 나의 모습에 놀랄때도 있어요

사람의 인연이란게 참 무서운것 같아요

좋은 인연끼리 부모 형제 부부 자식 맺으면 더없이 행복한 세상이지만 그 반대가 되면 가장 가까운 사람끼리

가장 상처 크게 받는 그 무서운 인연이요

여름같은 봄날 횡설수설 맘 한자락 풀고 갑니다


IP : 211.204.xxx.17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로그인
    '08.4.19 7:55 PM (58.148.xxx.184)

    글을 읽으면 내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아이키우면서 사람에게 필요한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유년시절의 상처가 그리 오래 갈 줄 몰랐거든요

    쉬었다갈 그늘이 없다는 말씀에 100프로 공감이 갑니다

    저도 친정어머니께서 늘 지적하고 화내고 또 남앞에서 망신주고...

    살가운 면이 하나도 없으셨어요

    늘 앞으로 전진만 강요하셨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격려와 푸근하게 품어주는 마음같습니다

    기운내세요...

  • 2. 저도
    '08.4.19 8:06 PM (121.186.xxx.168)

    요즘 딱 원글님과 같은 생각을 해요.
    억지로 그런거 아니란 걸 잘 알지만,, 화나는거.......
    엄마는 자식을 위해 엄청 헌신한다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고
    아버지는 자기 능력이 없지만 그래도 젊은 사고 방식을 가졌다고 본인 스스로 생각하며(절대 그렇지 않지만) 고지식하고 자기 방식 강요하고 경제력은 전혀 없고,,
    부모님이 그런 부분을 우리들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건 잘 알지만,
    진짜 그늘이 없어요.
    힘든거 말할 수도 없고 말한다 해도 도움도 안 될 분들이었고요
    그저 우리는 해 준 것 없어도 잘 자라야지,
    성공하지 못할땐 엄청 섭섭하다 못해 슬퍼하는 티를 팍팍내시고......
    자식 된 도리로 잘못인 줄 알지만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뭘 그리 바라실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죠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지만(오히려 너무 착해 탈) 자식들에게 그늘이 되주지 못하고 오히려 걱정만 잔뜩 하게 만든 것, 두고두고 가슴에 남네요. 가끔 울컥하기도 하고요..

  • 3. 희망
    '08.4.19 9:17 PM (218.156.xxx.203)

    맘에 담아둔 글귀 적어놓은걸 오래된 노트 뒤져서 다시 찾았습니다.
    여기 82쿡에서 보고 예전에 적어놓았던 글입니다.

    '내가 부모를 선택할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나
    내가 선택하고 싶었던 부모가 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기운내시고 희망을 가지세요. 저도 노력하고 있답니다.

  • 4. 희망님
    '08.4.19 9:41 PM (124.60.xxx.6)

    감사합니다.
    바로 적어놓았네요.
    원글님도 힘내세요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기에 늘 노력하고 살고있습니다.
    희망님의 글귀 적어놓고 계속 노력하자구요...

  • 5. ...
    '08.4.19 9:46 PM (125.177.xxx.43)

    우리부모 세대는 먹고 사는 문제로 바빠 그런가 사랑을 주고 받는 거에는 부족했던거 같아요
    일관성도 없고 기분따라 다르고요
    저도 그런 기억이 별로 없어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합니다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는거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요 그리고 더불어 남편도요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나눌줄도 알아요

  • 6. 그게
    '08.4.19 11:52 PM (124.50.xxx.149)

    저도 지금은 인생의 큰 딜레마에요,,
    예전보다 커가는 자식들 기르는 지금이 부모에 대한, 특히 엄마에 대한 감정이 아주 나빠져요,,
    모든게 부모탓일수는 없지만, 내가 자애롭지 못한거, 윽박지르고, 가끔 애들 무섭게 다그칠때,,, 내가 받은거 되풀이하는거 볼때,, 진절치게 싫어요,,, 물론 노력하는데,, 힘들고요... 저도 님글 아주 공감합니다. 겉보기엔 평범한 가정이었는데,, 내면은 피팍했어요,,전 지금도 생신이나 무슨 날 아니면 사적으로 엄마에게 전화 한통을 할 마음이 안생기고,, 그사실이 무지 제스스로도 이상할 지경이에요,, 살면서,, 마음이 푸근하고,, 기본적으로 침착하고,,배려하고,, 이런 사람들은 자애로운 부모를 가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부모가 무지 되고 싶은데,, 벌써 엄마의 모습 60프로는 따라가고 있는듯 해서,,,

  • 7. 상황은 다르지만
    '08.4.20 9:35 AM (220.75.xxx.226)

    저도 원글님과 비슷한 처지예요.
    오늘같이 남편도 없이 어린아이 둘과 보내야하는 일요일, 친정은 차로 20분 거리이지만 놀러가볼 생각 못합니다.
    남편은 출근하면서 심심하면 친정에라도 놀러가든가 하면서 차를 두고갔지만, 친정에서는 울 세식구 반겨주지 않습니다.
    친정부모님들 늘상 바쁘게 운동하러다니시고, 친구들 만나러 다니시고, 저와 제 아이들 가봤자 귀찮아하세요.
    밥 얻어먹으러 가는거 아닌데, 아이 맡기러 가는거 아닌데 그래도 짐이 되는 입장이니
    친정부모님들 재미나게 사시는거 방해해드린다는 생각에 명절, 생신이나 되야 찾아갑니다.
    저 혼자 두 아이 어딜 데려가자니 저도 체력이 그닥 좋지 못해서요.
    그냥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아파트 놀이터나 주구장창 데려갑니다.
    편하게 찾아갈수 있는 친정 있는분들이 너무 부러워요.

  • 8. **
    '08.4.20 10:25 AM (121.145.xxx.187)

    저도 커면서 원글님 처럼 자랐어요 다행스럽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분이셨지요
    친정엄마를 40대 초반까지 원망을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언제 부턴가 칠순을 넘긴 힘없는 늙은 친정엄마가 불쌍하게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덕분에 유년시절의 기억이 온통 가시투성이랍니다.
    울 애들 정말 온갖 정성으로 키웠습니다. 반듯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잘 컸어요
    내 일생에서 가장 후회하지 않는것이 애둘 잘 키운거라고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상처 빨리 삭히시고 못 받은 사랑 내 아이들에게 베풀어 보세요
    나혼자 희생이라고 하면 희생이겠지만 내 남편,내 애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가정이 늘 웃음이 넘쳐 납니다.
    우리 애들 마음에는 어른이 되어도 상처나 엉어리 남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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