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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실용외교냐?

가지가지한다 조회수 : 595
작성일 : 2008-04-19 05:30:00
박석진 총영사 해임 항의문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 제다 총영사입니다. 본인은 금일(4.17) 정부에 사표를 제출하였습니다.

신설공관인 이곳에 지난해 12.20 부임해 지금까지 공관개설에 매진해 온 결과
비로소 어제(4.16) 주재국 정부인사와 외교단 그리고 많은 교민들의 참가리에 공관 개관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공관 개관식을 거행하고 있는 본인은
주재국 인사들의 축하를 받으며 속으로는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공관 개설을 바로 하루 앞두고 정부로부터 해임통보(4.15)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알아본 바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특임대사라는 이유입니다.
제가 무능하다거나 불성실하다거나 전임 정권에서 특정한 힘이 작용해 임용됐다거나
정식 시험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른 잘못이 없는데 오직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공관장을 4개월이 채 안 되어 신설 공관 개관식을 바로 앞둔 시점에 해임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사실 주재국으로부터 지난 2.23일 정식 Exequatur를 받았으니 공식활동을 시작한 지는
불과 2개월도 채 안 됐습니다. 부임한 이래 공관 후보지 물색부터 시작해 개관식에 이르기까지,
사실 아직 관저에는 주문한 가구들이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입니다만 사전에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개관식 하루 전에 갑자기 경질을 통보하니 이것이 다른 것을 다 떠나서라도
실용과 통합을 외치는 MB 정부의 바른 처사인지를 묻고 싶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새로 부임했다고 주재국 정부·외교단·국제기구. 신문사 등 주요인사들에게 인사하고
그들을 초청해 개관식을 거행했는데 이제 나 서울로 들어간다고 하면 주재국은 물론 외교단에서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또한, 이곳 교민들은 10년 만에 총영사관을 개설한다고 같이 힘을 합쳐 왔는데 이들은 또한 어떻게 이해할까요.
그래서 저는 외교관례에 그 사례가 없는 이임인사 없이 서울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아마도 이들은 제가 개인적 큰 잘못이 있어서일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게 편협하게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 그릇이 커야 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용정부라는 기치대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용의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내 편에 선 자만이 실용이고
밀어붙이니까 청계천도 되고 대통령도 되더라
언론이 떠든다 해도 며칠 지나면 다 지나간 얘기가 되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는 식이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식의 독선과 횡포가 아니라도 설혹 내 사람으로 채우고 싶다면
가을 정기인사에서 무리수 없이 모양새 좋게 실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몇 달을 못 참아 이런 난리통 속으로 국정을 이끄는 게 실용의 원칙이 아닙니다.

신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나를 따르라는 식의 밀어붙이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이번 공관장 인사에서 보듯 정권의 횡포로 나타나기 때문이며
정부 부처가 합리적 정책을 제안하기보다는 그런 의도에 제압당해 의견개진을 회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관장이나 기관장들을 내 사람으로 채웠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절에 정부정책에 반해 딴지를 걸 공직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물었습니다. 경질의 배경이 무엇이냐고 본부로서도 안타깝게 됐지만 청와대가 강경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바로 이것이 상부에 압도당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례입니다.
외교부가 청와대에 압도당하지 않고
선거캠프 측근이나 외국 국적자까지 임용해서는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면
이런 사단이 발생하질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외교부의 현실입니다. 전임 정권을 코드로 빗대어 비난했는데 그런다면 이건 무슨 코드일까요?
부처 장관을 내부인사로 발탁하든, 시민단체 경력자를 그대로 앉혀두든
정부가 바뀌면 다 내 사람 내 정책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공직사회입니다.

저는 4.22 인천공항에 도착합니다. 서울을 떠난 지 만 4개월입니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제 주변 친지나 가족들에게 무능한 공직자이거나 전임 정권의 수혜자로 퇴출당한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이나마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내 발로 당당히 들어간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박 석 진 배  
IP : 121.187.xxx.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밥통
    '08.4.19 7:03 AM (69.248.xxx.31)

    밥통같은 질문 드립니다. 조금 이해가...

    4/15일에 해임 통보를 받았는데, 4/16일에 총영사로 개관식을 거행 할 수 있나요? 그리고 벌써 해임 통보를 받았는데, 4/17일 사표를 낼 수도 있나요?

    그런데, 정치가 그런 것이죠. 뭐, 어떤 나라(ㅁㄱ) 대통령(ㅂㅅ)은 나라를 위해 다른 나라에 몇십년 살면서 정보를 빼어 오던 좋게 말하면 요원 나쁘게 말하면 스파이를 언론에 팔기도 하던데요...

  • 2. ..
    '08.4.19 7:27 AM (67.85.xxx.211)

    밥통님/
    4/16 에 개관식이 예정돼 있는데(공식행사)
    4/15 에 해임통보를 내는 외교부니 ㅁㅊ넘들이지요...
    예정된 행사니 초대장도 다 나갔을테고,
    후임이 올 때까지라든가,업무 인수인계까지는 일 해야지요.

    해임통보는 그 자리를 물러나라는 것이니,
    나중에 다른 자리로 발령나든가 귀국해서 쉬든가(일정한 직책을 주지않음)하는 것이고요(계속 공무원)
    사표를 내는 것은 공무원을 안하겠다는 것입니다.

  • 3. 밥통
    '08.4.19 7:42 AM (69.248.xxx.31)

    아, 이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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