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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학교를 학원에 팔아라

학원강사 조회수 : 661
작성일 : 2008-04-16 21:17:58
아래글은 퍼온글입니다. (퍼온글 싫은 분들은 패스..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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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열반 뉴스에 한숨쉬는 교사 동생

"말도 안돼."

'초중고교 우열반 편성이 전면 자율화된다'는 TV 뉴스를 보고 있던 여동생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5년째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못마땅한 듯했다. 다른 뉴스로 넘어가기를 기다렸다가 아직도 멍하게 앉아 있는 그에게 "왜 그래?"라고 말을 건넸다.

"애들 상처가 얼마나 클까. 우반에 못 들어가는 애들이 얼마나 마음이 그렇겠어. 완전히 공부 못하는 아이로 공표하는 건데... "


우등반, 열등반을 나누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열반 편성에 좋은 점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니, 열등반에 들어가면 우등반으로 가기 위해 더 열심히 할 것 아냐"라고 반론을 폈다. 그랬더니 동생은 톤을 더 높여 말했다. 말의 속도도 빨라져 있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닌 교사에게도 우열반 허용은 충격인가보다.

"지금도 우리 학교에서 영어하고 수학은 두 개 반으로 나누어서 수업하고 있어. 물론 잘하는 반에 들어가면 편하지. 애들이 잘 알아듣고 열심히 하니까. 그런데 못하는 반에 들어가면 수업이 잘 안 돼. 수업 분위기부터 달라. 열등반 애들은 계속 내려가는 거지. 올라가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우등반 애들한테는 좋은 제도겠지만, 나머지 애들한테는 사기만 떨어지는 거지."


그는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어서 수업하는 것보다 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고 인간적이라고 했다. 수준별로 나눈다는 건 "넌 과학고 갈 애" "넌 외고 갈 애" "넌 공고 갈 애"로 낙인 찍어 분류하는 것일 뿐 공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한 반의 정원을 15~20명 정도로 해 모든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와 보살핌을 받게 하는 게 아이들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성적 순으로 짤라서 가르칠 거면 학원 가서 배우는 게 낫지. 이게 무슨 학교야?"

그는 학생들의 상처만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를 원하는 학부모도 상처 입기는 마찬가지란다.

"부모들도 자기 애들이 열등반이라고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어. 오빠 애가 열등생이라고 생각해봐라. 미치지. 애들을 우등반에 넣으려고 난리칠 껄."

맞다. 부모들은 어쩌나. 우반으로만 갈 수 있다면 비싼 사교육도 기꺼이 시키지 않을까. 헌신적인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열반을 벗어나 우반으로 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동생은 자율화가 곧 사교육 시장의 활황으로 이어질 거라고 내다봤다.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중학교 은사 중 한 분이 학원에서 잘 나가는데 그 선생님이 나한테 돈 벌려면 학원으로 오라고 했어. 진짜 가버릴까? 어차피 학교랑 학원이랑 별 차이가 없잖아. 학교는 잡무가 많아서 더 힘들기만 하지..."

어느새 뉴스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됐다. 그리고 동생과 나눈 씁쓸한 현실은 달콤한 비현실에 묻혀버렸다.

다른 교사들의 말을 듣지 못해서 우열반에 비관적인 내 동생의 얘기가 전적으로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우려는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교는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할 수 있고, 0교시 수업과 심야시간 보충 수업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다'는 건 공교육을 무한 경쟁 체제에 내맡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한 경쟁이란 무엇인가. 능력있는 사람이 이기는 승자 독식 구조다. 능력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안에서의 능력은 돈. 돈 있는 사람이 이긴다는 거다.

10여 년전 나의 고등학생 시절. 대학 전형 후에는 학교에 꼭 플래카드가 몇 개씩 걸렸다. '경축! 서울대 XXX, XXX, XXX.... 총 X명 합격! 연세대 총X명, 고려대 총X명.... 서울권 대학 총X명 합격!'. 자율화 되는 학교는 이런 자랑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학교의 공교육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까지 풀어버리게 되면 아이들은 학교에서부터 무시무시한 양극화의 쓴 맛을 맛볼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질높은 교육을 위한 학교중심 자치 기반 마련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은 '엘리트 교육을 위한 학원중심 자치 기반 마련을 위한'이라는 수식어로 대체하는 게 맞다. 더 어울린다. 교육 규제까지 성급하게 모든 걸 풀어버려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한다. 동생처럼 가슴 아파하는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 학원으로 가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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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웃긴 건

교육부장관이란 사람이 하는 말.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오! 주여, 어디에 계십니까?


IP : 121.179.xxx.3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4.17 9:05 AM (219.255.xxx.59)

    미쳤어요 미쳤어
    겨우 겨우 질서를 잡아 놓으니...
    다시 세상이 엉망이 되어간다니까요
    그런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절망스럽네요

  • 2. ㅠㅠ
    '08.4.17 2:33 PM (211.181.xxx.54)

    그러게요 정말 짜증나요..

  • 3.
    '08.4.17 5:44 PM (222.238.xxx.17)

    딴나라당을 좋아할까!!! 답답함만 더해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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