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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20대의 보수화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성문

불면 조회수 : 342
작성일 : 2008-04-11 05:51:11
다음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저는 올해 38살입니다.
내후년이면 40대, 그야말로 기성세대가 되는 나이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진보신당 후보를 밀었습니다.
투표소에 참관인으로 참석해서 투표가 진행되는 모습도 지켜 봤습니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잠을 청하고, 일어나서 인터넷과 블로그의 글들을 보니 20대를 비난하는 글들이 적지 않더군요.
안 그래도 낮은 투표율 가운데서도 20대의 투표율이 특히 저조했고, 투표를 한 20대들도 절반 정도는 한나라당을 찍었다는 통계 앞에서, 정신나간 20대를 욕하는 '인생 선배'들이 참으로 많더군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이 뭘 잘했다고 20대를 욕합니까?"

물론 잘나신 인생 선배들은 "내가 대학생 때는 말이지, 사회 민주화를 위해서 저항도 하고 참여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 20대들은 정치에는 관심도 없고 자기 배부른 거에만 관심 있고..." 이런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20대였던 시절, 그렇게 저항과 참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살아 온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하게 되고, 선배들을 따라서 참여하게 되고, 그러다가 의식을 가지게 되고 내가 스스로 저항에 나서고, 이런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긴 감옥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내던졌던 쟁쟁한 운동가들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도 가르쳐 준 사람도 없는데 저절로 깨우쳐서 저항하고 행동했던 게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20대들은 누구를 보고 배워야 할까요?
저항과 희생의 결과로 민주화가 되었고 386 세대들이 대거 국회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했던가요? 실망스러운 모습을 줄줄이 보여줬습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자기 배나 채웠다는 비아냥을 듣는 신세가 되었고, 기성정치인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막말과 싸움질, 철새짓과 당리당략으로 자기 이해타산이나 따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기의 모든 기득권을 내던지고 민중 속으로 들어간 그런 선배의 모습 따위는 이제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자기 이익에 골몰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20대가 무엇을 깨닫고 배울 수 있을까요?
블로그에 진보적으로 글질하면 선배로 내 할 거 다 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잘나신 인생 선배들은 또 이렇게 말하겠죠.
"애들이냐? 그 나이 됐으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나이 아닌가?"
하지만 20대는 제 한 몸 겨우 건사할 시기입니다. 우리들의 10대 청소년 시절을 생각해 보죠.
전교조 사태도 있고 해서 많은 학생들이 세상에 눈을 떴지만, 그래도 죽도록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는, 그게 전부였던 청소년 시절입니다.

그러다가 대학에 오게 되면 세상이 갑자기 확 넓어집니다.
그럴 때, 좋은 인생 선배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올바른 행동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멘토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도 20대 때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듯이, 지금의 2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60, 70이 돼도 그 위 선배들에게 배울 게 있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스펀지처럼 죽죽 빨아들일 때인 20대에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라고 해도 그것이 인생 선배로서 좋은 멘토가 되어 줘야 할 선배 세대의 직무유기를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30대가 20대에게 준 것은 무한 경쟁의 정글이었습니다.
물론 30대들도 이렇게 주장합니다. "우리 때는 안 힘들었는 줄 알아?"
하지만 적어도 제가 20대일 때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취업 걱정을 하고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 몸부림쳐야 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취업 걱정은 대부분 3학년 쯤은 되어야 현실로 다가왔고, 1, 2학년 때는 정말 공부에 뜻을 가진 예비 학자들이 아닌 다음에야, 솔직히 놀았죠.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시위도 나가고, 세상에 대해서 더 크게 눈을 돌릴 여유가 있었습니다.
지금 대학교를 다니는 20대 초반은 그런 여유를 빼앗겨 버렸습니다.

지금 30대는 사회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정글을 만드는 데 한몫한 것도 30대입니다. 자기 혼자 생각 똑바르면 뭐합니까?
생각 똑바로 하고 산다는 30대도 회사 가면 '어떻게 하면 20대들 피를 더 빨아먹을 수 있을지' 골몰하는 게 일인 사람들 많습니다.

우리 30대가 20대들에게 보여준 것은 '저것들도 배부른 돼지가 되어가는구나'라는 실망감, 그리고 가혹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판치는 정글입니다.
사교육과 소비 문화로 20대를 빨아먹고 있는 자들이 누구입니까? 안드로메다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들입니다.

더구나, 이번 총선에서는 20대를 위한 이슈는 실종되어버렸습니다.
물론 각 당에서 등록금 문제들을 공약에 넣기는 했습니다만, 민주노동당을 빼고는 그야말로 립 서비스 차원이었지, 주요한 이슈로는 전혀 부각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말합시다.
지난 번에 시청에서 20대들이 등록금 시위했을 때, 차 막히고 불편하다고 욕했던 30대들 많죠?
그나마 20대들이 좀 뭉쳐서 자기 목소리 내도 별 관심을 안 줍니다.

언론에서는 그들의 절박한 상황보다는 이게 폭력시위가 될 지 안 될 지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20대들에게 절박한 이슈였던 등록금이나 취업 문제는 외면당했습니다.
인생 선배들이 사회의 무대에서 20대를 소외시켜 놓고서는 20대가 생각이 없느니 저항정신이 없느니 떠들 자격이 있습니까?

지금 20대가 우리가 20대였을 때보다 정치적 의식이 많이 박약한 건 사실이고, 저항보다는 순응을 선택하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잘나신 선배들이 그런 '한심한' 20대를 꾸짖을 자격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 선배 세대들은 후배들을 잘 못 이끈 책임에 낯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지금 20대가 그렇게 된 것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우리 세대이고 남에게 손가락질하기에 앞서서 내 가슴부터 두드리면서 '내 탓이오'를 외쳐야 합니다.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줄줄이 보여준 선배들의 자기 반성, 그리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후배들이 배울 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 세대가 되어야겠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한심한' 20대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적반하장식 20대 호통치기는 우리가 청년이었을 때, 기성세대들이 우리에게 '공부 안하고 데모만 한다'고 호통쳤던, 그 모습이 생각나게 하는 한심한 풍경입니다.
IP : 121.129.xxx.11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쩌면
    '08.4.11 9:26 AM (222.239.xxx.230)

    이게 우리의 당연한,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군요..
    그 누구도 나에게 책임있다는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다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너때문에 너때문에 하는 식이군요..
    에공 누구를 탓하리요..

  • 2.
    '08.4.11 5:27 PM (210.90.xxx.75)

    그렇군요..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20대 욕하지 않아요..저 겸임교수 맡고 있어 대학 3,4학년 강의하고 있는데 정말 안쓰럽습니다..우리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씌운 굴레는 생각보다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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