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떡데며 퇴근해 옷만겨우 갈아입고 앞치마하고 저녁준비 한시간쯤해서 밥상대령했는데..
냉큼 숟갈안들고 티비에 눈 꽂혀있는 신랑태도가 부아난다... 기껏만들었는데 뭐하는 짓이야
물론.. 속으로만 외치지만...
ㅡㅡㅡㅡ 사실 난 엄마가 열두번 불러야 밥상머리에 앉는 딸이었던가.... 울엄마의 외침을 이제 이해중.
소면하나 삶아도.. 열가지 정도 되는 육수거리로 국물을 우려서... 맛있게 먹을려고 노력중인데..
어라.. 이눔의 신랑이 국물을 다 먹지 않는다... 옆에서 몸에 좋은거라고 우기며 다 들이키길 강요..
나도 꾸역꾸역...
ㅡㅡㅡㅡㅡ 사실 난 모든음식의 '국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의 건더기만 먹지..
친정엄마의 국수역시 면만 먹고 국물을 버렸다. 울엄마가 왜 그리 안타까운 표정이었는지 이제 이해중.
울 신랑...
자상하기로 집안에 소문난 사람이다. 나랑 나이차도 많이 나는데... 애교도 많고.. 알랑방구도 잘끼고..
손재주있어 집안에 소소한 일 알아서 다하고.. 나 힘들다고(난 아침을 안먹고 출근) 아침에 혼자일어나서.. 아침밥 혼자 다 차려먹구 밥통 설거지까지 다하고 출근하고.. 하여튼.. 따뜻하다.
울 친정아부지..
한평생 집에 전구하나 까지 딸들이 다 갈고.. 맘에 비수꽂히는 말도 많이 하고.. 울엄마 한평생 고생을
말로 하기도 다 힘들다.
정작 내가 결혼하여... 말그대로 남자하나 보고 같이 여생을 산다는 그 자체를 체험하면서...
울엄마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마음이.. 아푸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니 소소한것부터 큰거까지 와닿는것이 너무 많다.
그게 기쁨일때도 있지만.. 가슴아픔일때가 왜 많아서리...
철이 드는강...
그냥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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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보니..
초보주부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08-03-27 10:57:16
IP : 125.137.xxx.6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강북엄마
'08.3.27 11:03 AM (203.229.xxx.177)난 어떤 딸이 었을까? 생각하게하는 저도 가슴에 다가오네요...글도 재밌고요
2. 아
'08.3.27 11:06 AM (61.33.xxx.130)저도 결혼하고 나보니 엄마 마음이 정말 이해가 되요.
결혼하자마자 할머니 모시고 살던 엄마.
세끼 밥하는 것도 어쩔때는 지겹다는 엄마 말씀이 이해가 잘 안되는 철부지였는데,
결혼하고 살아보니 이제는 알겠어요. 엄마에게 더 잘해드려야 되는데...3. karma
'08.3.27 11:34 AM (210.180.xxx.126)제가 결혼하자 얼마안가서 느낀것이 전생의업보를 이생에서 받는것이 아니라
이 생에서의 잘못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받는구나 였습니다.
엄마한테 준 상처를 내가 남편에게서 받는걸 보고는 '헉!!! 백만배' 했답니다. ㅠ.ㅠ4. 정말
'08.3.27 11:53 AM (220.76.xxx.82)공감가요. 제가 지은 죄 결혼해서 아이키우며 다 죄값 받는구나 싶어요. 옛날에 아마 우리 엄마 맘속으로 많이 외쳐댔을것 같아요 " 꼭 너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5. ㅠㅠ
'08.3.27 1:20 PM (203.244.xxx.254)엄마가 정성들여 싸준도시락.. 반찬이 맛 없다고 (제가 좋아하던 햄)안싸줬다고 버렸던 기억이 나요. 눈물나네요. ㅠㅠ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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