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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어요

엉엉 조회수 : 3,439
작성일 : 2008-03-22 22:51:30
넘넘 서러워서요
막내가 불쌍해서요 ..

큰 놈이..자기도 엄마한테 불만 많지만 참고 말 안 한답니다
일 때문에 속도 빠른 큰 애 컴 몇 번 썼습니다
엄마는 엄마 물건 건드리면 짜증 내면서  
자기 컴퓨터 쓰고 스피커 쓰러뜨리고 책상 엉망으로 해놓은 게 불만이래요
손때 시커멓게 묻은 컴퓨터, 세제로 박박 닦고 쓰러진 스피커 세운 건 전데요
그럼 누가 책상 쓰고 엉망으로 했을까요 ..

저랑 살기 전..
손이 유난히 험하고 물건 쓰고 아무데나 놓아 친할머니가 잔소리 많이 했어요
그게 저로 겹치나봐요

막내만 책 사주고 차별한대요

내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책 사주고 책상 사준 거다,
종이접기 컴퓨터 운동 바둑 피아노 ..너희한테 한 거 똑같이 막내한테 하고 있다
차이점은 넌 놀고 싶어서 매번 도망가지 않았느냐,
책 사주면 펼쳐놓고 밟아서 일년도 안 되어서 헌 책 만들고
이 귀찮은 걸 내가 왜 해야해.. 엄마가 읽어줘,, 난 똑똑하고 그 까짓거 금방 배우니 안 해도 돼..

암말 못하더군요

큰 애가 4학년 때 막내가 태어났어요
삼학년 땐 뱃속에 애기 놓고 읽어줬습니다  

막내가 책 읽는 이유는 심심해서입니다
엄마 일이 끝나길 하루종일 기다리면서요 ..

어린이집도 못 보내게해서 -가만히 수긍한 저도 참.. -명목상으론 제가 집에 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하루종일 혼자 놀았어요  
떼도 안 쓰고 울지도 않고 그러길래 저도 무심히 넘겼답니다
항상 달라붙어있고 챙겨줘야하는 둘째 때문에 솔직히 제가 낳은 아이지만 아무 기억이 없어요 ..
어릴 적 얼굴도 잘 생각 안 나고..

큰애가...둘째가 난리난리치는 거짓말에 한 치 의심도 없이 동생 편을 들더군요

전 그것이 서운합니다

둘째 말만 듣고 엄마가 잘못했대요

그래도 큰 놈은 제가 다시 받아들일만 합니다  

짜증내며 깨운다고 욕하고 때리러 덤비길래
이번엔 조용조용 깨웠는데도 씨* 이라 하는 큰 놈 말이예요

잠자다 홧김에 욕 나온 거라 죄송하대요
큰애가 가진 불만에 대해 제가 조목조목 말해주니
자기가 잘 못 알고 잘 못 이해하고 오해한 부분들이라 인정하대요

둘째보고 너도 네가 잘못한 건 인정하래요
제 말 들으니 작은놈이 잘못했거든요

둘째 불만은 엄마한테 불만 없는 애가 어디 있냐, 근데 엄마는 그걸로 자길 나쁜 애 만든답니다

중고생 애들 정말 키우기 힘듭니다
몸과 마음의 키가 다르니까요

그래서 힘든 거라면 기다릴 수 있어요
나이 먹으면 깨닫는 게 있잖아요

맞아요 불만 없는 애 없습니다 우리 엄마 왜 그러냐 주위에 투덜거리지요
하지만 그 불만에 놀아나는 주위 사람도 문제구요
관계를 악화시키게끔 부풀려 말하는 사람도 문제입니다

이건 집안 내력인가봐요
시어머니가 그려셨거든요
시누가 그러구요

둘째를 겪은 주위 사람들이 제가 말했습니다
조심하라구요

어린 애한테 넘한 거 아니냐 가볍게 넘긴 제가 바보예요

제가 아파서 한동안 아침에 제대로 못 일어났었어요
큰놈들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새밥지어 반찬 만들어 먹여 학교 보내던 제가요
막내는 간신히 찬 밥에 국 말아 한 술 먹여 보내고 다시 눕고 그랬었어요
그랬더니 작은놈이 자기 미워서 아침에 안 깨웠다 생각합니다
지각했다고 선생님한테 소리 듣고 챙피 당했다 생각하고 그 분을 저한테 원망으로 풀다보니
저런 결론이 나옵니다
자기 때문에 몇 번 쓰러지고 아파서 누워있는 전 안 보이나봐요
아니.. 아픈 몸 이끌고 간신히 청소 빨래 밥하니 아픈 사람으로 안 보였나봐요
그래서 .. 지금은 제가 못 일어나고 막내가 늦게 일어나도 절대 막내 깨운 적 없습니다
자기만 혼자 일어나 나갑니다  

이거랑 몇 가지 불만거리 말하길래  
말해주니 암말 못하대요
근데 이거 여러번 말한 겁니다

애들 말만 들으면 엄청 불행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라 생각합니다
막상 절 보고 일년 넘게 아이들을 보면
철부지 .. 왕자 공주.. 라 합니다

그래도 애들이 변함없이 저에게 핑계를 대는 이유는 그래야 자기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거든요


아무때고 자기들 먹고 싶을 때 밥 차려줘야하고
세탁기 다 돌아가고 오늘 저녁 내일 입을 옷 내놓으면 손빨래해서라도 해서 입혀줘야 합니다
뭔 짓을 하든 암말 안 해야 헤헤거립니다

너같으면 엄마처럼 살 수 있겠니? 하니 암 말 못합니다
다른 집 가서 물어봐라,
지금 엄마 몸 상태 말해주고 네가 엄마한테 한 짓 말해주고 네 행동 말해주고
네 불만 말해줘라.. 어떻게 말할지..
고개 숙이더군요  


막내 붙잡고 엉엉 울었어요

정말정말 미안하다
가족을 최고로 생각하고 온 가족이 집 앞 놀이터만 같이 나가도 행복해하는 네게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족을 지켜주지 못해서..
엄만 더이상 견디기 힘들다
좀더 네가 클때까지 엄마가 버티려했지만 ..
맘 단단히 먹고 누구랑 살건지 네가 편한 쪽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열살짜리가 ... 엄마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자긴 뭐가 미안한지 모르겠다
문제가 뭐냐
자기가 어떻게 해야 엄마가 힘들지 않겠냐 해서..
또 울었습니다

세 아이 중 가장 손이 덜 간 아이이고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도 받지 못하고
아빠의 사랑조차 둘째에 대한 편애로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가 그런 말을 해서요
  
우리의 결혼은 첨부터 잘못되었습니다
애아빠는 고집과 의심을 버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저와 시작했어야해요
전 자존심을 버리고 친엄마가 되겠다는 생각을 말았어야했습니다


불쌍한 우리 막내..

내 자식 내 부모 내 몸 제쳐놓고 십 년 살아서 그 벌 받나봐요

우리 사회가 남의 일에 참견이 덜하고 편견이 덜하였더라면 진즉 갈라섰을 겁니다
무늬만이라도 엄마 아빠가 있어야 하고 아무리 못난 부모여도 있어야하는 사회..

저와 막내가 버틸 수 있게 힘을 주세요  
IP : 211.38.xxx.10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22 11:05 PM (211.38.xxx.10)

    네..저 맞는 거 같네요...
    가끔 글 올리며 맘 정리하고 다잡고 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네요
    낼 애아빠에게 말하려구요
    더이상 비참해지고 자괴감 들지 않게 필요한 말만 할겁니다
    그래서 가슴에 얹힌 얘기 여기 풀고 갑니다

  • 2. 애효
    '08.3.22 11:16 PM (121.138.xxx.48)

    막내가 가여워 저도 가슴이 아프군요.
    님과 막내만을 생각하시고 뜻하신대로 하세요....

  • 3. 힘내세요
    '08.3.22 11:42 PM (59.150.xxx.103)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더니 나중에 보니 알겠네요.
    그럼 막내만 친아들이신가봐요.
    저도 고등학생, 중학생 아들만 둘 키우는데요
    친아들이라도 서러울 때가 있어요. 사춘기 반항이 만만찮더라구요.
    오죽하셨겠어요. 남편이라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면 몰라도
    안 그러면 버티기 힘드실거에요.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말씀드릴 입장은 아닙니다만
    어떤 결정을 내리시더라도 막내와 함께 행복해지시길 기원합니다.

  • 4. 화이팅이요
    '08.3.23 1:44 AM (116.127.xxx.21)

    저희 엄마도 어려서 무척 잘 해주시던 새 어머니셨는데 어려서는 아빠를 빼앗긴것 같아서 결국
    멀게만 행동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희 낳고 사시면서 친 자식에게도 손이 올라가고 살닿기 싫은 때가 생긴다는 걸 알게되셨는데..이미 늦어서 고맙단 소리도 못하신다고... 그때는 어려서 모르셨다구요...그때 생각하면 참 철없는 시절이었다고...그런데 친 엄마가 아니니까 보통 아이들보다도 더 사랑 못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하더라구요...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우리한테 하는 것 이상으로 최선을 다 해준 어머니인걸 알겠다고..어떤 결정을 내리실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언젠가는 님이 최선을 다해준 시간들을 우리 엄마처럼 떠올리며 감사할 지 몰라요. 힘내세요~막내 참 마음이 예쁘네요~화이팅입니다.

  • 5. 경험자
    '08.3.23 9:55 AM (203.235.xxx.31)

    아이들이 크면 객관적으로 님에 대해 판단합니다
    우리 엄마가 참 힘드셨겠구나

    그런데 자신들의 처지가 남을 배려하기에는 좀 팍팍하기도 하고
    통제 안되는 사춘기를 보내느라 힘들기도 하고

    님도 불쌍하고
    아이들도 딱하고

    님의 행복에 촛점을 맞추시고 너무 애쓰지 마세요
    힘든 것이 느껴져
    함께 있다면
    따뜻한 차라도 드리고 싶어요

  • 6. ...
    '08.3.23 12:42 PM (125.187.xxx.150)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몸과 마음이 다 지치신것 같네요.
    이런 댓글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속으로 낳은 친자식도
    중학생이 되면서 부터는 진짜 자식이 아니라 웬수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아이들 셋다...... 위에 두 아이는 다 자라서 이제는
    그 때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중이고
    늦둥이 막내가 저와 날마다 언성 높이며 서로 헐뜯고 있는 중입니다.
    뭐든지 엄마 탓인 아이들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제일 친근하고 내가 어떻게 해도 나를 받아들여 주겠지 라는 믿음이 있더군요.
    원글님 앞으로의 결정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겟지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시고
    뭐든지 핑계를 대고 원망을 해도 신경 쓰지 마셔요.
    지금은 지친 원글님을 스스로 다독거리는 일이 최선인것 같네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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