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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의 어린이집 적응 이해

전직어린이집교사 조회수 : 1,206
작성일 : 2008-03-20 23:05:13
지금은 아이의 엄마가 된 전직 교사입니다...어린이집에 대한 안좋은 기사가 매일 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저 역시 마음이 참 불편하네요 ... 그래도 좋은 기관들이 많이 있고 점점 더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요즘 아이들 신학기가 시작되어서 어머님들이 노심초사하고, 어린 아기를 처음 보내신 어머님들 특히 마음이 불안하시리라 생각되요
그래서 매일 자게에 답글만 달다가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3,4살 아기들의 어린이집 적응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는 글입니다.
이 글은 제가 있었던 기관을 중심으로 썼기 때문에 모든 어린이집 실정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이 새로운 기관을 가게 되지요.
어른들은 아이들이 친구도 만나고, 새로운 장난감에 선생님까지 너무 신날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어른들이 새로운 직장에 가듯이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 떨어져서 낯선 선생님과 낯선 친구들과 장난감을 나누어 가져야 하고, 낯선 규칙들을 익혀야 합니다.
아기에게는 어떤 어린이집이 본인에게 맞는지 어떤 친구들이 좋은지 선택의 여지도 없지요
시간 개념이 정확하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가 언제 올지, 혹시 나를 버리고 간 것은 아닌지 두려워합니다.

선생님의 도움과 엄마와 함께 하는 귀가..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됨으로써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함께 친구들을 사귀고 놀면서 엄마를 기다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엄마를 기다린다는 것이 마냥 기분 좋은 일일 수 만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밥을 안 먹기도 하고, 떼를 쓰고,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엄마를 속상하게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잘 지내는 아이도 있지요. 이 경우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한 종류는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 등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보통 쭈욱 어린이집 생활을 잘 하는 편이지요.. 이런 아이는 영아기에는 많지 않습니다. 보통 6,7세 정도에 어린이집 또는 다른 기관 생활을 처음 시작한 경우에는 하루 이틀 지나면 잘 지내기 마련이구요
두번째 종류는 새로운 환경에 빠졌다가 알고보니 주양육자도 없고, 낯설고 불편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입니다. 어린이집에 처음 가서 한달 정도 잘 지내다가 안 가겠다고 해서 안심한 엄마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지요


그렇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하는 동안에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첫째,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조절해 주세요.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면 아이가 놀다가 아쉬워 할쯤 데려오는 방법을 이용해 보세요 아이가 다음 날을 기다립니다. 그러면서 시간을 차츰 늘려 가는 것이죠 이 방법이 좋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며, 모든 어린이집이 이 방법을 선택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아이를 쉬게 해 주어야 합니다.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 아이는 잦은 잔병치레를 하고, 아프고 하죠. 아이가 집과 다른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고, 집에서 노는 것과 달리 체력 소모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진데다가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집에서 푹 쉬고 잘 먹이고 잘 재워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말에도 되도록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세요 밖에 나가서 체력 소모를 하면 월요일이 힘들어요

셋째, 아이를 대견하게 여겨줘야 합니다.
아이는 첫 집단 생활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때만해도 6살 또는 7살에 유치원을 갔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첫 집단 생활을 시작합니다. 교사였던 저는 그 아이들이 1년 내내 울지 않는 것이 참 장해 보였습니다. 아이와 두손 불끈 쥐고 오늘은 참아보자 했던 날도 있습니다.
아이가 집단 생활을 이겨내는 건 참 장한 일입니다. 대견하다고, 자랑스럽다고, 고맙다고, 꼭 말해 주세요. 아이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질 겁니다.
그리고 많이 안아주시고 사랑을 표현해 주심으로써 불안감을 줄여주세요
엄마는 반드시 너를 데리러 온다는 것도 알려주시구요 무작정 온다 라고 이야기 하기보다는 점심 먹고, 낮잠 자고 간식 먹은 후 조금만 놀고 있으면 온다 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주세요
그러나, 어린이집에 대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는 아이는 집에서 어린이집에 대해 이야기 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엄마와 노는 것만 충실한 것이 좋다고 합니다.

넷째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내 아이를 알리세요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가족 사진 등이 위안이 될 수 있다면 담임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가지고 가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어린이집에 대한 믿음..
대부분의 아이들은 1달 이내에 무난하게 적응을 하며, 많은 현장의 교사들이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어린이집을 믿어주세요



그리고도 안 된다면 어린이집을 그만 두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첫 집단 생활이기 때문에 아이가 너무 싫어해서 그만 둔다면 아이에게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남겨 줄 수 있다고 하지만.. 아이가 너무 안 맞아 할 때 과감히 끊어 주는 것도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 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이건 부모님들의 오해이신데요..
문화센터를 많이 다니면 어린이집을 잘 갈 수 있다라는 생각...
문화센터는 엄마와 함께 노는데 선생님이 옆에 있는 것이구요, 어린이집은 엄마 없이 선생님과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먹고, 자는 곳입니다.
문화센터 30개월 다닌 것과 어린이집 다니는 것은 다른 개념이니까, 아이들에게 문화센터 많이 다녔으니 어린이집도 잘 적응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

두서없이 글을 적어보았습니다.
아직도 이 땅에는 보육 훈련시설 뿐 아니라 대학, 대학교, 대학원 교육을 받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린이집 교사, 유치원 선생님들이 계시며 아이들과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점점 더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이 되길 바래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1.134.xxx.13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8.3.20 11:11 PM (116.36.xxx.176)

    정말많은 도움이되었어요...
    감사합니다
    3월부터 아이를 새로어린이집에 보냈거든요
    처음에 울고불고 불안해하더니
    오늘은 먼저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하더군요
    원글님 쓰신대로 아이를 격려하고 고맙다고 말해줘야겠네요
    전 아침마다 우리아이눈을 보면서 "엄마는 xx이 믿어"라고하면
    애가 갑자기 의연해지더라구요 ㅎㅎ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2. 저도
    '08.3.20 11:16 PM (121.131.xxx.136)

    잘 읽었어요..
    요즘 어린이집 방문하며 계속 고민중인데..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23개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3. 울딸
    '08.3.20 11:17 PM (125.186.xxx.18)

    5세인데 원글님께서 쓰신 모든 것때문에 기관에 못보내고 있어요. 낯가림이 너무 심해 정도가 지나쳐요.그리고 한번 울면 그치질 않기 때문에 괜히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안보냈어요.
    4살때는 유치원가고 싶다더니 올해는 6살때 가겠다고 유치원얘기만 나오면 싫어합니다.
    어른에게만 낯가림이 있는게 아니고 어린아이들 또래도 무서워 해요.밖에 나가면 또래가 반갑다고 다가오면 거부해요.겁먹고 제 다리사이로 숨어버려요.
    그래서 안보내고 있는데 2학기때는 한번 시도해 보려구요. 하루종일 너무 심심해하니까
    조금씩 사회에 나갈수 있도록 엄마인 제가 도와줘야 겠네요.
    원글님 글 너무 감사히 잘 읽었어요.
    사실 아이만 두려운게 아니라 엄마도 두려웠거든요.원글님의 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4. 울딸님
    '08.3.20 11:24 PM (121.134.xxx.136)

    원글입니다...
    다시 보실지는 모르겠으나..
    저희 아기도 낯가림이 너무 심했는데요 돌까지 아무에게도 안 갔거든요.. 그런데 교육 방송인가 책에서 보니까 내향적인 아이는 집에 사람을 초대해서 만나는 것이 밖에서 만나는 것보다 좋다고 하더라구요. 주인 의식도 있고, 집이라는 자신이 잘 아는 환경에서 사람을 만나면 더 편하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지금까지 저희 집, 매일 사람와요 할머니, 옆동네 친구, 애기 친구까지.. 다행히 친구들이 가까이 살아서 접대 필요없는 사람들이 집에 오니 엄마인 저도 스트레스 없구요(제가 옆집 사람 사귀는 성격이 못됩니다..)그러다 보니 아이가 많이 활발해 졌습니다.
    울딸님께서도 한두시간 정도 일주일에 한두번 사람을 초대해 보세요
    친한 분으로 오시게 해서 아이와 눈 마주치지 않고 편하게, 짧게 있다가시도록 해보시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두서없는 제글 잘 읽어주셔서 세 분다 너무 감사해요

  • 5. 딱 일주일
    '08.3.20 11:29 PM (59.10.xxx.45)

    은 뭣모르고 다녔나봐요.. 아주 좋다고 가더라구요...

    6살 남자아인데
    요즘은 아주 안간다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ㅠ.ㅠ
    왜 유치원에 꼭 다녀야 하냐고하고,
    원어민 남자영어선생님이 일주일에 한번오시는데 너무 무섭다고하고..
    아이고 정말이지 속이 탑니다.....

  • 6. 5살
    '08.3.20 11:46 PM (211.227.xxx.167)

    .....안된다면...에 해당되는 5살남자애가 저희 아들내미랍니다. 결국 그만두고 지금 집에 있네요. 지금 생각하니 아닌데도 1년을 끌었네요. 애도 안됐고... 후회가 된답니다. 그때 아니다 싶을때 진작 그만뒀어야 했는데. 지금 정말 즐거워하고 어린이집만 안간다면 뭐든 양보할 태세랍니다.^^ 돈은 많이 들지만 필요할땐 베이비시터를 쓰기로 했네요.

  • 7. 울딸
    '08.3.20 11:51 PM (125.186.xxx.18)

    원글님 감사합니다.
    맞아요.그러고 보니 저희가 이사를 와서 거의 집에 오는 사람이 없다가 올해 큰애(초3) 학부모 몇명이 집에 온적이 있어요. 같은 분이 몇번. 이분한테는 별로 낯가림을 안하고 우리집에 오는 분이라도 밖에서 만나면 또 눈을 안 맞추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들 우리 딸보고 새침떼기라고 하거든요.
    큰애 피아노도 방문수업을 하는데 이 선생님한테는 자기 물건 자랑도 하고 선생님은 레슨하기 바빠도 자꾸 가서 말걸고 해요.
    그런데 이러다 보면 나가서도 괜찮아 질까요?
    사람들을 자주 더 집으로 초대해야겠네요.저도 사실 사람들을 못사귀는 성격이라 울딸이 엄마를 닮았나봐요.

  • 8. 깜찍새댁
    '08.3.21 1:32 AM (59.15.xxx.109)

    정~~~말 감사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요즘 넘 고민에 빠졌거든요..
    딱36개월채워서 어린이집 입학했는데....아직 한달 못된거죠...3월3일부터니까...
    아침마다 실랑이 하는건 물론이고...저와 떨어져 있을 그 시간동안 어찌하고 있는지 너무 걱정되거든요...티비에선 어린이집에 대해 걱정되는 프로도 봤구요...
    님 말씀처럼.....선생님과 원을 믿어야하는데....
    암튼...가끔 이런 글 또 올려주세요..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 9. 감사
    '08.3.21 8:01 AM (211.45.xxx.170)

    당장 내일부터 24개월 아이를맡길곳을 찾아 떠나야 되는 엄마로 단비와 같은 글이었습니다.
    친정엄마가 몸이 아프셔서 결정하게된건데...아이도 생각하는것 잊지 말아야겠어요.

    자주 올려주세요.정말 도움이됩니다.

  • 10. 요조숙녀
    '08.3.21 11:48 AM (59.16.xxx.180)

    어린이집 선생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외손녀 20개월짜리 3월초부터 보내는데요.제 에미가 두고올땐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랍니다.
    그래도 저녁에 대리고올땐 잘놀고 있다네요. 울다 토하기도 하고 잠들기도 하지만 이따 몇시에 엄마가 데릴러올거라구하면 그친다니 선생님들의 노고가 정말 많습니다

  • 11. ..
    '08.3.21 12:41 PM (211.45.xxx.170)

    님...아는 엄마들카페에 이글 옮겨놓을께요..출처는 밝히겠습니다^^

  • 12. 원글이
    '08.3.21 10:46 PM (121.134.xxx.64)

    두서없는 글 읽어주시고 기분좋게 말씀해 주셔서 힘이 납니다.
    늘 쓰려다가 왠지 나서는 거 같아 망설였는데 정말 감사해요 도움이 되시길 바래요

    그리고 감사님.. 어느 카페인지 저도 알려주세요
    엄마들 카페엔 문외한이라 저도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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