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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아이를 데려다 앞에 앉혀놓고...

선생님 조회수 : 957
작성일 : 2008-03-16 15:47:51

아이들이 그나마 학교 선생님은 좀 어려워도 하고 무서워도 하는 편인데,
요즘엔 워낙 일찍부터 여러 학원들을 다니면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니
학원 선생님이나 학습지 선생님들을 엄하게 생각하거나 존중해 주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저는 윤선생 관리 교사인데 그런 면에서 고학년 아이들을 다루기가 제일 힘들지요.
초등 고학년 지난 중,고등학생들은 철도 들고 공부의 이유도 좀 알아서 훨씬 수월하구요.

지금 제 바로 앞에 아침 9시부터, 바로 그 제일 다루기 힘든 이제 막 중학생이 된, 학년만 중학생이지
아직은 생각하는거나 생김새나 학습 지능이나 딱 초등학생인, 그런 아이가 하나 앉아있네요.

어떻게 된거냐구요,
저랑 공부하게 된건 3년 좀 넘었고 윤선생 과정으론 중 1학년 1학기 정도 마쳤구요.
원래도 듬성듬성 그냥 테이프 듣고 녹음하고 정답체크하는게 공부 다 하는건 줄 아는 녀석이지요.
다른 공부하는건 수학, 영어 과외 뿐이고 과외 선생님들과도 제가 잘 아는데 공부하는 태도가 같대요.
지난 겨울방학부터 중학 과정 들어와서 숙제도 좀 늘고 외울것도 많아지고 하니 점점 나태해져 가는겁니다..

오늘 공부 미룬다고 내일 그 공부가 절반이 되나요, 두배로 세배로 늘어날 뿐이죠.
다음엔 잘 해 놓을께요, 한번만 봐 주세요, 마지막으로 믿어주세요 소리가 주제가였어요.
중학교 입학하면 어쩌나 보자 했더니 더하면 더했지 나아지는게 없네요.
그래서 엄마와 이야기 하고 오늘 아침부터 데려다가 지난 두어달 동안 공부한 책들 몽땅 꺼내놓고
녹음이며 쓰기며 단어 외우기 등등을 다시 시키고 있답니다.
윤선생 선생님들 보면 가끔 저처럼 하는 분들이 있어요.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저녁마다 집에 데려다 시키기도 하고.
저는 관리교사 5년만에 처음 해 보는데 일단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일이네요.;;

원래 눈물이 많은 남자아이인데 아침에 데려와서 상 펴자 마자 눈물바람에,
자기 나름대로 성질도 내 봤다가 안한다고 떼도 써 봤다가 다시는 잘 못하지 않을테니 봐 달라고도 했다가..
한시간쯤 골고루 다 해보고는 제가 꿈쩍도 안하고 있었더니 포기하고 한 네시간 앉아서 공부하고,
머리가 나쁜 녀석은 아니라 집중해서 다시 공부하고 외우고 하니 바로바로 이해하고 단어도 잘 외워요.
책 한권 끝날 때마다 이것 까지만 하고 가면 안되요, 제발 보내주세요, 또 눈물바람의 되풀이. 아이고...

공부하라고 잡아다 놓고 저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상 맞은편에 앉아서
토플 공부 좀 하고 다음주에 사무실에서 할 발표도 준비하고 책도 좀 읽고 점심은 서로 거른채로 그렇게 있어요.
지금은 발표 내용 문서작업하느라고 노트북 켜놓고 잠깐 인터넷 접속해서 82에 들렀구요.

징징대고 고집피우고 자꾸 뒤로 미루고 하는 저 녀석을 보고 있자니 딱 저 또래때의 제 모습이 생각나요.
제가 딱 그랬지요. 아빠가 공부시키면 맨날 울고 떼쓰고 징징대고 그랬어요.
아이고 우리 아빠 참 속 터졌었겠다.. 생각하면서 속으로 아빠 죄송해요.. 반성도 하구요.
거 참..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그러지 말라더니 꼭 그런마음으로 애를 잡고는 있는데
저 녀석이 과연 오늘의 이 고생을 발판으로 좀 속이 들기는 하려는지..
아니면 오늘 일이 지겨워서 아예 공부라면 등을 돌릴지..

한시간 쯤 전에 한 절반쯤 공부 했다고 저 아이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오늘 집에 안 돌려보내셔도 되니 선생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죄송하고 감사해요."라고 답을 ;;
엄마는 감사 안해도 되니 아이가 좀 변해줬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에구.. 밥도 굶고 같이 벌서고 있으려니 힘들긴 힘들어요..
IP : 220.71.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헉..
    '08.3.16 3:53 PM (222.110.xxx.207)

    학습지 교사가 그렇게까지해야하나요?
    물론 그렇게 하시면 엄마나 학생한텐 너무너무 감사하지만
    제가 알기론 윤선생교사면 학습지의 30%가 수당인걸로 아는데...
    어쨌거나 열성인 선생님밑에서 애가 잘 따라주면 참 좋을텐데요...
    고생하시네요.
    관리지역이 어디신지 참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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