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의 적자 얘기가 나오면서, 많은 분들이 건강보험 재정회계방식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이 만성적자에 시달린다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먹혀들어간다는 것도 느끼고... 이 기회에 건강보험 회계방식에 대해 설명을 드릴려고 합니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을 묶어서 앞으로 만성적자에 시달릴 것이다 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는 데요, 한 마디로 거짓에 가깝습니다. 재정회계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조가 이렇습니다.
국민연금이나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은 돈을 버는 재직기간중에 해마다 임금의 몇 프로씩을 뗍니다. 이게 30~40년간 계속됩니다.
따라서 처음 가입 당시에 임금의 9%씩을 떼기로 했다. 그러면 이게 보험계약조건이니까 30년간 계속 9%를 내는 것입니다. 국민연금공단에는 내가 낸 돈이 계속 쌓입니다. 30년동안 계속 쌓이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 되겠죠. 그 돈을 굴려서 이자수익을 냅니다. 그리고 내가 은퇴한 후에 이자수익과 함께 원금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 구조의 장점은 무엇이냐 하면 돈이 쌓이는 것이니까 이자를 벌 수 있습니다.
단점은 한번 보험료율이 책정되면 못바꾸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픕니다. 월급의 9%씩 떼기로 했는 데, 나중에 보니 돈이 모자랄 것 같습니다. 9%가 아니라 10% 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못바꿉니다. 처음 보험계약조건이 9%였으니, 그대로 30년간 계속 가는 겁니다. 1%의 적자라고는 하지만 이게 30년간 쌓이면 어마어마 해지겠죠. 그래서 국민연금 재정위기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한번 문제가 생기면 30~40년간 가는 것이기 때문에, 누적되어서 크게 터집니다. 바꾸기가 힘든 제도입니다.
건강보험은 다릅니다.
건강보험의 회계방식은 1년짜리입니다. 쌓이는 돈이 없이 그해 다 써버리자 라는 것입니다. 흑자를 내지도 않고, 적자를 내지도 않습니다.
딱 그 해에 걷은 만큼 그 해에 다 써버립니다.
월급의 6% 정도를 의료보험료로 냈다, 허면 내년에도 보험료로 6%를 내느냐.
아닙니다. 매년 바뀝니다. 내년엔 9%를 낼 수도 있고, 4%를 낼 수도 있습니다. 보험료율이 매년 바뀝니다.
그 해 사업에 들어갈 돈이 얼마쯤 될 까 추산해보고는 적자도 흑자도 생기지 않게 잔액이 0이 되도록 계산을 맞춥니다. 그래서 보험료율이 매년 바뀝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이렇습니다.
적자도, 흑자도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제도이니 탄력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어쩌다가 적자가 나도 바로 다음해에 복구가 가능합니다. 수시로 보험료율을 바꿀 수 있으니까요. 만성적자라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매년 보험료를 바꾸기 때문에 재정문제가 누적될 수가 없습니다.
단점은 이렇습니다.
만성 적자가 불가능하듯이 만성 흑자도 불가능합니다.
만성 흑자가 계속 된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돈을 다 써버려야 하는 제도인 데 돈이 남는 다는 것은, 사업에 지출을 안했거나, 아니면 보험료를 필요에 비해 너무 많이 걷어서 돈이 남는 것입니다.
그럼 왜 이런 재정회계방식의 차이가 생기는가.
둘의 목적이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의료보험이라는 것은 돈을 쌓아두는 데에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병을 앓고 있는 데, 치료비를 주지 않고 30년 묵혀두었다가 지불을 한다.... 미친 짓이겠죠. ^^;;
병이 나면 그때 그때 바로 신속하게 치료비를 지출합니다.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습니다.
돈을 쌓아두지 않으니 이자소득을 만들 여지가 없지만, 어차피 의료보험의 목적은 이자 챙기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게 치료비를 대주는 것이니 상관없습니다.
국민연금은 왜 돈을 쌓아두느냐.
국민연금의 목적은 이자소득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히 돈을 걷었다가 그대로 다시 나눠준다. 뭐하러 그런 짓을 합니까.
돈 걷으러 다니는 직원 인건비가 아깝습니다.
국민연금은 돈을 30년간 쌓아둬서 이자를 번 후에, 이자와 원금을 함께 지급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돈이 커져서 돌아오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보험은 어떠한가.
건강보험과 같습니다. 1년짜리 재정회계입니다.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기에 매년 그해에 다 써버리는 것입니다.
산재보험은 산재환자가 생기면 바로바로 병원비를 지불해야지 30년간 쌓아둘 필요가 없습니다. 고용보험도 실업자가 생기면 바로바로 실업급여를 지급해야지 30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해에 다 써버립니다.
(단, 고용보험은 써버리지 않고 남겨두는 부분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IMF위기 같은 게 닥쳤을 때 대비해둔 돈이 없으면 곤란하거든요. 그래서 일부분은 비상용으로 비축해두고 나머지를 다 써버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재정회계방식이 적립방식인가, 비적립방식인가 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얘기가 장황했습니다만, 결론은 이렇습니다.
건강보험은 구조적 만성적자 라는 게 날 수가 없습니다.
만성적자라는 게 불가능한 재정회계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만성적자 라는 기사는 건강보험을 흔들기 위한 낚시입니다. 저는 건강보험 민영화를 위해서 특정 세력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얘기를 뿌리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 모르니까 재정회계방식이 원래 이렇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것이죠.
매년 보험료율을 변경하는 게 맞습니다.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다 그게 원칙입니다.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는 제도이니까요. 운영하다보면 딱 0에 맞게 떨어지게 하기도 힘드니까 돈이 조금 남을 수도 있고, 조금 모자랄 수도 있습니다만....
여하튼 돈이 만성적으로 쌓이거나 모자라거나 할 수는 없는 제도입니다.
보통 우리는 만성흑자라고 하면 좋은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만성흑자 라는 게 좋은 건 데(쌓이면 쌓일 수록 이자 위력이 커지는 것이니까), 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은 만성흑자가 난다고 하면 어딘가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지급을 안하고 돈을 남기고 있다. 우리에게서 필요이상으로 보험료를 걷어갔다 라는 의미이니까요.
참고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3.6%인데 건강보험공단 직원 급여비는 9% 인상예정이고, 의료비 수가는 2.4% 인상예정 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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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의 재정회계방식에 대해서-적자라고 민영화 시킨다는데 과연 그런가.
퍼온글 조회수 : 364
작성일 : 2008-03-15 09:29:44
IP : 221.149.xxx.23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3.15 10:18 AM (219.255.xxx.59)건강보험직원하고 심평원직원들...도데체 뭐하고 월급받아가는거죠?
전화하면 여기저기 돌리다가 끊어버리고 제도가 바뀌어서 물어보면 뻔번하게 모른다고하질않나 월급은월급은 그렇게나 많이 받고...정말성질나서
실무를 모르면 어떻하자는건지
제도를 바꾸면 지들이 먼저 숙지하고 있어야지 이건 전화한사람이 알려줘야하는판이니
텍텍거리고 아는것도 없고 월급은 많은 직종중에 하나가 건강보험공단하고 심평원같아요2. ㅡㅡ:
'08.3.15 10:23 AM (211.216.xxx.211)정말 위에서 서로 갈라먹고 주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덩어리만 컸지 하는 짓이라곤 동네 아파트 입주자 대표들이나 똑 같습니다. 원~~
3. jk
'08.3.15 2:08 PM (58.79.xxx.67)근데요.
애초에 건강보험은 만성적자가 아니거든요..
어디서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안하고 만성적자 어쩌고 하는데
건강보험은 3년전에만 해도 흑자여서 돈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시행하게 된게 병원밥값을 의료보험으로 지불하게 한 것이었지요..
이것때문에 적자가 커져서 지금은 그걸 또 바꾸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약 2년간 흑자였고 최근에 적자로 돌아선겁니다. 근데도 무슨 만성적자 어쩌고 하니 황당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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